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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저스 김혜성, 반지 수여식 날 2타수 무안타 침묵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의 내야수 김혜성이 지난 시즌 월드시리즈 우승의 영광을 상징하는 반지를 손에 넣었으나, 경기 내용에서는 웃지 못했다. 현지 시각 28일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마이애미 말린스와의 홈 경기에서 김혜성은 수비 실책과 타격 부진이 겹치며 경기 중반 교체되는 부침을 겪었다. 팀은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며 지구 선두 자리를 굳건히 지켰지만, 개인적으로는 우승 반지의 기쁨을 온전히 누리기 어려운 하루였다.

 

경기에 앞서 진행된 행사에서 김혜성은 동료들과 함께 화려한 우승 반지를 전달받으며 밝은 미소를 보였다. 한국인 내야수로서 메이저리그 정상에 올랐던 지난 시즌의 공로를 공식적으로 인정받는 순간이었다. 다저스는 이날 오타니 쇼헤이와 프레디 프리먼 등 주전 라인업을 총동원하며 승리에 대한 의지를 다졌고, 김혜성 역시 8번 타자 겸 유격수로 선발 출장해 공수 양면에서 활약을 다짐하며 그라운드에 나섰다.

 


경기 초반 흐름은 다저스가 주도했다. 1회말 공격에서 에르난데스의 적시타로 2점을 먼저 뽑아내며 기선을 제압했다. 하지만 타석에 들어선 김혜성은 좀처럼 타이밍을 잡지 못했다. 2회말 첫 타석에서 좌익수 뜬공으로 물러난 그는 이후 수비에서도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4회초 2사 만루라는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서 평범한 땅볼 타구를 제대로 포구하지 못하는 실책을 저지르며 상대에게 추격의 점수를 헌납하고 말았다.

 

실책 이후 맞이한 4회말 공격 기회에서 김혜성은 스스로 만회할 기회를 잡았다. 2사 1, 3루의 득점권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섰으나, 결과는 2루수 땅볼에 그치며 주자들을 불러들이지 못했다. 공수에서 꼬인 실타래는 결국 교체로 이어졌다. 7회말 세 번째 타석을 앞두고 대타와 교체되며 경기를 일찍 마감한 김혜성의 시즌 타율은 0.319로 소폭 하락했다. 우승 반지를 받은 날의 활약치고는 본인에게도 무척이나 뼈아픈 결과였다.

 


다저스 선발 야마모토 요시노부 역시 고전을 면치 못했다. 김혜성의 실책으로 첫 실점을 내준 이후 5회초에는 리암 힉스에게 역전 3점 홈런을 허용하며 무너졌다. 야마모토는 5이닝 동안 4개의 볼넷을 내주는 등 제구 난조를 보이며 승리 투수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마운드를 내려갔다. 경기 중반까지 마이애미의 기세에 눌린 다저스는 7회말 만루 기회마저 무산시키며 패색이 짙어지는 듯 보였다.

 

하지만 다저스의 저력은 경기 막판에 폭발했다. 9회말 마지막 공격에서 연속 볼넷으로 만든 기회를 오타니 쇼헤이가 적시 2루타로 연결하며 한 점 차까지 따라붙었다. 이어지는 만루 찬스에서 카일 터커가 중전 안타를 터뜨리며 5-4 대역전극을 완성했다. 팀은 3연승과 함께 시즌 20승 고지에 선착하며 축제 분위기를 이어갔으나, 실책 후 교체된 김혜성에게는 팀 승리의 기쁨 이면에 다음 경기를 기약해야 하는 무거운 과제가 남았다.

 

벽화마을 원조 동피랑부터 해저터널까지, 통영 골목길 탐방

0여 년 전 학익진으로 왜군을 섬멸했던 격전의 현장이지만, 지금은 가두리 양식장 부표가 점점이 떠 있는 평화로운 바다로 변모했다. 섬 입구의 거북등대를 지나 제승당에 들어서면 삼도수군통제사로서 작전을 지휘하던 장군의 고뇌가 느껴진다. 특히 바다 건너 과녁을 향해 활을 쏘던 한산정은 밀물과 썰물의 차이를 전술에 활용하려 했던 장군의 치밀한 지혜를 엿볼 수 있는 유일무이한 장소다.통영이라는 지명 자체가 '삼도수군통제영'의 줄임말에서 유래했을 만큼, 이 도시는 조선 수군의 총사령부로서 오랜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1604년 현재의 통영항 일대로 본영을 옮긴 통제영은 군사적 요충지를 넘어 나전칠기 등 공예 생산의 중심지로서 지역 경제와 문화를 꽃피웠다. 비록 일제 강점기를 거치며 많은 건물이 소실되었으나, 본관이었던 세병관은 여전히 웅장한 자태로 남아 통영의 뿌리를 증명한다. 통제영의 역사는 통영이 단순한 항구 도시를 넘어 문화적 자부심이 강한 도시로 성장하는 밑거름이 되었다.자연이 빚어낸 한려수도의 비경은 미륵산 정상에서 그 정점을 찍는다. 케이블카를 이용해 손쉽게 오를 수 있는 이곳은 국립공원 100경 중 으뜸으로 꼽히며, 맑은 날에는 지리산 천왕봉과 일본 대마도까지 조망할 수 있는 탁 트인 시야를 제공한다. 전망대 근처의 '귀신 잡는 해병' 표지판은 6.25 전쟁 당시 통영상륙작전의 승전보를 전하던 종군기자의 문구에서 유래했다는 흥미로운 역사적 사실을 전한다. 산 아래로 펼쳐진 섬들의 군무는 왜 이곳이 동양의 나폴리라 불리는지 단번에 납득하게 만든다.통영의 골목길은 예술가들의 영감으로 가득 차 있다. 동쪽 비탈 마을인 동피랑은 철거 위기를 딛고 벽화 마을로 거듭나며 전국적인 관광 명소가 되었고, 서쪽의 서피랑은 유치환과 김춘수 등 문학인들의 감성을 담은 소박한 공간으로 사랑받고 있다. 통영반도와 미륵도를 잇는 동양 최초의 해저터널은 일제 강점기의 아픈 역사와 토목 기술이 공존하는 독특한 공간이다. 바다 밑 13m 아래를 걷다 보면 머리 위로 지나가는 배의 진동이 느껴지는 이색적인 경험을 할 수 있으며, 이는 통영만이 가진 입체적인 매력을 더해준다.예술의 향기는 시내 곳곳에서 파도처럼 밀려온다. 현대 음악의 거장 윤이상과 소설 '토지'의 박경리, '꽃'의 시인 김춘수 등 한국 예술사의 거성들이 모두 통영 출신이다. 특히 화가 이중섭은 피란 시절 통영에서 2년간 머물며 '황소'와 '흰소' 등 불후의 명작들을 남겼는데, 이 시기는 그의 예술 인생에서 가장 찬란했던 르네상스로 평가받는다. 매년 열리는 통영국제음악제와 박경리 기념관, 윤이상 기념관 등은 통영이 왜 '예술가를 낳는 땅'이라 불리는지 그 이유를 명확히 보여주는 문화적 자산들이다.통영 여행의 완성은 오감을 자극하는 미식에 있다. 봄철의 별미인 도다리쑥국은 해풍을 맞고 자란 쑥과 자연산 도다리가 만나 비린 맛 없이 향긋하고 시원한 국물 맛을 자랑한다. 통영 특유의 술 문화인 '다찌'는 정해진 메뉴 없이 그날의 제철 해산물이 상다리가 휘어지도록 차려지는 풍성함의 극치다. 여기에 멍게비빔밥과 충무김밥, 달콤한 꿀빵까지 더해지면 통영의 맛을 온전히 느꼈다고 할 수 있다. 호국과 예술, 그리고 미식이 어우러진 통영의 봄은 이 계절이 다 가기 전에 반드시 경험해야 할 축복과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