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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개헌 표결 강행 반대 나섰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정부와 여당이 동시에 밀어붙이고 있는 공소취소 특별검사법과 개헌 추진 행보를 향해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이 대표는 7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두 사안의 동시 추진이 논리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는 모순된 행태라고 지적했다. 개혁신당은 개헌의 필요성 자체에는 공감하며 발의 과정에 참여했으나, 현재 여권이 보여주는 방식은 헌법의 가치를 오히려 훼손하고 있다는 판단 하에 특검법 철회와 야당의 실질적 참여 보장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 대표는 특히 민주당이 주도하는 조작기소 특검법이 헌법이 규정한 사법권의 독립을 정면으로 부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미 검찰의 기소를 거쳐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는 재판 중인 사건을 입법부가 강제로 가져오는 구조 자체가 문제라는 시각이다. 그는 대통령이 임명한 특별검사가 공소 유지 여부를 결정하게 만든 설계는 결국 본인이 선임한 인물에게 자신의 재판 결과를 맡기는 꼴이라며, 이는 사법권이 법원에 속한다는 헌법 제101조 1항을 명백히 위반하는 행위라고 규정했다.

 


과거 군사정권 시절에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초법적 발상이 현재의 민주공화국 집권 세력에 의해 추진되고 있다는 점도 이 대표의 비판 지점이다. 그는 한쪽에서는 헌법 정신을 파괴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려 하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새로운 헌법을 쓰겠다고 외치는 상황을 두고 국민이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헌법이라는 숭고한 가치가 특정 정파의 단기적인 선거 전략이나 이해관계에 따라 소모품처럼 취급되어서는 안 된다는 경고도 덧붙였다.

 

다가오는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개헌이 정치적 도구로 전락할 위험성에 대해서도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국민의힘이 당론으로 개헌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는 상황에서 강행되는 본회의 표결은 결국 정족수 미달로 인해 개표조차 하지 못한 채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 대표는 결과가 뻔히 보이는 표결을 정치적 일정에 쫓겨 무리하게 진행하는 것은 개헌안이 가진 진정성을 스스로 깎아먹는 행위가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따라서 이 대표는 마지막 순간까지 제1야당인 국민의힘이 개헌 논의의 장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설득의 문을 열어두어야 한다는 대안을 제시했다. 모든 외교적, 정치적 노력을 다한 뒤에도 야당이 외면한다면 그때 국민의 심판을 물어야지, 최소한의 합의 과정도 생략한 채 표결을 강행하는 것은 개헌의 동력을 상실케 하는 자충수라는 것이다. 그는 민주당을 향해 공소취소 특검법을 즉각 거둬들이고 살아있는 헌법부터 수호하는 진정성을 보이라고 촉구했다.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이 대표는 투표 성립이 불투명하지만 본회의에는 참석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개헌 반대론자를 계엄 옹호론자로 몰아세우는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서는 전형적인 갈라치기 정치라며, 개헌을 대하는 정부와 여당의 의도가 순수하지 못하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한 셈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질 보궐선거 후보군에 대해서는 현재 3~4명 정도를 검토 중이라며 선거 준비 상황을 전했다.

 

 

 

러시아 국경 옆 시르케네스, 방공호에 새겨진 320번의 공습

'후르티그루텐'은 1893년부터 해안가 34개 항구를 잇는 노르웨이의 생명선 역할을 해왔다. 산과 피오르가 육로를 차단한 지형적 특성상 바다는 노르웨이인들에게 풍경이기에 앞서 유일한 길이었다. 폭풍우 속에서도 멈추지 않고 항해하는 이 배는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노르웨이 사람들의 국민적 기억을 공유하는 움직이는 박물관과 같다.시르케네스 도심 지하에는 2차 세계대전 당시의 참혹했던 기억을 고스란히 간직한 방공호 '앤더스그로타'가 숨겨져 있다. 독일군의 군사 거점이었던 이 도시는 4년 동안 무려 320차례의 공습을 견뎌내야 했으며, 시민들은 차갑고 축축한 바위 터널 속에서 생사를 넘나드는 시간을 보냈다. 전기도 화장실도 없는 극한의 환경 속에서 아이가 태어나고 노인이 숨을 거두던 이 공간은 이제 역사의 증언자가 되어 방문객들을 맞이한다. 지상의 평화로운 설경 아래 잠든 지하의 상흔은 이 도시가 짊어진 시간의 무게를 실감하게 한다.도시를 벗어나 차로 40분 거리에 있는 네이든 지역에는 국경이 갈라놓은 또 다른 아픔이 남아 있다. '아브 박물관'은 노르웨이와 핀란드, 러시아 접경지에 거주해온 원주민 스콜트 사미족의 문화를 보존하는 최전선이다. 19세기 이후 강대국들의 국경 긋기로 인해 생활권이 세 나라로 찢긴 이들은 가족과 생이별하는 고통을 겪어야 했다. 특히 최근의 국제 정세 악화로 러시아 쪽 동족들과의 교류가 완전히 단절되면서, 이들이 겪는 문화적 고립감과 언어 소멸의 위기는 더욱 깊어지고 있다.사라져가는 스콜트 사미어를 되살리려는 현지의 노력은 눈물겹다. 노르웨이 내에서 이 언어를 일상적으로 구사할 수 있는 인구는 이제 손에 꼽을 정도지만, 박물관의 도슨트들은 수업을 통해 새로운 구사자를 길러내며 언어의 맥을 잇고 있다. 언어는 단순히 소통의 도구를 넘어 한 민족의 정체성과 역사를 담는 그릇이기에, 이들의 수업은 사라진 뿌리를 찾는 고단한 여정과도 같다. 국경이 그어놓은 선을 넘어 언어라는 보이지 않는 끈으로 민족의 영혼을 연결하려는 시도는 계속되고 있다.시르케네스의 여행이 비장미로만 가득한 것은 아니다. 묵직한 역사를 마주한 뒤 바렌츠해에서 갓 잡아 올린 킹크랩을 맛보는 경험은 여행자에게 주어지는 가장 선명한 위로다.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식탁 위에서 여행자들은 방공호의 차가운 공기와 사미어 노래의 애잔함을 되새기며 북극권 항구도시의 매력을 온몸으로 만끽한다. 역사적 상흔과 풍요로운 바다의 혜택이 공존하는 이 독특한 환경은 시르케네스만이 줄 수 있는 특별한 감동의 원천이 된다.노르웨이의 북동쪽 끝에서 마주하는 시간은 풍경을 감상하는 차원을 넘어 인류의 보편적인 고통과 회복의 과정을 목격하는 일이 된다. 바닷길을 통해 이어져 온 사람들의 삶과 전쟁이 남긴 흉터, 그리고 소멸에 저항하는 원주민의 목소리가 한데 어우러져 시르케네스라는 도시의 서사를 완성한다. 여행자들은 이곳에서 북쪽 끝의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보이지 않는 국경 너머로 이어지는 인간의 의지와 문화의 생명력을 다시금 확인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