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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野 특검법 맹폭…"공소취소는 위헌"

 더불어민주당이 이른바 검찰의 조작 기소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진행했던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활동이 종료 수순에 접어들었다. 이에 여당인 국민의힘 소속 나경원 의원은 야당이 해당 조사의 성과 부진을 만회하고자 곧바로 특별검사 도입을 추진하는 상황에 대해 맹렬한 비난을 가했다. 거대 야당이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기존 사법 체계를 흔드는 억지스러운 입법 폭주를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 핵심 요지다.

 

나 의원은 이번 국정조사 자체가 애당초 성립될 수 없는 비정상적인 구조였다고 짚었다. 과거 이재명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를 방어했던 법률 대리인들이 국회의원 신분으로 특위에 참여한 것은 물론이고, 금융감독원장 등 주요 요직까지 차지하며 전면에 나섰다는 점을 꼬집었다. 이는 국가의 중대사를 논의하는 국회를 특정 개인의 범죄 혐의를 덮기 위한 무대로 전락시킨 참담한 행태라는 지적이다.

 


특위 진행 과정에서 나타난 야당 위원들의 태도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범법 행위자들을 감싸며 인권 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운 반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수사를 진행한 일선 검사들에게는 오히려 범죄자 프레임을 씌우며 강압적인 태도로 일관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무리수에도 불구하고 객관적인 사실관계 앞에서는 오히려 당초 의도와 달리 이 대통령의 혐의만 더욱 명확해지는 역효과를 낳았다고 평가했다.

 

국정조사를 통해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한 더불어민주당이 다음 카드로 꺼내든 특검법에 대해서도 위헌적 발상이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나 의원은 특검 제도가 아무리 강력한 권한을 가진다 하더라도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의 공소를 취소할 수 있는 법적 권능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기존의 사법 체계를 무시하고 헌법 정신을 훼손하면서까지 무리하게 판을 뒤집으려는 시도는 결코 용납될 수 없음을 분명히 한 대목이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의 최근 발언 역시 강도 높은 질타의 대상이 됐다. 법리적으로 재심 청구 요건조차 갖추지 못한 사안에 대해 공소 취소라는 우회로를 언급한 것은 장관으로서 부적절한 궤변이라는 주장이다. 나 의원은 재판 자체를 무력화시키는 공소 취소는 법치주의 국가에서 상상할 수 없는 일이며, 결국 최고 권력자의 힘을 빌려 본인의 사법적 짐을 덜어내려는 초법적 발상에 불과하다고 일갈했다.

 

사태의 정점에 있는 이재명 대통령을 향한 경고의 메시지도 더해졌다. 국민의 선택을 받아 최고 권력자의 자리에 올랐다고 해서 과거의 범법 행위가 면죄부를 받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상기시켰다. 국가 권력을 사유화하여 진실을 은폐하려 든다면 다가오는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유권자들의 엄중한 심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여권 내에서는 야당의 특검 추진에 대비한 구체적인 대응책 마련에 착수했다.

 

러시아 국경 옆 시르케네스, 방공호에 새겨진 320번의 공습

'후르티그루텐'은 1893년부터 해안가 34개 항구를 잇는 노르웨이의 생명선 역할을 해왔다. 산과 피오르가 육로를 차단한 지형적 특성상 바다는 노르웨이인들에게 풍경이기에 앞서 유일한 길이었다. 폭풍우 속에서도 멈추지 않고 항해하는 이 배는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노르웨이 사람들의 국민적 기억을 공유하는 움직이는 박물관과 같다.시르케네스 도심 지하에는 2차 세계대전 당시의 참혹했던 기억을 고스란히 간직한 방공호 '앤더스그로타'가 숨겨져 있다. 독일군의 군사 거점이었던 이 도시는 4년 동안 무려 320차례의 공습을 견뎌내야 했으며, 시민들은 차갑고 축축한 바위 터널 속에서 생사를 넘나드는 시간을 보냈다. 전기도 화장실도 없는 극한의 환경 속에서 아이가 태어나고 노인이 숨을 거두던 이 공간은 이제 역사의 증언자가 되어 방문객들을 맞이한다. 지상의 평화로운 설경 아래 잠든 지하의 상흔은 이 도시가 짊어진 시간의 무게를 실감하게 한다.도시를 벗어나 차로 40분 거리에 있는 네이든 지역에는 국경이 갈라놓은 또 다른 아픔이 남아 있다. '아브 박물관'은 노르웨이와 핀란드, 러시아 접경지에 거주해온 원주민 스콜트 사미족의 문화를 보존하는 최전선이다. 19세기 이후 강대국들의 국경 긋기로 인해 생활권이 세 나라로 찢긴 이들은 가족과 생이별하는 고통을 겪어야 했다. 특히 최근의 국제 정세 악화로 러시아 쪽 동족들과의 교류가 완전히 단절되면서, 이들이 겪는 문화적 고립감과 언어 소멸의 위기는 더욱 깊어지고 있다.사라져가는 스콜트 사미어를 되살리려는 현지의 노력은 눈물겹다. 노르웨이 내에서 이 언어를 일상적으로 구사할 수 있는 인구는 이제 손에 꼽을 정도지만, 박물관의 도슨트들은 수업을 통해 새로운 구사자를 길러내며 언어의 맥을 잇고 있다. 언어는 단순히 소통의 도구를 넘어 한 민족의 정체성과 역사를 담는 그릇이기에, 이들의 수업은 사라진 뿌리를 찾는 고단한 여정과도 같다. 국경이 그어놓은 선을 넘어 언어라는 보이지 않는 끈으로 민족의 영혼을 연결하려는 시도는 계속되고 있다.시르케네스의 여행이 비장미로만 가득한 것은 아니다. 묵직한 역사를 마주한 뒤 바렌츠해에서 갓 잡아 올린 킹크랩을 맛보는 경험은 여행자에게 주어지는 가장 선명한 위로다.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식탁 위에서 여행자들은 방공호의 차가운 공기와 사미어 노래의 애잔함을 되새기며 북극권 항구도시의 매력을 온몸으로 만끽한다. 역사적 상흔과 풍요로운 바다의 혜택이 공존하는 이 독특한 환경은 시르케네스만이 줄 수 있는 특별한 감동의 원천이 된다.노르웨이의 북동쪽 끝에서 마주하는 시간은 풍경을 감상하는 차원을 넘어 인류의 보편적인 고통과 회복의 과정을 목격하는 일이 된다. 바닷길을 통해 이어져 온 사람들의 삶과 전쟁이 남긴 흉터, 그리고 소멸에 저항하는 원주민의 목소리가 한데 어우러져 시르케네스라는 도시의 서사를 완성한다. 여행자들은 이곳에서 북쪽 끝의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보이지 않는 국경 너머로 이어지는 인간의 의지와 문화의 생명력을 다시금 확인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