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이슈

학교 총격 다룬 오페라 '이노센스', 뉴욕 메트 뒤흔든 전율

 오페라는 흔히 화려한 의상과 박제된 옛이야기에 머물러 있는 장르로 인식되곤 하지만, 최근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무대에 오른 '이노센스'는 이러한 편견을 정면으로 무너뜨렸다. 지난해 세상을 떠난 핀란드 작곡가 카이야 사리아호의 마지막 선물인 이 작품은 10년 전 국제학교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의 비극을 다룬다. 2021년 유럽에서 첫선을 보인 이후 세계 유수의 극장을 거쳐 마침내 뉴욕에 상륙한 이 오페라는, 타인의 고통에 무감각해진 현대인들에게 예술이 던질 수 있는 가장 묵직한 질문을 던지며 관객들을 전율케 했다.

 

극의 무대는 핀란드 헬싱키의 한 레스토랑에서 열리는 평범한 결혼 피로연으로 시작된다. 축복이 가득해야 할 공간이지만, 신랑 가족이 10년 전 비극의 가해자였다는 사실과 그날 딸을 잃은 유족이 웨이트리스로 고용되었다는 기막힌 우연이 겹치며 공기는 차갑게 얼어붙는다. 연출가 사이먼 스톤은 회전하는 2층 건물을 활용해 현재의 연회장과 과거의 참혹했던 교실을 끊임없이 교차시킨다. 무대가 회전할 때마다 관객은 화려한 예식장 이면에 숨겨진 죄책감과 비밀의 방으로 강제로 끌려 들어가게 된다.

 


작품의 제목인 '이노센스(Innocence)'는 역설적으로 우리 사회에 과연 완전한 무고함이 존재하는지를 묻는다. 총기 사건의 피해자였던 학생들은 사실 학교 폭력의 가해자였고, 어른들은 아이들이 보낸 위험 신호를 방관했다. 가해자의 부모 역시 가족의 안위를 위해 진실을 은폐하며 또 다른 가해자가 되었다. 오페라는 총격범 개인의 일탈에 집중하기보다, 비극을 잉태하고 묵인한 사회 전체의 구조적 결함과 침묵의 카르텔을 날카롭게 해부하며 관객 개개인의 양심을 두드린다.

 

음악적 구성 또한 파격적이다. 사리아호는 전통적인 성악 창법부터 핀란드 민속 음악, 말하듯 노래하는 슈프레히게장까지 동원해 극적 긴장감을 극대화했다. 특히 9개 국어가 뒤섞인 대본은 현대 사회의 소통 부재와 소외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각 언어가 가진 고유의 리듬을 악보에 녹여낸 작곡가의 치밀함은 이 비극이 특정 국가만의 문제가 아닌, 전 세계가 공유하는 보편적인 아픔임을 일깨운다. 이러한 음악적 장치들은 관객이 극 중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지 못하게 만들며 감정의 소용돌이 속으로 밀어 넣는다.

 


무대 위 성악가들의 압도적인 연기는 극의 완성도를 정점으로 끌어올렸다. 딸을 잃은 슬픔을 온몸으로 표현한 조이스 디도나토는 물론, 가해자의 어머니 패트리샤 역을 맡은 한국인 소프라노 캐슬린 킴의 활약이 눈부셨다. 캐슬린 킴은 아들을 향한 맹목적인 모성애와 씻을 수 없는 자책감 사이에서 무너져 내리는 복잡한 심경을 예리한 고음과 섬세한 연기로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그녀의 연기는 가해자 가족이 짊어져야 할 고통의 무게를 생생하게 전달하며 관객들의 눈시울을 붉히게 했다.

 

결국 '이노센스'는 우리가 외면해 온 타인의 고통을 어떻게 마주하고 정의를 실현할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제시한다. 대본 작가 소피 옥사넨의 말처럼, 피해자들에게 목소리와 서사를 부여하는 행위 자체가 예술이 행할 수 있는 가장 숭고한 정의의 형태임을 보여준 것이다. 정치적 소음과 폭력이 난무하는 시대에 오페라라는 장르가 인간 내면의 순수함을 일깨우고 사회적 치유의 공간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한 이 작품은, 마지막 무대가 끝난 뒤에도 오랫동안 묵직한 여운을 남기며 관객들을 자리에 머물게 했다.

 

 

 

아라뱃길이 수영장으로? 계양구 여름 축제 개최

라온 황어광장 일대에서 '제4회 계양아라온 워터축제'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올해로 네 번째를 맞이하며 지역의 대표적인 여름 행사로 자리 잡은 이번 축제는 단순한 물놀이를 넘어 수상 레저와 다채로운 공연이 어우러진 복합 문화 축제의 면모를 갖췄다.축제의 중심인 황어광장 수변에는 대형 수영장이 설치되어 방문객들을 맞이한다. 여기에 짜릿한 속도감을 즐길 수 있는 워터슬라이드가 더해져 아이들은 물론 성인들에게도 시원한 즐거움을 선사할 예정이다. 특히 인근 귤현나루에서는 평소 접하기 힘든 동력 수상 레저 기구 체험이 마련된다. 물 위를 미끄러지듯 달리는 체험선과 독특한 모양의 도넛보트를 직접 타보며 아라뱃길의 풍광을 즐기는 경험은 이번 축제만의 백미로 꼽힌다.물놀이 시설 외에도 축제장 곳곳에는 방문객들의 오감을 만족시킬 프로그램들이 가득하다. 지역 예술인들과 청소년들이 준비한 버스킹 공연이 수변의 낭만을 더하고,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페이스 페인팅 부스도 운영된다. 가족 단위 방문객들이 팀을 이뤄 참여할 수 있는 물풍선 과녁 맞히기 게임은 축제 현장에 웃음소리를 더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단순한 피서지를 넘어 이웃과 가족이 소통하는 문화의 장을 지향하는 축제의 성격을 잘 보여준다.가장 눈길을 끄는 점은 이 모든 프로그램이 무료로 제공된다는 사실이다. 고물가 여파로 여름 휴가비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별도의 비용 없이 고품질의 물놀이와 수상 체험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은 큰 장점이다. 다만 안전하고 쾌적한 이용을 위해 사전 예약제가 실시된다. 예약은 7월 10일 오전 10시부터 16일 오후 6시까지 네이버 예약 시스템을 통해 선착순으로 진행되며, 조기 마감이 예상되는 만큼 서두를 필요가 있다.사전 예약을 놓친 시민들을 위한 배려도 잊지 않았다. 축제 당일 현장 상황에 따라 잔여분에 한해 현장 접수도 병행할 방침이다. 또한 구 측은 축제 기간 중 극심한 교통 혼잡이 예상됨에 따라 방문객들에게 대중교통 이용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시민들의 편의를 위해 인천지하철 1호선 계양역과 행사장 사이를 상시 오가는 셔틀버스를 운행하여 접근성을 높이고 주차난으로 인한 불편을 최소화할 계획이다.계양아라온 워터축제는 도심 속 유휴 공간을 활용해 시민들에게 수준 높은 휴식처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지역 축제의 모범 사례로 평가받는다. 아라뱃길의 수려한 경관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번 행사는 무더위에 지친 시민들에게 잊지 못할 여름밤의 추억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구 관계자는 안전 요원 배치와 수질 관리에 만전을 기해 모두가 안심하고 즐길 수 있는 축제를 만들겠다고 강조하며 시민들의 많은 참여를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