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산업

KGM·한국GM 수출로 웃고, 르노코리아는 반토막 눈물

 올해 4월 국내 자동차 제조사 5곳의 합산 판매 실적이 전년도 같은 기간과 비교해 하락했다. 업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이들 기업이 팔아치운 차량은 총 66만 6248대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3.3% 줄었다. 안방 시장인 내수 판매량은 11만 7314대에 그치며 8.8%의 감소율을 보였고, 해외 수출 물량 역시 54만 8483대로 2.1% 뒷걸음질 쳤다. 전체적인 시장 침체 속에서도 각 기업의 처한 상황에 따라 실적 희비가 뚜렷하게 엇갈리는 양상을 보였다.

 

업계 1위 현대자동차는 부품을 공급하는 협력업체에 발생한 화재 사고의 여파를 고스란히 맞았다. 엔진 관련 부품 조달에 비상이 걸리면서 주력 차종들의 생산 라인 가동이 원활하지 못했고, 이는 곧바로 판매 부진으로 이어졌다. 현대차의 4월 총판매량은 32만 5589대로 전년 동월 대비 8.0% 감소했다. 특히 내수 시장에서는 신차 출고 적체 현상까지 겹치며 판매량이 19.9% 급감했고, 해외 시장 실적 또한 5.1% 줄어들며 내수와 수출 모두에서 뼈아픈 성적표를 받았다.

 


현대차가 주춤한 사이 기아는 레저용 차량의 폭발적인 인기를 앞세워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었다. 기아의 지난달 총판매량은 27만 7188대로 전년 동기 대비 1.0% 소폭 상승하며 선방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대목은 내수 시장 판매량이다. 기아는 국내에서 5만 5045대를 팔아치우며 5만 4051대에 그친 현대차를 994대 차이로 따돌렸다. 기아의 월간 내수 판매 실적이 현대차를 넘어선 것은 과거 현대차 그룹에 편입되기 전인 1998년 이후 무려 28년 만에 일어난 이례적인 사건이다.

 

기아의 내수 시장 돌풍은 활용도가 높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과 미니밴 등 레저용 차량 라인업이 주도했다. 중형 모델인 쏘렌토는 지난달 국내에서만 1만 2078대가 팔려나가며 전체 베스트셀링카 자리에 올랐다. 그 뒤를 이어 카니발과 스포티지가 각각 4900대 이상 판매되며 실적을 뒷받침했고, 전기차 모델인 EV3 역시 3800대 넘게 팔리며 힘을 보탰다. 해외 시장에서는 스포티지가 4만 6000대 이상 선적되며 글로벌 베스트셀링 모델로서의 입지를 다시 한번 굳건히 다졌다.

 


중견 자동차 업체들의 실적은 해외 시장 개척 성과에 따라 크게 엇갈렸다. 케이지모빌리티와 한국지엠은 수출 물량을 대폭 늘리며 전체적인 실적 상승을 이끌어냈다. 케이지모빌리티는 무쏘와 토레스 EVX 등 주력 모델의 해외 판매 호조에 힘입어 4월 한 달간 총 9512대를 판매해 전년 동월 대비 6.5% 성장했다. 한국지엠 역시 트랙스 크로스오버 등의 글로벌 인기를 바탕으로 전체 판매량이 14.7% 증가한 4만 7760대를 기록하며 수출 중심의 흑자 기조를 유지했다.

 

반면 르노코리아는 내수와 수출 양면에서 모두 부진의 늪에 빠지며 우울한 4월을 보냈다. 지난달 총판매량은 6199대로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무려 40.5%나 곤두박질쳤다. 내수 시장에서는 하이브리드 모델이 고군분투했음에도 전체 판매량이 23.4% 줄어들었고, 수출 실적은 58.0%라는 충격적인 감소 폭을 기록했다. 회사 측은 지속되는 고유가 상황과 불안정한 글로벌 경제 여건이 소비 심리를 위축시킨 결과라고 분석하며, 향후 선적 일정 최적화 등을 통해 수출 물량 회복에 전력을 다할 방침이다.

 

 

 

벽화마을 원조 동피랑부터 해저터널까지, 통영 골목길 탐방

0여 년 전 학익진으로 왜군을 섬멸했던 격전의 현장이지만, 지금은 가두리 양식장 부표가 점점이 떠 있는 평화로운 바다로 변모했다. 섬 입구의 거북등대를 지나 제승당에 들어서면 삼도수군통제사로서 작전을 지휘하던 장군의 고뇌가 느껴진다. 특히 바다 건너 과녁을 향해 활을 쏘던 한산정은 밀물과 썰물의 차이를 전술에 활용하려 했던 장군의 치밀한 지혜를 엿볼 수 있는 유일무이한 장소다.통영이라는 지명 자체가 '삼도수군통제영'의 줄임말에서 유래했을 만큼, 이 도시는 조선 수군의 총사령부로서 오랜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1604년 현재의 통영항 일대로 본영을 옮긴 통제영은 군사적 요충지를 넘어 나전칠기 등 공예 생산의 중심지로서 지역 경제와 문화를 꽃피웠다. 비록 일제 강점기를 거치며 많은 건물이 소실되었으나, 본관이었던 세병관은 여전히 웅장한 자태로 남아 통영의 뿌리를 증명한다. 통제영의 역사는 통영이 단순한 항구 도시를 넘어 문화적 자부심이 강한 도시로 성장하는 밑거름이 되었다.자연이 빚어낸 한려수도의 비경은 미륵산 정상에서 그 정점을 찍는다. 케이블카를 이용해 손쉽게 오를 수 있는 이곳은 국립공원 100경 중 으뜸으로 꼽히며, 맑은 날에는 지리산 천왕봉과 일본 대마도까지 조망할 수 있는 탁 트인 시야를 제공한다. 전망대 근처의 '귀신 잡는 해병' 표지판은 6.25 전쟁 당시 통영상륙작전의 승전보를 전하던 종군기자의 문구에서 유래했다는 흥미로운 역사적 사실을 전한다. 산 아래로 펼쳐진 섬들의 군무는 왜 이곳이 동양의 나폴리라 불리는지 단번에 납득하게 만든다.통영의 골목길은 예술가들의 영감으로 가득 차 있다. 동쪽 비탈 마을인 동피랑은 철거 위기를 딛고 벽화 마을로 거듭나며 전국적인 관광 명소가 되었고, 서쪽의 서피랑은 유치환과 김춘수 등 문학인들의 감성을 담은 소박한 공간으로 사랑받고 있다. 통영반도와 미륵도를 잇는 동양 최초의 해저터널은 일제 강점기의 아픈 역사와 토목 기술이 공존하는 독특한 공간이다. 바다 밑 13m 아래를 걷다 보면 머리 위로 지나가는 배의 진동이 느껴지는 이색적인 경험을 할 수 있으며, 이는 통영만이 가진 입체적인 매력을 더해준다.예술의 향기는 시내 곳곳에서 파도처럼 밀려온다. 현대 음악의 거장 윤이상과 소설 '토지'의 박경리, '꽃'의 시인 김춘수 등 한국 예술사의 거성들이 모두 통영 출신이다. 특히 화가 이중섭은 피란 시절 통영에서 2년간 머물며 '황소'와 '흰소' 등 불후의 명작들을 남겼는데, 이 시기는 그의 예술 인생에서 가장 찬란했던 르네상스로 평가받는다. 매년 열리는 통영국제음악제와 박경리 기념관, 윤이상 기념관 등은 통영이 왜 '예술가를 낳는 땅'이라 불리는지 그 이유를 명확히 보여주는 문화적 자산들이다.통영 여행의 완성은 오감을 자극하는 미식에 있다. 봄철의 별미인 도다리쑥국은 해풍을 맞고 자란 쑥과 자연산 도다리가 만나 비린 맛 없이 향긋하고 시원한 국물 맛을 자랑한다. 통영 특유의 술 문화인 '다찌'는 정해진 메뉴 없이 그날의 제철 해산물이 상다리가 휘어지도록 차려지는 풍성함의 극치다. 여기에 멍게비빔밥과 충무김밥, 달콤한 꿀빵까지 더해지면 통영의 맛을 온전히 느꼈다고 할 수 있다. 호국과 예술, 그리고 미식이 어우러진 통영의 봄은 이 계절이 다 가기 전에 반드시 경험해야 할 축복과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