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이슈

호르무즈 봉쇄에 북한 직격탄…한 달 새 기름값 60% 폭등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감이 원유 공급망을 마비시키면서 그 여파가 북한 장마당 경제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히고 있다. 최근 미국의 대이란 군사 행동과 이에 대응한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조치는 국제 유가의 가파른 상승을 불러왔고, 이는 외부 변수에 취약한 북한의 연료 가격을 한 달 만에 60% 이상 끌어올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특히 평양의 실질 휘발유 가격이 한국의 소매 가격을 넘어서는 기현상이 발생하면서, 자력갱생을 강조해온 북한 당국의 경제 통제력이 한계에 부딪혔다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 전문 매체들의 조사에 따르면 현재 평양에서 거래되는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약 2,261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이는 같은 시기 한국의 보통휘발유 평균 가격인 2,043원을 훌쩍 상회하는 수치다.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한국보다 저렴한 수준을 유지했던 북한의 유가가 이토록 단기간에 역전된 배경에는 국제 원유 시장의 수급 불균형과 더불어 북한 내부의 극심한 공급 불안이 자리 잡고 있다. 제재로 인해 정상적인 수입 경로가 막힌 상황에서 국제 가격 급등은 장마당 가격에 즉각적이고 증폭된 형태로 반영되고 있다.

 


연료 가격 폭등의 또 다른 주범은 북한 원화 가치의 급격한 하락이다. 최근 북한 내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두 달 사이 50% 가까이 치솟으며 외화 대비 가치가 폭락했다. 연료를 들여오는 데 필요한 외화 부담이 가중되자 시장에서는 가격이 더 오르기 전에 물량을 확보하려는 사재기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이란발 전쟁 위기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미래에 대한 불안 심리가 시장 거래를 자극했고, 이는 결국 실물 물가를 밀어 올리는 악순환의 고리를 형성했다.

 

에너지난이 심화되자 북한 정권은 러시아와의 밀착 행보를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려 애쓰고 있다. 북한 당국은 최근 러시아 측에 휘발유와 경유뿐만 아니라 원유와 역청 등 대규모 석유 제품의 추가 공급을 긴급히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 위원장이 북러 관계를 강화하며 에너지 숨통을 틔우려 노력하고 있지만, 국제 유가 급등과 환율 불안이라는 거대한 파고를 막기에는 역부족인 실정이다. 러시아 역시 국제 정세에 따라 공급량을 조절하고 있어 북한의 에너지 안보는 여전히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연료비 상승이 단순히 차량 운행 비용의 증가에 그치지 않고 식량과 생필품 등 민생 물가 전반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한다. 북한 경제 구조상 연료비가 오르면 농기계 가동과 화물 운송 비용이 동반 상승하게 되며, 이는 장마당에서 거래되는 곡물과 공산품 가격에 고스란히 전가된다. 소득 수준이 낮은 북한 주민들에게 이러한 물가 충격은 생존과 직결된 문제이며, 가격 충격을 흡수할 여력이 없는 취약 계층의 고통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중동에서 시작된 불똥이 평양의 장마당까지 번진 현재 상황은 북한의 폐쇄적인 경제 체제 역시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영향권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증명한다. 평양의 휘발유값이 서울보다 비싸졌다는 사실은 김정은 체제가 직면한 경제적 딜레마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국제 유가의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는 한 북한 내부의 물가 불안과 경제적 압박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며, 이는 북한 당국에 상당한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된다.

 

러시아 국경 옆 시르케네스, 방공호에 새겨진 320번의 공습

'후르티그루텐'은 1893년부터 해안가 34개 항구를 잇는 노르웨이의 생명선 역할을 해왔다. 산과 피오르가 육로를 차단한 지형적 특성상 바다는 노르웨이인들에게 풍경이기에 앞서 유일한 길이었다. 폭풍우 속에서도 멈추지 않고 항해하는 이 배는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노르웨이 사람들의 국민적 기억을 공유하는 움직이는 박물관과 같다.시르케네스 도심 지하에는 2차 세계대전 당시의 참혹했던 기억을 고스란히 간직한 방공호 '앤더스그로타'가 숨겨져 있다. 독일군의 군사 거점이었던 이 도시는 4년 동안 무려 320차례의 공습을 견뎌내야 했으며, 시민들은 차갑고 축축한 바위 터널 속에서 생사를 넘나드는 시간을 보냈다. 전기도 화장실도 없는 극한의 환경 속에서 아이가 태어나고 노인이 숨을 거두던 이 공간은 이제 역사의 증언자가 되어 방문객들을 맞이한다. 지상의 평화로운 설경 아래 잠든 지하의 상흔은 이 도시가 짊어진 시간의 무게를 실감하게 한다.도시를 벗어나 차로 40분 거리에 있는 네이든 지역에는 국경이 갈라놓은 또 다른 아픔이 남아 있다. '아브 박물관'은 노르웨이와 핀란드, 러시아 접경지에 거주해온 원주민 스콜트 사미족의 문화를 보존하는 최전선이다. 19세기 이후 강대국들의 국경 긋기로 인해 생활권이 세 나라로 찢긴 이들은 가족과 생이별하는 고통을 겪어야 했다. 특히 최근의 국제 정세 악화로 러시아 쪽 동족들과의 교류가 완전히 단절되면서, 이들이 겪는 문화적 고립감과 언어 소멸의 위기는 더욱 깊어지고 있다.사라져가는 스콜트 사미어를 되살리려는 현지의 노력은 눈물겹다. 노르웨이 내에서 이 언어를 일상적으로 구사할 수 있는 인구는 이제 손에 꼽을 정도지만, 박물관의 도슨트들은 수업을 통해 새로운 구사자를 길러내며 언어의 맥을 잇고 있다. 언어는 단순히 소통의 도구를 넘어 한 민족의 정체성과 역사를 담는 그릇이기에, 이들의 수업은 사라진 뿌리를 찾는 고단한 여정과도 같다. 국경이 그어놓은 선을 넘어 언어라는 보이지 않는 끈으로 민족의 영혼을 연결하려는 시도는 계속되고 있다.시르케네스의 여행이 비장미로만 가득한 것은 아니다. 묵직한 역사를 마주한 뒤 바렌츠해에서 갓 잡아 올린 킹크랩을 맛보는 경험은 여행자에게 주어지는 가장 선명한 위로다.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식탁 위에서 여행자들은 방공호의 차가운 공기와 사미어 노래의 애잔함을 되새기며 북극권 항구도시의 매력을 온몸으로 만끽한다. 역사적 상흔과 풍요로운 바다의 혜택이 공존하는 이 독특한 환경은 시르케네스만이 줄 수 있는 특별한 감동의 원천이 된다.노르웨이의 북동쪽 끝에서 마주하는 시간은 풍경을 감상하는 차원을 넘어 인류의 보편적인 고통과 회복의 과정을 목격하는 일이 된다. 바닷길을 통해 이어져 온 사람들의 삶과 전쟁이 남긴 흉터, 그리고 소멸에 저항하는 원주민의 목소리가 한데 어우러져 시르케네스라는 도시의 서사를 완성한다. 여행자들은 이곳에서 북쪽 끝의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보이지 않는 국경 너머로 이어지는 인간의 의지와 문화의 생명력을 다시금 확인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