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큐브

여권 ‘용산 지지도’ 카드 vs 한동훈 ‘독자 생존’... 부산 민심은?


오는 6월 3일 전국동시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부산 북구갑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향후 정국의 향방을 가를 최대 승부처로 부상하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번 선거 결과가 단순한 의석수 한 자리를 넘어 여야 전반의 권력 구도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수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각 진영의 핵심 인사들이 얽히면서 지역구 선거가 전국 단위의 정치적 대리전 양상으로 확대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후보 간의 복잡한 이해관계가 맞물리면서 유권자들의 표심이 어디로 향할지 전국적인 관심이 쏠린다.여권은 이번 선거에 하정우 전 청와대 AI미래기획수석을 전격 투입하며 승부수를 띄웠다. 이러한 공천 배경에는 현직 대통령의 높은 국정 지지도를 선거판으로 끌어오려는 여당의 전략적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권 지도부는 부산 북구갑을 절대 내어줄 수 없는 핵심 전략 지역으로 분류했다. 하지만 공학 전문가 출신으로 정치권에 첫발을 내디딘 하 전 수석이 지역 유권자들과 얼마나 깊은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낮은 인지도를 극복하고 바닥 민심을 다지는 보병전 능력이 최대 과제다.

 


하 전 수석이 청와대 직책을 내려놓는 과정에서 빚어진 시간적 지연을 두고도 해석이 분분하다. 일각에서는 당과 청와대가 핵심 인재를 놓고 줄다리기를 하는 듯한 모습을 연출해 예비 후보의 몸값을 높이려는 기획이라는 시각을 제기한다. 반면 국가 인공지능 정책을 총괄하는 참모를 잃지 않으려는 대통령실의 만류와 선거 승리가 절실한 여당 지도부 간의 실제적인 이견 충돌이었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결과적으로 선거판이 커지면서 청와대 역시 그의 출마를 수용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 전직 대표였던 한동훈 후보의 무소속 출마 강행은 판세를 뒤흔드는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 전 대표가 이번 선거에서 생환할 경우 향후 보수 진영의 정계 개편 과정에서 대체 불가한 구심점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반대로 험지에서 패배를 당할 경우 그가 입게 될 정치적 내상은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만큼 한 전 대표 개인의 정치적 명운이 이번 선거 결과에 고스란히 달려 있는 셈이다.

 


이로 인해 부산 북구갑 선거는 거물급 정치인들의 명운을 건 삼각 대리전으로 비화했다. 한 전 대표 입장에서는 이번 선거가 하 전 수석의 출마를 용인한 이재명 대통령과의 간접적인 대결이자, 자신을 대신해 독자 후보를 낸 장동혁 현 국민의힘 대표와의 정면승부 성격을 띤다. 만약 한 전 대표가 이 구도 속에서 승리를 거머쥔다면 대통령실과 친정 지도부를 동시에 견제하며 지역구 권력까지 차지하는 막대한 정치적 이득을 챙기게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부산 북구갑 지역구에는 각 후보들의 선거 캠프가 속속 꾸려지며 본격적인 세 과시가 시작되고 있다. 출사표를 던진 후보들은 저마다의 공약과 비전을 내세우며 지역 내 주요 거점을 중심으로 유권자 접촉 면을 넓혀가고 있다. 관할 선거관리위원회는 다가오는 6월 3일 본투표를 앞두고 투표소 설치와 선거인명부 작성 등 법정 선거 사무 절차에 돌입했다. 각 정당과 무소속 후보 측의 공식 선거운동원들은 거리 유세를 위한 사전 준비 작업을 모두 마친 상태다.

 

러시아 국경 옆 시르케네스, 방공호에 새겨진 320번의 공습

'후르티그루텐'은 1893년부터 해안가 34개 항구를 잇는 노르웨이의 생명선 역할을 해왔다. 산과 피오르가 육로를 차단한 지형적 특성상 바다는 노르웨이인들에게 풍경이기에 앞서 유일한 길이었다. 폭풍우 속에서도 멈추지 않고 항해하는 이 배는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노르웨이 사람들의 국민적 기억을 공유하는 움직이는 박물관과 같다.시르케네스 도심 지하에는 2차 세계대전 당시의 참혹했던 기억을 고스란히 간직한 방공호 '앤더스그로타'가 숨겨져 있다. 독일군의 군사 거점이었던 이 도시는 4년 동안 무려 320차례의 공습을 견뎌내야 했으며, 시민들은 차갑고 축축한 바위 터널 속에서 생사를 넘나드는 시간을 보냈다. 전기도 화장실도 없는 극한의 환경 속에서 아이가 태어나고 노인이 숨을 거두던 이 공간은 이제 역사의 증언자가 되어 방문객들을 맞이한다. 지상의 평화로운 설경 아래 잠든 지하의 상흔은 이 도시가 짊어진 시간의 무게를 실감하게 한다.도시를 벗어나 차로 40분 거리에 있는 네이든 지역에는 국경이 갈라놓은 또 다른 아픔이 남아 있다. '아브 박물관'은 노르웨이와 핀란드, 러시아 접경지에 거주해온 원주민 스콜트 사미족의 문화를 보존하는 최전선이다. 19세기 이후 강대국들의 국경 긋기로 인해 생활권이 세 나라로 찢긴 이들은 가족과 생이별하는 고통을 겪어야 했다. 특히 최근의 국제 정세 악화로 러시아 쪽 동족들과의 교류가 완전히 단절되면서, 이들이 겪는 문화적 고립감과 언어 소멸의 위기는 더욱 깊어지고 있다.사라져가는 스콜트 사미어를 되살리려는 현지의 노력은 눈물겹다. 노르웨이 내에서 이 언어를 일상적으로 구사할 수 있는 인구는 이제 손에 꼽을 정도지만, 박물관의 도슨트들은 수업을 통해 새로운 구사자를 길러내며 언어의 맥을 잇고 있다. 언어는 단순히 소통의 도구를 넘어 한 민족의 정체성과 역사를 담는 그릇이기에, 이들의 수업은 사라진 뿌리를 찾는 고단한 여정과도 같다. 국경이 그어놓은 선을 넘어 언어라는 보이지 않는 끈으로 민족의 영혼을 연결하려는 시도는 계속되고 있다.시르케네스의 여행이 비장미로만 가득한 것은 아니다. 묵직한 역사를 마주한 뒤 바렌츠해에서 갓 잡아 올린 킹크랩을 맛보는 경험은 여행자에게 주어지는 가장 선명한 위로다.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식탁 위에서 여행자들은 방공호의 차가운 공기와 사미어 노래의 애잔함을 되새기며 북극권 항구도시의 매력을 온몸으로 만끽한다. 역사적 상흔과 풍요로운 바다의 혜택이 공존하는 이 독특한 환경은 시르케네스만이 줄 수 있는 특별한 감동의 원천이 된다.노르웨이의 북동쪽 끝에서 마주하는 시간은 풍경을 감상하는 차원을 넘어 인류의 보편적인 고통과 회복의 과정을 목격하는 일이 된다. 바닷길을 통해 이어져 온 사람들의 삶과 전쟁이 남긴 흉터, 그리고 소멸에 저항하는 원주민의 목소리가 한데 어우러져 시르케네스라는 도시의 서사를 완성한다. 여행자들은 이곳에서 북쪽 끝의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보이지 않는 국경 너머로 이어지는 인간의 의지와 문화의 생명력을 다시금 확인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