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산업

애플, '시리 지연' 소송에 3600억 합의… 신뢰도 치명타

 애플이 인공지능 스마트폰 시장에서 예상치 못한 법적 분쟁에 휘말리며 체면을 구겼다. 아이폰의 핵심 경쟁력으로 홍보했던 고도화된 인공지능 비서 서비스가 약속된 시기에 구현되지 않으면서 미국 소비자들과 거액의 배상금 합의에 도달한 것이다. 이번 사태는 첨단 기술을 앞세운 마케팅이 실제 제품 성능과 일치하지 않을 때 기업이 직면할 수 있는 리스크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받는다.

 

미국 현지 보도에 따르면 애플은 시리의 지능형 기능 지연과 관련해 약 2억 5,000만 달러 규모의 집단소송 합의안을 마련했다. 소송을 제기한 소비자들은 애플이 아이폰 16 시리즈를 판매하며 사용자의 맥락을 이해하는 혁신적인 AI 비서 기능을 대대적으로 광고했으나, 정작 제품 출시 단계에서는 해당 기능이 누락되었다고 주장했다. 애플은 위법 행위를 공식 인정하지는 않았지만, 브랜드 신뢰도 하락을 막기 위해 거액의 합의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논란의 중심에는 애플이 공언했던 ‘애플 인텔리전스’의 핵심인 시리의 개편이 자리 잡고 있다. 당초 애플은 시리가 기기 내 메시지와 일정, 사진 정보를 통합적으로 분석해 개인화된 비서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실제 사용자들은 제품 구매 후에도 상당 기간 동안 약속된 기능을 경험하지 못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동시에 통제하며 완벽한 통합을 자랑하던 애플의 폐쇄적 생태계 전략이 오히려 AI 서비스 구현 속도에서는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애플이 주춤하는 사이 경쟁자인 삼성전자와 구글은 실용적인 AI 기능을 앞세워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S26 시리즈를 통해 실시간 통역과 이미지 편집 등 사용자가 즉각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기능을 안정적으로 제공하며 대조적인 행보를 보였다. 미래의 비전을 제시하기보다 현재 구동 가능한 기술을 마케팅 전면에 내세운 전략이 소비자들에게 더 높은 신뢰를 얻고 있는 셈이다.

 


구글 역시 안드로이드 플랫폼에 생성형 AI 모델인 제미나이를 깊숙이 이식하며 생태계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구글은 이달 중 열리는 개발자 행사를 통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전반에 적용될 새로운 AI 기능을 대거 공개할 예정이다. 자체 기술 완성도에 집중하는 애플과 달리, 구글은 안드로이드 진영 전체의 AI 상향 평준화를 꾀하며 애플의 점유율을 압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의 마케팅 패러다임을 바꿀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소비자들이 더 이상 화려한 미래 기술의 청사진에만 현혹되지 않고, 구매 시점에서 즉시 사용 가능한 기능의 완성도를 중시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다음 달 예정된 세계개발자회의에서 애플이 실추된 신뢰를 회복할 만한 구체적인 로드맵과 완성도 높은 결과물을 내놓지 못한다면, AI 폰 시장의 주도권은 경쟁사들로 완전히 넘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7월은 늦다" 조기 휴가족, 일본 소도시 온천 점령

시 온천 거점들이 대안 행선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들 지역은 비행시간이 2시간 내외로 짧아 유류할증료 부담을 덜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대도시의 번잡함에서 벗어나 현지의 깊이 있는 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실속형 여행자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 7~8월의 폭염과 인파를 피해 자연의 청량함을 만끽하려는 이들을 위해 규슈와 야마구치 일대 주요 온천 거점들의 현지화 전략과 매력을 짚어보았다.풍부한 온천 용출량을 자랑하는 오이타현 벳푸시의 카이 벳푸는 고즈넉한 골목의 정취를 보존하며 방문객을 맞이하고 있다. 이곳은 바다를 조망하는 개방형 족욕 공간에서 해풍을 느끼며 하루를 시작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낮 시간에는 온천수를 활용한 전통 염색 기법 실습 등 향토 공예 체험이 진행되며, 밤에는 지역 민속 연희 재현과 현지 소주 시음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특히 9월 말까지 이어지는 디지털 매핑 야간 축제와 7월 하순의 불꽃놀이는 객실에서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어 가족 단위 여행객들에게 인기가 높다. 오이타와 후쿠오카 공항을 통한 접근성도 뛰어나 이동의 편의성을 확보했다.농경지의 원풍경을 건축에 녹여내 차별화를 시도한 사례도 주목할 만하다. 세계적인 건축 거장 쿠마 겐고가 설계를 맡은 카이 유후인은 지역 고유의 계단식 논을 단지 중앙에 배치해 독특한 경관을 창출했다. 초여름의 연둣빛 다랑논과 유후타케산의 웅장한 전경이 온천 욕장과 하나로 연결되는 시각적 경험은 이곳만의 독보적인 매력이다. 객실 내부에는 반딧불이를 형상화한 인테리어와 지역 희귀 식물인 시치토 골풀로 만든 조명이 배치되어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후쿠오카 공항에서 고속버스와 셔틀버스를 연계해 도달할 수 있는 이곳은 자연 속의 완전한 고립을 선사한다.무더위를 피해 쾌적한 기후를 찾는 여행객들에게는 나가사키현 운젠 고원의 카이 운젠이 최적의 장소다. 해발 700미터 국립공원 내에 위치해 평지보다 기온이 현저히 낮아 여름철 피서지로 각광받는다. 이곳은 불투명한 우윳빛 강산성 온천수가 특징이며, 안개 자욱한 고원을 배경으로 즐기는 노천욕은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객실은 네덜란드와 중국, 일본의 문화가 융합된 나가사키 특유의 역사성을 반영해 조성되었으며, 지역 식자재인 날치 육수를 베이스로 한 전통 요리가 제공된다. 나가사키 공항과 인접해 지방 공항 노선 이용객들의 접근성도 우수하다.대자연의 지형적 특성을 극대화한 가고시마현의 카이 기리시마는 활화산 사쿠라지마의 광활한 전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구조로 기획되었다. 시설 내 전용 경사궤도 차량을 타고 억새 평원 한가운데로 이동하면 자연 속에 숨겨진 노천탕을 마주하게 된다. 주간에는 화산 토양을 활용한 원예 체험이 제공되며, 저녁에는 남규슈 고유의 음주 문화인 '다레야메'를 통해 고구마 소주와 특제 디저트의 조화를 맛볼 수 있다. 매일 밤 펼쳐지는 건국 신화 기반의 타악 공연은 투숙객들에게 강렬한 문화적 인상을 남긴다. 가고시마 직항 노선을 이용하면 신속한 이동이 가능하다.마지막으로 야마구치현의 카이 나가토는 민관 합작 온천마을 재생 사업의 성공 모델로 꼽힌다. 에도 시대 영주들이 머물던 번저를 복원한 외관은 과거로의 시간 여행을 제안한다. 시설 앞 오토즈레강을 따라 정비된 산책로와 수변 테라스는 여유로운 휴식을 돕는다. 이곳은 과학적인 온천 이용법을 지도하는 현대적 탕치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알칼리성 온천수로 몸을 데운 뒤 지역 공예품을 활용한 서예 체험으로 마음의 안정을 도모할 수 있다. 기타큐슈 공항을 통한 진입이 용이하며 렌터카를 이용한 소도시 여행의 거점으로도 손색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