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산업

린트 "초콜릿에 커피 한 잔"…미식 페어링 제안

 식품 및 유통업계가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소비자들의 오감을 자극하는 이색적인 마케팅과 신제품을 쏟아내며 대목 잡기에 나섰다. 단순한 선물용 제품 출시를 넘어 특정 음료와의 조합을 제안하거나 아웃도어 브랜드와 손을 잡는 등 기존의 틀을 깨는 시도가 눈길을 끈다. 프리미엄 초콜릿 브랜드 린트 & 슈프륀글리는 커피와 초콜릿의 조화를 강조한 페어링 캠페인을 통해 일상의 휴식 시간을 특별한 미식 경험으로 전환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전문 쇼콜라티에가 다크 초콜릿의 함량에 따라 플랫 화이트나 리스트레토 등 최적의 커피 메뉴를 추천하며 깊이 있는 풍미를 제안하고 있다.

 

가족 간의 감사를 전하는 디저트 시장에서는 시각적인 화려함과 캐릭터를 활용한 친숙함이 핵심 키워드로 떠올랐다. 배스킨라빈스는 카네이션과 하트를 형상화한 아이스크림 케이크를 출시해 어버이날과 부부의 날 선물 수요를 공략하고 있다. 동시에 어린이날을 겨냥해 포켓몬스터의 인기 캐릭터들을 입체적으로 구현한 케이크 4종을 함께 선보이며 전 연령대를 아우르는 라인업을 완성했다. 이는 감사의 메시지를 담은 머랭 장식과 아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를 조화시켜 가족 단위 소비자의 선택 폭을 넓히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주방용품 업계 역시 오랜 기간 브랜드를 지지해온 충성 고객을 위한 보상 프로그램과 감각적인 신제품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휘슬러코리아는 5월 한 달간 기존 제품 보유 고객이 최신 시리즈로 교체할 수 있는 특별 혜택을 제공하며 브랜드 가치 재정립에 나섰다. 특히 독일의 전통적인 디자인 요소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라인업을 중심으로 주방에서의 경험을 확장하는 페스티벌을 운영한다. 이는 단순한 도구 판매를 넘어 주방을 하나의 문화 공간으로 인식하는 소비자 트렌드를 반영한 결과다.

 

디자인과 기능성을 동시에 잡은 프리미엄 쿡웨어의 출시도 이어지고 있다. 르크루제는 가벼우면서도 열전도율이 뛰어난 카본 스틸 소재의 에나멜 팟 컬렉션을 선보이며 테이블 스타일링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 세련된 컬러감과 골드 손잡이로 장식된 이번 컬렉션은 조리 시간을 단축하면서도 음식의 온도를 오랫동안 유지해주는 실용성을 갖췄다. 특히 얼룩과 스크래치에 강한 특수 코팅을 적용해 위생적인 면까지 고려함으로써 인테리어 소품으로서의 가치와 조리 기구로서의 본질을 모두 충족시켰다.

 


편의점 업계는 상식을 파괴하는 이색 협업을 통해 재미를 추구하는 '펀슈머'들의 취향을 정격 조준하고 있다. CU는 아웃도어 브랜드 아이더의 냉감 티셔츠 소재감을 아이스크림으로 재현한 독특한 콘셉트의 제품을 출시했다. 티셔츠의 주름진 질감을 시각적으로 구현하고 청량한 블루 레몬에이드 맛을 입혀 '입는 아이스크림'이라는 가상의 경험을 현실화했다. 이러한 하이퍼 리얼리즘 마케팅은 실제 사물의 형태를 본뜬 제품들이 기록적인 판매량을 올리는 최근 유통가 흐름과 궤를 같이하며 젊은 층의 호응을 얻고 있다.

 

야외 활동이 급증하는 입하 시기에 맞춰 유통가 전반에서는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입체적인 마케팅 활동이 전개될 예정이다. 유튜브 채널과의 협업이나 SNS 경품 이벤트 등을 통해 소비자 접점을 넓히는 한편, 실제 제품의 형태를 정교하게 묘사한 디자인으로 구매 욕구를 자극하고 있다. 5월 한 달간 이어지는 이러한 공세는 고물가 속에서도 특별한 가치를 찾는 소비자들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하며 유통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국경 옆 시르케네스, 방공호에 새겨진 320번의 공습

'후르티그루텐'은 1893년부터 해안가 34개 항구를 잇는 노르웨이의 생명선 역할을 해왔다. 산과 피오르가 육로를 차단한 지형적 특성상 바다는 노르웨이인들에게 풍경이기에 앞서 유일한 길이었다. 폭풍우 속에서도 멈추지 않고 항해하는 이 배는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노르웨이 사람들의 국민적 기억을 공유하는 움직이는 박물관과 같다.시르케네스 도심 지하에는 2차 세계대전 당시의 참혹했던 기억을 고스란히 간직한 방공호 '앤더스그로타'가 숨겨져 있다. 독일군의 군사 거점이었던 이 도시는 4년 동안 무려 320차례의 공습을 견뎌내야 했으며, 시민들은 차갑고 축축한 바위 터널 속에서 생사를 넘나드는 시간을 보냈다. 전기도 화장실도 없는 극한의 환경 속에서 아이가 태어나고 노인이 숨을 거두던 이 공간은 이제 역사의 증언자가 되어 방문객들을 맞이한다. 지상의 평화로운 설경 아래 잠든 지하의 상흔은 이 도시가 짊어진 시간의 무게를 실감하게 한다.도시를 벗어나 차로 40분 거리에 있는 네이든 지역에는 국경이 갈라놓은 또 다른 아픔이 남아 있다. '아브 박물관'은 노르웨이와 핀란드, 러시아 접경지에 거주해온 원주민 스콜트 사미족의 문화를 보존하는 최전선이다. 19세기 이후 강대국들의 국경 긋기로 인해 생활권이 세 나라로 찢긴 이들은 가족과 생이별하는 고통을 겪어야 했다. 특히 최근의 국제 정세 악화로 러시아 쪽 동족들과의 교류가 완전히 단절되면서, 이들이 겪는 문화적 고립감과 언어 소멸의 위기는 더욱 깊어지고 있다.사라져가는 스콜트 사미어를 되살리려는 현지의 노력은 눈물겹다. 노르웨이 내에서 이 언어를 일상적으로 구사할 수 있는 인구는 이제 손에 꼽을 정도지만, 박물관의 도슨트들은 수업을 통해 새로운 구사자를 길러내며 언어의 맥을 잇고 있다. 언어는 단순히 소통의 도구를 넘어 한 민족의 정체성과 역사를 담는 그릇이기에, 이들의 수업은 사라진 뿌리를 찾는 고단한 여정과도 같다. 국경이 그어놓은 선을 넘어 언어라는 보이지 않는 끈으로 민족의 영혼을 연결하려는 시도는 계속되고 있다.시르케네스의 여행이 비장미로만 가득한 것은 아니다. 묵직한 역사를 마주한 뒤 바렌츠해에서 갓 잡아 올린 킹크랩을 맛보는 경험은 여행자에게 주어지는 가장 선명한 위로다.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식탁 위에서 여행자들은 방공호의 차가운 공기와 사미어 노래의 애잔함을 되새기며 북극권 항구도시의 매력을 온몸으로 만끽한다. 역사적 상흔과 풍요로운 바다의 혜택이 공존하는 이 독특한 환경은 시르케네스만이 줄 수 있는 특별한 감동의 원천이 된다.노르웨이의 북동쪽 끝에서 마주하는 시간은 풍경을 감상하는 차원을 넘어 인류의 보편적인 고통과 회복의 과정을 목격하는 일이 된다. 바닷길을 통해 이어져 온 사람들의 삶과 전쟁이 남긴 흉터, 그리고 소멸에 저항하는 원주민의 목소리가 한데 어우러져 시르케네스라는 도시의 서사를 완성한다. 여행자들은 이곳에서 북쪽 끝의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보이지 않는 국경 너머로 이어지는 인간의 의지와 문화의 생명력을 다시금 확인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