문화이슈

박완서가 말하는 찐 여행의 의미

한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박완서의 산문집 『다만 여행자가 될 수 있다면』이 출간됐다. 이번 책은 작가의 타계 14주기를 맞아 2005년 발간된 『잃어버린 여행가방』을 새롭게 편집한 재출간본으로, 기존 수록된 글 외에도 미공개 원고 5편이 추가로 포함됐다.

 

이 산문집은 작가가 여행을 통해 깨달은 삶의 본질과 인간에 대한 성찰을 담고 있다. 남한산성과 강릉을 비롯한 국내 여행지는 물론, 개성과 백두산, 바티칸, 티베트, 에티오피아 등 세계 곳곳을 다니며 느낀 감상을 기록했다. 낯선 땅에서 마주한 다양한 문화와 사람들을 통해 행복의 의미를 찾고, 인간과 신, 종교와 믿음에 대한 깊은 사유를 펼친다.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는 작가의 미출간 원고 4편을 포함한 5편의 글이 실려 있다. ‘겨울나무 같은 사람이 되자, 삶의 봄을 만들자’에서는 어둠과 추위를 견디며 새해를 맞이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이야기한다. ‘내 나름으로 누리는 기쁨’에서는 친구와 함께한 강릉 당일치기 여행을 통해 작가가 깨달은 작은 행복을 전한다. 이 밖에도 ‘어린 시절, 7월의 뱀장어’, ‘미망(未忘)에서 비롯된 것들’ 등에서 작가 특유의 섬세한 감성과 따뜻한 시선이 담긴 여행의 기록을 만날 수 있다.

 

2부에서는 동아시아 여행을 통해 우리의 역사와 정체성을 돌아본다. ‘아, 참 좋은 울음터로구나–중국 만주 기행’에서는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의 현장을 찾아 조국을 위해 헌신했던 선조들에 대한 존경과 감사를 표현한다. 미출간 원고 ‘천지, 소천지, 그리고 어랑촌 가는 길–백두산 기행’에서는 백두산의 웅장한 자연경관과 조선족 동포들의 삶을 대조하며, 대자연 앞에서 느끼는 인간의 겸허함과 동포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다.

 

또한 ‘십시일반의 도움을 바라며–몽골 기행’에서는 유니세프 방문단의 일원으로 몽골을 방문한 작가가 그곳의 열악한 교육·위생 환경을 접하며, 과거 개발도상국이었던 한국의 모습을 떠올린다. 몽골 어린이들을 위한 작은 도움이라도 모아야 한다는 절실함이 글 속에 묻어난다.

 

3부는 작가가 이국땅에서 경험한 다양한 문화와 종교에 대한 사색을 담고 있다. ‘그 자리에 내가 있다는 감동–바티칸 기행’에서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서거 조문사절단의 일원으로 바티칸을 방문한 경험을 통해, 인간 존재의 존엄성과 신앙의 의미를 깊이 탐구한다.

 

 

 

‘숨쉬지 않는 땅–에티오피아 방문기’에서는 내전과 군사독재로 황폐해진 에티오피아 난민촌을 찾아가, 전쟁과 가난 속에서도 삶을 이어가는 이들의 모습을 애잔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그래도 삶은 계속된다–인도네시아 방문기’에서는 쓰나미 피해를 입은 지역을 방문하며, 자연재해로 삶이 파괴된 사람들의 현실을 조명한다. 이 외에도 ‘모독(冒瀆)–티베트 기행’과 ‘신들의 도시–카트만두 기행’에서는 현지의 문화와 신앙을 존중하는 자세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낯선 문화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열린 시각을 제시한다.

 

책 전반에 흐르는 주제는 ‘여행을 통해 나를 발견하는 것’이다. 작가는 우리가 일상의 굴레를 벗어나고자 여행을 떠나지만, 결국 낯선 환경 속에서 다시금 자신의 내면과 마주하게 된다고 말한다. 박완서는 “외국이나 외국인 앞에서 마음을 닫지 않고 그저 부드러운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새로운 경험이 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그의 말처럼 이 산문집은 여행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고,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다만 여행자가 될 수 있다면』은 박완서 특유의 따뜻한 문체와 깊이 있는 통찰로 여행의 본질을 탐색하는 작품이다. 낯선 곳에서 마주한 타인의 삶을 통해 우리의 모습을 되비추며, 진정한 ‘여행자’로서의 태도를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이 책은 전국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구매할 수 있다.

 

"봄꽃축제가 사라졌다"...기후변화가 앗아간 '대한민국의 봄'

문이다. 전문가들은 "이제는 계절성 축제의 패러다임 자체를 바꿔야 할 때"라고 경고한다.특히 충격적인 것은 올해 봄꽃 개화 시기의 극심한 지연이다. 전남 신안군의 경우, 제1회 섬 홍매화 축제를 1주일이나 연기해야 했다. 군 관계자는 "방풍막 설치와 비닐 보호막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고 있지만 자연의 힘 앞에서는 역부족"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순천 매곡동의 탐매축제도 같은 운명을 맞았다. 작년 같은 시기 80%에 달했던 개화율이 올해는 봉오리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더욱 심각한 것은 이러한 현상이 매화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한민국 대표 봄축제인 진해군항제도 축제 일정을 3월 말로 미뤄야 했다. 창원시 관계자는 "이제는 개화 예측이 아예 불가능해져서 만개 시기를 기준으로 잡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산림청 발표에 따르면, 올해 겨울 평균기온이 전년 대비 2.5도나 낮아진 것이 주된 원인으로 지목됐다.기후변화의 영향은 봄꽃에만 그치지 않는다. 여름철 이상고온으로 미더덕이 대량 폐사하면서 창원의 진동미더덕축제는 아예 취소됐다. 충남 홍성의 새조개 축제는 급격한 생산량 감소로 축제 명칭 자체를 변경해야 했다. "이제는 특정 계절이나 특산물에 의존하는 축제 형태로는 더 이상 버티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현재 전국적으로 448개의 특산물·생태자연 축제가 운영되고 있지만, 대부분이 비슷한 콘텐츠로 운영되고 있어 기후변화 시대에 취약한 구조를 보이고 있다. 한양대 정란수 교수는 "이제는 날씨에 영향을 받지 않는 새로운 형태의 축제 콘텐츠 개발이 시급하다"며 "단순 자연 관람이나 시식 위주에서 벗어나 가공품 개발, 실내 체험 프로그램 등 다각화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지자체들도 변화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이미 AI 기술을 활용한 가상현실(VR) 꽃구경 체험이나, 사계절 실내 정원 조성 등 새로운 시도를 모색하고 있다. "기후변화는 이제 거스를 수 없는 현실"이라며 "이에 맞춰 축제 문화도 진화해야 할 때"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