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산업

삼성D 트라이폴드, SID '올해의 디스플레이' 등극

 삼성디스플레이가 개발한 혁신적인 폼팩터인 두 번 접는 화면 기술이 세계 무대에서 그 우수성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 회사는 자사의 트라이폴드 패널이 디스플레이 분야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세계정보디스플레이학회(SID)가 주관하는 시상식에서 '올해의 디스플레이' 부문 수상작으로 최종 선정되었다고 발표했다. 이는 끊임없는 연구 개발을 통해 차세대 모바일 기기의 기준을 새롭게 제시한 기술적 성과를 국제적으로 공인받은 결과로 풀이된다.

 

주최 측인 SID는 심사평을 통해 해당 기술이 다가오는 인공지능 시대의 모바일 환경에 최적화된 새로운 형태의 기기 구조를 완성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화면을 두 번 접는 복잡한 구조임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기기 성능과 높은 휴대성을 동시에 만족시킨 점을 수상의 주요 배경으로 꼽았다. 완전히 펼쳤을 때 나타나는 10인치 크기의 넓은 화면은 사용자들에게 업무 효율성 향상은 물론, 창작 활동과 미디어 소비에 있어 이전과는 다른 차원의 몰입감을 제공한다는 찬사를 받았다.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내구성 강화에 대한 노력이 심사위원들의 높은 점수를 이끌어냈다. 화면을 두 번 접는 이른바 '듀얼 폴딩' 방식은 구조적으로 기기가 두꺼워지기 쉽지만, 삼성디스플레이는 최첨단 소재를 적극적으로 도입하여 얇은 두께를 유지하면서도 화면의 강도를 획기적으로 높이는 데 성공했다. 실제로 이 패널의 전체 두께는 0.44밀리미터에 불과해 자사가 생산하는 접는 화면 중 가장 얇은 수준을 자랑한다.

 

이러한 기술적 완성도를 바탕으로 회사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해당 패널의 대량 생산 체제를 구축하고 본격적인 시장 공급에 나섰다. 양산된 트라이폴드 패널은 지난해 연말 삼성전자가 야심 차게 선보인 신형 스마트폰 '갤럭시 Z 트라이폴드'에 최초로 탑재되며 소비자들과 만났다. 제품 개발 단계에서 진행된 가혹한 내구성 시험 결과, 상온에서 화면을 50만 번 이상 반복해서 접고 펴는 과정을 거친 후에도 화면의 성능이나 외관에 어떠한 결함도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화면을 두 번 접는 구조는 본질적으로 기기를 여닫을 때 화면 단면이 밀리는 현상이 기존 제품보다 훨씬 심하게 발생하여 내구성을 확보하는 것이 기술적 난제로 꼽혀왔다. 삼성디스플레이 연구진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화면 층 사이를 접착하는 새로운 소재를 독자적으로 개발하고, 화면을 접을 때 발생하는 물리적인 힘을 효과적으로 분산시키는 특수 설계를 적용하여 한계를 극복했다. 이러한 혁신 기술의 집약체가 바로 자사의 최신 유기발광다이오드 기술인 '몽플렉스'다.

 

이번 수상으로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 2014년 휘어지는 화면으로 첫 수상을 기록한 이후 총 8회에 걸쳐 '올해의 디스플레이' 상을 거머쥐는 대기록을 작성했다. 접는 화면 기술 부문으로 한정하면 2020년과 2022년에 이은 세 번째 쾌거다. 영광의 시상식은 다가오는 5월 초,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디스플레이 산업 전시회인 '디스플레이 위크 2026' 현장에서 전 세계 업계 관계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거행될 예정이다.

 

 

 

러시아 국경 옆 시르케네스, 방공호에 새겨진 320번의 공습

'후르티그루텐'은 1893년부터 해안가 34개 항구를 잇는 노르웨이의 생명선 역할을 해왔다. 산과 피오르가 육로를 차단한 지형적 특성상 바다는 노르웨이인들에게 풍경이기에 앞서 유일한 길이었다. 폭풍우 속에서도 멈추지 않고 항해하는 이 배는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노르웨이 사람들의 국민적 기억을 공유하는 움직이는 박물관과 같다.시르케네스 도심 지하에는 2차 세계대전 당시의 참혹했던 기억을 고스란히 간직한 방공호 '앤더스그로타'가 숨겨져 있다. 독일군의 군사 거점이었던 이 도시는 4년 동안 무려 320차례의 공습을 견뎌내야 했으며, 시민들은 차갑고 축축한 바위 터널 속에서 생사를 넘나드는 시간을 보냈다. 전기도 화장실도 없는 극한의 환경 속에서 아이가 태어나고 노인이 숨을 거두던 이 공간은 이제 역사의 증언자가 되어 방문객들을 맞이한다. 지상의 평화로운 설경 아래 잠든 지하의 상흔은 이 도시가 짊어진 시간의 무게를 실감하게 한다.도시를 벗어나 차로 40분 거리에 있는 네이든 지역에는 국경이 갈라놓은 또 다른 아픔이 남아 있다. '아브 박물관'은 노르웨이와 핀란드, 러시아 접경지에 거주해온 원주민 스콜트 사미족의 문화를 보존하는 최전선이다. 19세기 이후 강대국들의 국경 긋기로 인해 생활권이 세 나라로 찢긴 이들은 가족과 생이별하는 고통을 겪어야 했다. 특히 최근의 국제 정세 악화로 러시아 쪽 동족들과의 교류가 완전히 단절되면서, 이들이 겪는 문화적 고립감과 언어 소멸의 위기는 더욱 깊어지고 있다.사라져가는 스콜트 사미어를 되살리려는 현지의 노력은 눈물겹다. 노르웨이 내에서 이 언어를 일상적으로 구사할 수 있는 인구는 이제 손에 꼽을 정도지만, 박물관의 도슨트들은 수업을 통해 새로운 구사자를 길러내며 언어의 맥을 잇고 있다. 언어는 단순히 소통의 도구를 넘어 한 민족의 정체성과 역사를 담는 그릇이기에, 이들의 수업은 사라진 뿌리를 찾는 고단한 여정과도 같다. 국경이 그어놓은 선을 넘어 언어라는 보이지 않는 끈으로 민족의 영혼을 연결하려는 시도는 계속되고 있다.시르케네스의 여행이 비장미로만 가득한 것은 아니다. 묵직한 역사를 마주한 뒤 바렌츠해에서 갓 잡아 올린 킹크랩을 맛보는 경험은 여행자에게 주어지는 가장 선명한 위로다.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식탁 위에서 여행자들은 방공호의 차가운 공기와 사미어 노래의 애잔함을 되새기며 북극권 항구도시의 매력을 온몸으로 만끽한다. 역사적 상흔과 풍요로운 바다의 혜택이 공존하는 이 독특한 환경은 시르케네스만이 줄 수 있는 특별한 감동의 원천이 된다.노르웨이의 북동쪽 끝에서 마주하는 시간은 풍경을 감상하는 차원을 넘어 인류의 보편적인 고통과 회복의 과정을 목격하는 일이 된다. 바닷길을 통해 이어져 온 사람들의 삶과 전쟁이 남긴 흉터, 그리고 소멸에 저항하는 원주민의 목소리가 한데 어우러져 시르케네스라는 도시의 서사를 완성한다. 여행자들은 이곳에서 북쪽 끝의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보이지 않는 국경 너머로 이어지는 인간의 의지와 문화의 생명력을 다시금 확인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