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큐브

6·3 지방선거 D-27, 흔들리는 진보 빅텐트

 6·3 지방선거와 재보궐선거를 목전에 두고 진보 진영의 후보 단일화 전선에 이상 기류가 포착됐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선거 연대 방침을 중앙당 차원의 전략적 결정에서 개별 후보들의 자율적 판단으로 선회하면서 야권 내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는 사실상 중앙당이 연대 협상에서 손을 떼겠다는 신호로 해석되어, 단일화를 통한 일대일 구도 형성을 기대했던 조국혁신당과 진보당의 거센 비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민주당은 이번 재보선이 치러지는 지역구 대부분이 기존 자당 의원들의 사퇴나 정무직 진출로 발생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기득권 사수' 의지를 분명히 했다. 강준현 수석대변인은 간담회를 통해 기존 민주당 의석이었던 13개 지역구를 반드시 지켜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이는 지역 자율에 맡긴다는 명분 뒤에 숨어 사실상 타 정당에 양보할 의사가 없음을 내비친 것으로, 연대 가능성을 낮게 보는 정무적 판단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평택을 국회의원 재선거는 양당 갈등의 뇌관이 되고 있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가 직접 출마한 이곳에 민주당이 과거 '조국 저격수'로 활동했던 김용남 후보를 전략적으로 배치했기 때문이다. 혁신당 측은 민주당의 귀책사유로 열리는 선거임에도 불구하고 무공천 대신 공격적인 인사를 공천한 것에 대해 강한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다. 김 후보의 과거 전력과 당적 변경 이력을 문제 삼으며 민주당의 정치적 진정성을 연일 몰아세우는 모양새다.

 

혁신당과 진보당 내부에서는 민주당이 야권 맏형으로서의 책임감을 저버리고 오만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성토가 쏟아졌다. 단일화 협상의 핵심 권한을 쥔 중앙당이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않고 후보 개인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연대 의지가 없다는 증거라는 지적이다. 진보당 관계자는 여권 심판을 위해 단일 대오를 형성해야 할 시점에 민주당이 지역구 챙기기에만 급급해 승리 가능성을 스스로 발로 차고 있다고 비판했다.

 


울산시장 선거 역시 야권 분열의 시험대가 되고 있다. 민주당과 혁신당, 진보당이 모두 후보를 낸 가운데 국민의힘에서 당적을 옮긴 민주당 김상욱 후보가 단일화를 제안하며 불씨를 살려둔 상태다. 하지만 민주당 지도부가 전 지역 승리를 결의하며 세몰이에 나선 상황에서 실질적인 양보가 이루어질지는 미지수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일부 지역에서 인지도 위주의 공천을 단행했을 뿐, 실제 승리 의지보다는 당세 확장에 치중하고 있다는 냉소적인 반응도 나온다.

 

한편 보수 진영에서는 인적 쇄신을 통한 전열 정비 움직임이 나타났다. 충남 공주·부여·청양 보궐선거 출마를 준비하던 정진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당의 결속을 위해 불출마를 선언하며 백의종군 의사를 밝혔다. 야권이 단일화 주도권을 놓고 내홍을 겪는 사이 여권은 자발적인 후보 조정을 통해 전열을 가다듬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진보 진영의 단일화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이번 선거의 구도는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벽화마을 원조 동피랑부터 해저터널까지, 통영 골목길 탐방

0여 년 전 학익진으로 왜군을 섬멸했던 격전의 현장이지만, 지금은 가두리 양식장 부표가 점점이 떠 있는 평화로운 바다로 변모했다. 섬 입구의 거북등대를 지나 제승당에 들어서면 삼도수군통제사로서 작전을 지휘하던 장군의 고뇌가 느껴진다. 특히 바다 건너 과녁을 향해 활을 쏘던 한산정은 밀물과 썰물의 차이를 전술에 활용하려 했던 장군의 치밀한 지혜를 엿볼 수 있는 유일무이한 장소다.통영이라는 지명 자체가 '삼도수군통제영'의 줄임말에서 유래했을 만큼, 이 도시는 조선 수군의 총사령부로서 오랜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1604년 현재의 통영항 일대로 본영을 옮긴 통제영은 군사적 요충지를 넘어 나전칠기 등 공예 생산의 중심지로서 지역 경제와 문화를 꽃피웠다. 비록 일제 강점기를 거치며 많은 건물이 소실되었으나, 본관이었던 세병관은 여전히 웅장한 자태로 남아 통영의 뿌리를 증명한다. 통제영의 역사는 통영이 단순한 항구 도시를 넘어 문화적 자부심이 강한 도시로 성장하는 밑거름이 되었다.자연이 빚어낸 한려수도의 비경은 미륵산 정상에서 그 정점을 찍는다. 케이블카를 이용해 손쉽게 오를 수 있는 이곳은 국립공원 100경 중 으뜸으로 꼽히며, 맑은 날에는 지리산 천왕봉과 일본 대마도까지 조망할 수 있는 탁 트인 시야를 제공한다. 전망대 근처의 '귀신 잡는 해병' 표지판은 6.25 전쟁 당시 통영상륙작전의 승전보를 전하던 종군기자의 문구에서 유래했다는 흥미로운 역사적 사실을 전한다. 산 아래로 펼쳐진 섬들의 군무는 왜 이곳이 동양의 나폴리라 불리는지 단번에 납득하게 만든다.통영의 골목길은 예술가들의 영감으로 가득 차 있다. 동쪽 비탈 마을인 동피랑은 철거 위기를 딛고 벽화 마을로 거듭나며 전국적인 관광 명소가 되었고, 서쪽의 서피랑은 유치환과 김춘수 등 문학인들의 감성을 담은 소박한 공간으로 사랑받고 있다. 통영반도와 미륵도를 잇는 동양 최초의 해저터널은 일제 강점기의 아픈 역사와 토목 기술이 공존하는 독특한 공간이다. 바다 밑 13m 아래를 걷다 보면 머리 위로 지나가는 배의 진동이 느껴지는 이색적인 경험을 할 수 있으며, 이는 통영만이 가진 입체적인 매력을 더해준다.예술의 향기는 시내 곳곳에서 파도처럼 밀려온다. 현대 음악의 거장 윤이상과 소설 '토지'의 박경리, '꽃'의 시인 김춘수 등 한국 예술사의 거성들이 모두 통영 출신이다. 특히 화가 이중섭은 피란 시절 통영에서 2년간 머물며 '황소'와 '흰소' 등 불후의 명작들을 남겼는데, 이 시기는 그의 예술 인생에서 가장 찬란했던 르네상스로 평가받는다. 매년 열리는 통영국제음악제와 박경리 기념관, 윤이상 기념관 등은 통영이 왜 '예술가를 낳는 땅'이라 불리는지 그 이유를 명확히 보여주는 문화적 자산들이다.통영 여행의 완성은 오감을 자극하는 미식에 있다. 봄철의 별미인 도다리쑥국은 해풍을 맞고 자란 쑥과 자연산 도다리가 만나 비린 맛 없이 향긋하고 시원한 국물 맛을 자랑한다. 통영 특유의 술 문화인 '다찌'는 정해진 메뉴 없이 그날의 제철 해산물이 상다리가 휘어지도록 차려지는 풍성함의 극치다. 여기에 멍게비빔밥과 충무김밥, 달콤한 꿀빵까지 더해지면 통영의 맛을 온전히 느꼈다고 할 수 있다. 호국과 예술, 그리고 미식이 어우러진 통영의 봄은 이 계절이 다 가기 전에 반드시 경험해야 할 축복과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