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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는 고개 숙였는데…음주운전 이상영 슬쩍 복귀

 프로야구 무대에서 불미스러운 일로 징계를 받았던 선수들이 속속 그라운드로 돌아오고 있는 가운데, 소속 구단과 선수들의 상반된 대처 방식이 도마 위에 올랐다. 최근 해외 전지훈련 기간 중 부적절한 장소에 출입해 물의를 빚었던 롯데 자이언츠 소속 선수들은 징계 해제와 동시에 팬들 앞에 서서 고개를 숙였다. 반면 과거 음주운전 사고를 내고 중징계를 받았던 LG 트윈스의 투수 이상영은 어떠한 유감 표명도 없이 조용히 마운드에 올라 야구팬들의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롯데 구단은 지난 5일 수원에서 열린 원정 경기를 앞두고 징계가 끝난 고승민, 나승엽, 김세민을 위해 별도의 기자회견 자리를 마련했다. 이들은 대만 스프링캠프 당시 사행성 오락실에 출입한 사실이 적발되어 한국야구위원회로부터 30경기 출장 정지 처분을 받았다. 징계 기간 동안 3군에서 훈련하며 자숙의 시간을 보낸 세 선수는 1군 엔트리에 등록되자마자 취재진 앞에서 허리를 굽혀 사죄했다. 또한 경기가 시작된 후에도 타석에 들어서기 전 양 팀 응원석을 향해 헬멧을 벗고 거듭 사과의 뜻을 전하며 반성하는 태도를 보였다.

 


이러한 롯데 선수들의 행보와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인물은 LG 트윈스의 좌완 투수 이상영이다. 그는 지난 2024년 9월 경기도 성남 일대에서 만취 상태로 운전대를 잡았다가 앞서가던 차량을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당시 경찰의 음주 측정 결과 그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수준에 달했으며, 음주 상태로 무려 30km 이상을 주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동료 선수까지 차량에 동승하고 있었던 아찔한 상황이었지만, 다행히 대형 인명 피해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사건 발생 직후 LG 구단과 현장 코치진은 엄중한 대처를 예고하는 듯했다. 염경엽 감독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구단의 원칙이 최우선이라며, 음주운전을 한 선수는 팀 전력에서 배제되어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팬들 역시 구단 차원의 강력한 철퇴가 내려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한국야구위원회가 1년 자격 정지라는 자체 징계를 내린 이후, 정작 소속 구단인 LG 측에서는 이상영에게 어떠한 추가적인 제재나 자체 징계도 부과하지 않은 채 사태를 관망했다.

 


시간이 흘러 징계 기간이 모두 종료되자 이상영은 2군 무대에서 차분히 실전 감각을 조율했고, 마침내 지난 3일 NC 다이노스와의 경기를 통해 1군 마운드에 다시 섰다. 하지만 복귀 당일은 물론 경기가 끝난 이후에도 그가 팬들을 향해 과거의 잘못을 뉘우치거나 사과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선발 투수라는 보직 특성상 경기 당일 인터뷰가 어렵다면 구단 차원에서 등판 전날이나 다른 방식을 통해 소통의 창구를 마련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LG 구단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과거 리그 내에서 각종 일탈 행위로 징계를 받았던 대다수의 선수들은 복귀 시점에 맞춰 공식적인 사과문을 발표하거나 기자회견을 통해 용서를 구하는 과정을 거쳤다. 유독 이상영과 LG 구단만이 이러한 최소한의 절차조차 생략한 채 슬그머니 복귀를 강행하면서, 사안의 중대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해당 경기에서 부진한 투구 내용을 보이며 곧바로 2군으로 강등된 이상영은 향후 1군 재진입 시점에서도 진정성 있는 사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여론의 싸늘한 눈초리를 받고 있다.

 

 

 

러시아 국경 옆 시르케네스, 방공호에 새겨진 320번의 공습

'후르티그루텐'은 1893년부터 해안가 34개 항구를 잇는 노르웨이의 생명선 역할을 해왔다. 산과 피오르가 육로를 차단한 지형적 특성상 바다는 노르웨이인들에게 풍경이기에 앞서 유일한 길이었다. 폭풍우 속에서도 멈추지 않고 항해하는 이 배는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노르웨이 사람들의 국민적 기억을 공유하는 움직이는 박물관과 같다.시르케네스 도심 지하에는 2차 세계대전 당시의 참혹했던 기억을 고스란히 간직한 방공호 '앤더스그로타'가 숨겨져 있다. 독일군의 군사 거점이었던 이 도시는 4년 동안 무려 320차례의 공습을 견뎌내야 했으며, 시민들은 차갑고 축축한 바위 터널 속에서 생사를 넘나드는 시간을 보냈다. 전기도 화장실도 없는 극한의 환경 속에서 아이가 태어나고 노인이 숨을 거두던 이 공간은 이제 역사의 증언자가 되어 방문객들을 맞이한다. 지상의 평화로운 설경 아래 잠든 지하의 상흔은 이 도시가 짊어진 시간의 무게를 실감하게 한다.도시를 벗어나 차로 40분 거리에 있는 네이든 지역에는 국경이 갈라놓은 또 다른 아픔이 남아 있다. '아브 박물관'은 노르웨이와 핀란드, 러시아 접경지에 거주해온 원주민 스콜트 사미족의 문화를 보존하는 최전선이다. 19세기 이후 강대국들의 국경 긋기로 인해 생활권이 세 나라로 찢긴 이들은 가족과 생이별하는 고통을 겪어야 했다. 특히 최근의 국제 정세 악화로 러시아 쪽 동족들과의 교류가 완전히 단절되면서, 이들이 겪는 문화적 고립감과 언어 소멸의 위기는 더욱 깊어지고 있다.사라져가는 스콜트 사미어를 되살리려는 현지의 노력은 눈물겹다. 노르웨이 내에서 이 언어를 일상적으로 구사할 수 있는 인구는 이제 손에 꼽을 정도지만, 박물관의 도슨트들은 수업을 통해 새로운 구사자를 길러내며 언어의 맥을 잇고 있다. 언어는 단순히 소통의 도구를 넘어 한 민족의 정체성과 역사를 담는 그릇이기에, 이들의 수업은 사라진 뿌리를 찾는 고단한 여정과도 같다. 국경이 그어놓은 선을 넘어 언어라는 보이지 않는 끈으로 민족의 영혼을 연결하려는 시도는 계속되고 있다.시르케네스의 여행이 비장미로만 가득한 것은 아니다. 묵직한 역사를 마주한 뒤 바렌츠해에서 갓 잡아 올린 킹크랩을 맛보는 경험은 여행자에게 주어지는 가장 선명한 위로다.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식탁 위에서 여행자들은 방공호의 차가운 공기와 사미어 노래의 애잔함을 되새기며 북극권 항구도시의 매력을 온몸으로 만끽한다. 역사적 상흔과 풍요로운 바다의 혜택이 공존하는 이 독특한 환경은 시르케네스만이 줄 수 있는 특별한 감동의 원천이 된다.노르웨이의 북동쪽 끝에서 마주하는 시간은 풍경을 감상하는 차원을 넘어 인류의 보편적인 고통과 회복의 과정을 목격하는 일이 된다. 바닷길을 통해 이어져 온 사람들의 삶과 전쟁이 남긴 흉터, 그리고 소멸에 저항하는 원주민의 목소리가 한데 어우러져 시르케네스라는 도시의 서사를 완성한다. 여행자들은 이곳에서 북쪽 끝의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보이지 않는 국경 너머로 이어지는 인간의 의지와 문화의 생명력을 다시금 확인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