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산업

수출 회복에 힘받은 韓 경제…1분기 GDP 성장률 주요국 1위


한국 경제가 올해 1분기 글로벌 주요국 가운데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성장률이 주요국 하위권까지 밀렸던 흐름을 끊고, 불과 한 분기 만에 선두권으로 올라선 것이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회복이 전체 성장률을 끌어올린 핵심 요인으로 분석된다.12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 GDP 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1.694%를 기록했다. 전날까지 1분기 성장률 속보치를 발표한 주요 22개국 중 가장 높은 수치다. 한국은 지난해 4분기 주요 41개국 가운데 38위 수준에 그치며 부진했지만, 이번 분기에는 뚜렷한 반등세를 보였다.

 

한국의 성장률은 전통적으로 높은 성장세를 보이는 아시아 신흥국과 비교해도 앞섰다. 1분기 성장률이 1%를 넘은 국가는 한국과 인도네시아, 중국뿐이었다. 인도네시아는 1.367%, 중국은 1.3%를 기록했다. 미국은 0.494%, 캐나다는 0.4%, 독일은 0.334%에 머물렀고 프랑스는 0.005%로 사실상 정체에 가까웠다. 아일랜드와 멕시코는 마이너스 성장률을 나타냈다.

 

성장률 반등의 중심에는 수출이 있었다. 1분기 수출은 정보기술 품목을 중심으로 5.1% 증가했다. 특히 반도체 경기 회복이 전체 수출 증가를 이끌었다. 순수출의 성장 기여도는 1.1%포인트로 집계돼, 이번 성장률 상승의 상당 부분을 설명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대표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 개선도 경기 회복 기대감을 키웠다.

 


한국이 다른 주요국의 1분기 성장률 발표 이후에도 1위 자리를 지킬 경우, 이는 2010년 1분기 이후 16년 만의 기록이 된다. 당시에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교역이 회복되면서 자동차와 반도체 수출이 빠르게 늘었고, 한국 경제가 높은 성장률을 기록한 바 있다. 이번에도 수출 주력 업종의 회복이 성장률을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당시와 닮은 흐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예상보다 강한 성장세에 경제 전망도 달라지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1%에서 2.8%로 높였다. 한국은행도 이달 말 발표할 수정 경제전망에서 성장률 전망치를 조정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다만 2분기 이후 흐름은 아직 장담하기 어렵다. 1분기 성장률이 큰 폭으로 오른 만큼 기저효과로 다음 분기 성장률이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중동 지역 긴장과 글로벌 통상 환경 변화 등 대외 불확실성도 부담 요인이다. 전문가들은 수출 호조가 소비와 투자 회복으로 이어져야 경기 반등이 일시적 흐름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한다. 반도체에 집중된 성장 동력을 내수와 다른 산업으로 확산시키는 것이 한국 경제의 다음 과제로 꼽힌다.

 

벽화마을 원조 동피랑부터 해저터널까지, 통영 골목길 탐방

0여 년 전 학익진으로 왜군을 섬멸했던 격전의 현장이지만, 지금은 가두리 양식장 부표가 점점이 떠 있는 평화로운 바다로 변모했다. 섬 입구의 거북등대를 지나 제승당에 들어서면 삼도수군통제사로서 작전을 지휘하던 장군의 고뇌가 느껴진다. 특히 바다 건너 과녁을 향해 활을 쏘던 한산정은 밀물과 썰물의 차이를 전술에 활용하려 했던 장군의 치밀한 지혜를 엿볼 수 있는 유일무이한 장소다.통영이라는 지명 자체가 '삼도수군통제영'의 줄임말에서 유래했을 만큼, 이 도시는 조선 수군의 총사령부로서 오랜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1604년 현재의 통영항 일대로 본영을 옮긴 통제영은 군사적 요충지를 넘어 나전칠기 등 공예 생산의 중심지로서 지역 경제와 문화를 꽃피웠다. 비록 일제 강점기를 거치며 많은 건물이 소실되었으나, 본관이었던 세병관은 여전히 웅장한 자태로 남아 통영의 뿌리를 증명한다. 통제영의 역사는 통영이 단순한 항구 도시를 넘어 문화적 자부심이 강한 도시로 성장하는 밑거름이 되었다.자연이 빚어낸 한려수도의 비경은 미륵산 정상에서 그 정점을 찍는다. 케이블카를 이용해 손쉽게 오를 수 있는 이곳은 국립공원 100경 중 으뜸으로 꼽히며, 맑은 날에는 지리산 천왕봉과 일본 대마도까지 조망할 수 있는 탁 트인 시야를 제공한다. 전망대 근처의 '귀신 잡는 해병' 표지판은 6.25 전쟁 당시 통영상륙작전의 승전보를 전하던 종군기자의 문구에서 유래했다는 흥미로운 역사적 사실을 전한다. 산 아래로 펼쳐진 섬들의 군무는 왜 이곳이 동양의 나폴리라 불리는지 단번에 납득하게 만든다.통영의 골목길은 예술가들의 영감으로 가득 차 있다. 동쪽 비탈 마을인 동피랑은 철거 위기를 딛고 벽화 마을로 거듭나며 전국적인 관광 명소가 되었고, 서쪽의 서피랑은 유치환과 김춘수 등 문학인들의 감성을 담은 소박한 공간으로 사랑받고 있다. 통영반도와 미륵도를 잇는 동양 최초의 해저터널은 일제 강점기의 아픈 역사와 토목 기술이 공존하는 독특한 공간이다. 바다 밑 13m 아래를 걷다 보면 머리 위로 지나가는 배의 진동이 느껴지는 이색적인 경험을 할 수 있으며, 이는 통영만이 가진 입체적인 매력을 더해준다.예술의 향기는 시내 곳곳에서 파도처럼 밀려온다. 현대 음악의 거장 윤이상과 소설 '토지'의 박경리, '꽃'의 시인 김춘수 등 한국 예술사의 거성들이 모두 통영 출신이다. 특히 화가 이중섭은 피란 시절 통영에서 2년간 머물며 '황소'와 '흰소' 등 불후의 명작들을 남겼는데, 이 시기는 그의 예술 인생에서 가장 찬란했던 르네상스로 평가받는다. 매년 열리는 통영국제음악제와 박경리 기념관, 윤이상 기념관 등은 통영이 왜 '예술가를 낳는 땅'이라 불리는지 그 이유를 명확히 보여주는 문화적 자산들이다.통영 여행의 완성은 오감을 자극하는 미식에 있다. 봄철의 별미인 도다리쑥국은 해풍을 맞고 자란 쑥과 자연산 도다리가 만나 비린 맛 없이 향긋하고 시원한 국물 맛을 자랑한다. 통영 특유의 술 문화인 '다찌'는 정해진 메뉴 없이 그날의 제철 해산물이 상다리가 휘어지도록 차려지는 풍성함의 극치다. 여기에 멍게비빔밥과 충무김밥, 달콤한 꿀빵까지 더해지면 통영의 맛을 온전히 느꼈다고 할 수 있다. 호국과 예술, 그리고 미식이 어우러진 통영의 봄은 이 계절이 다 가기 전에 반드시 경험해야 할 축복과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