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산업

"삼성·SK가 직접 설계" 청년 10만 명 '뉴딜' 혜택

 정부가 청년 실업 해소와 미래 산업 인재 양성을 위해 8천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는 '청년 뉴딜' 프로젝트를 본격 가동한다. 이번 정책의 핵심은 정부가 예산을 지원하고 민간 대기업이 교육의 질을 책임지는 민관 협력 모델에 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29일 민관합동 보고회를 통해 총 10만 명의 청년에게 자기개발 기회와 실무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청사진을 공개했다. 이는 단순한 단기 일자리 제공에서 벗어나 청년들이 실제 산업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돕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직접 교육 과정을 설계하고 운영하는 'K-뉴딜 아카데미'다. 삼성, SK, 현대차, LG 등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참여하여 인공지능(AI), 반도체, 미래 모빌리티 등 첨단 산업 분야의 노하우를 청년들에게 전수한다. 15세에서 34세 사이의 미취업 청년 1만 명을 대상으로 하는 이 프로그램은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을 교육 과정에 즉각 반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의 공공 직업훈련과 차별화된다. 청년들은 자신이 선망하는 기업의 실무진으로부터 직접 기술을 배우며 취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참여하는 청년들을 위한 실질적인 경제적 지원책도 마련됐다.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기간 동안 수도권 거주 청년은 월 30만 원, 비수도권 청년은 월 50만 원의 참여 수당을 받게 된다. 이는 구직 활동 중에 겪는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어 교육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함이다. 기업 역시 청년 1인당 시간별 지원금을 받게 되어 교육 인프라 구축과 운영에 따른 비용 부담을 덜 수 있다. 특히 비수도권 기업에 더 높은 지원금을 책정함으로써 지역 균형 발전과 지방 청년들의 취업 기회 확대를 동시에 꾀했다.

 

현재까지 70여 개 기업이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 의사를 밝히며 뜨거운 열기를 보이고 있다. SK는 반도체와 데이터 엔지니어링 분야의 전문 인력을 양성할 계획이며, LG는 AI를 활용한 디지털 전환 교육에 집중한다. 현대차는 자율주행의 핵심인 임베디드 AI 과정을, 한화는 항공우주와 호텔 다이닝 등 그룹의 주력 사업 분야를 중심으로 커리큘럼을 준비 중이다. 기업들은 우수한 인재를 선제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이점을, 청년들은 대기업의 검증된 교육 시스템을 경험할 수 있다는 이점을 각각 누리게 된다.

 


정부는 이번 정책이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도록 사후 관리 시스템도 강화하기로 했다. 고용노동부는 청년 뉴딜에 참여한 모든 인원의 이력을 통합 관리하며, 교육 이수 후에는 공식적인 이력 확인서를 발급해 향후 구직 활동에서 공식적인 스펙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는 민간 기업에서의 훈련 경험이 공신력 있는 경력으로 인정받게 함으로써 청년들의 노동시장 진입을 보다 원활하게 만들기 위한 조치다. 첨단 산업뿐만 아니라 금융과 문화 등 청년들이 선호하는 다양한 직무 훈련이 병행되어 선택의 폭도 넓어졌다.

 

이번 청년 뉴딜 정책은 급변하는 산업 구조 속에서 청년들이 겪는 미스매치 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담겨 있다. 대규모 재정 투입과 대기업의 전문성이 결합한 이번 시도가 얼어붙은 청년 고용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부는 이번 보고회에서 발표된 내용을 바탕으로 세부 시행 계획을 확정하고, 조만간 구체적인 참여자 모집 공고를 낼 예정이다. 각 기업의 특색이 담긴 교육 과정들이 순차적으로 공개되면서 청년들의 기대감도 한층 높아지고 있다.

 

 

 

러시아 국경 옆 시르케네스, 방공호에 새겨진 320번의 공습

'후르티그루텐'은 1893년부터 해안가 34개 항구를 잇는 노르웨이의 생명선 역할을 해왔다. 산과 피오르가 육로를 차단한 지형적 특성상 바다는 노르웨이인들에게 풍경이기에 앞서 유일한 길이었다. 폭풍우 속에서도 멈추지 않고 항해하는 이 배는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노르웨이 사람들의 국민적 기억을 공유하는 움직이는 박물관과 같다.시르케네스 도심 지하에는 2차 세계대전 당시의 참혹했던 기억을 고스란히 간직한 방공호 '앤더스그로타'가 숨겨져 있다. 독일군의 군사 거점이었던 이 도시는 4년 동안 무려 320차례의 공습을 견뎌내야 했으며, 시민들은 차갑고 축축한 바위 터널 속에서 생사를 넘나드는 시간을 보냈다. 전기도 화장실도 없는 극한의 환경 속에서 아이가 태어나고 노인이 숨을 거두던 이 공간은 이제 역사의 증언자가 되어 방문객들을 맞이한다. 지상의 평화로운 설경 아래 잠든 지하의 상흔은 이 도시가 짊어진 시간의 무게를 실감하게 한다.도시를 벗어나 차로 40분 거리에 있는 네이든 지역에는 국경이 갈라놓은 또 다른 아픔이 남아 있다. '아브 박물관'은 노르웨이와 핀란드, 러시아 접경지에 거주해온 원주민 스콜트 사미족의 문화를 보존하는 최전선이다. 19세기 이후 강대국들의 국경 긋기로 인해 생활권이 세 나라로 찢긴 이들은 가족과 생이별하는 고통을 겪어야 했다. 특히 최근의 국제 정세 악화로 러시아 쪽 동족들과의 교류가 완전히 단절되면서, 이들이 겪는 문화적 고립감과 언어 소멸의 위기는 더욱 깊어지고 있다.사라져가는 스콜트 사미어를 되살리려는 현지의 노력은 눈물겹다. 노르웨이 내에서 이 언어를 일상적으로 구사할 수 있는 인구는 이제 손에 꼽을 정도지만, 박물관의 도슨트들은 수업을 통해 새로운 구사자를 길러내며 언어의 맥을 잇고 있다. 언어는 단순히 소통의 도구를 넘어 한 민족의 정체성과 역사를 담는 그릇이기에, 이들의 수업은 사라진 뿌리를 찾는 고단한 여정과도 같다. 국경이 그어놓은 선을 넘어 언어라는 보이지 않는 끈으로 민족의 영혼을 연결하려는 시도는 계속되고 있다.시르케네스의 여행이 비장미로만 가득한 것은 아니다. 묵직한 역사를 마주한 뒤 바렌츠해에서 갓 잡아 올린 킹크랩을 맛보는 경험은 여행자에게 주어지는 가장 선명한 위로다.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식탁 위에서 여행자들은 방공호의 차가운 공기와 사미어 노래의 애잔함을 되새기며 북극권 항구도시의 매력을 온몸으로 만끽한다. 역사적 상흔과 풍요로운 바다의 혜택이 공존하는 이 독특한 환경은 시르케네스만이 줄 수 있는 특별한 감동의 원천이 된다.노르웨이의 북동쪽 끝에서 마주하는 시간은 풍경을 감상하는 차원을 넘어 인류의 보편적인 고통과 회복의 과정을 목격하는 일이 된다. 바닷길을 통해 이어져 온 사람들의 삶과 전쟁이 남긴 흉터, 그리고 소멸에 저항하는 원주민의 목소리가 한데 어우러져 시르케네스라는 도시의 서사를 완성한다. 여행자들은 이곳에서 북쪽 끝의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보이지 않는 국경 너머로 이어지는 인간의 의지와 문화의 생명력을 다시금 확인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