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큐브

아데를린 '스리런포' 작렬, KIA 연패 끊고 공동 5위

 KIA 타이거즈의 대체 외국인 타자 아데를린 로드리게스가 KBO 리그 역사에 전례 없는 족적을 남기며 광주 하늘을 수놓고 있다. 13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서 아데를린은 팀의 승리를 결정짓는 스리런 홈런을 터뜨리며 연패 탈출의 일등 공신이 되었다. 이번 홈런으로 그는 단 8경기 만에 시즌 5호 고지를 밟았으며, 팀 내 홈런 순위에서도 단숨에 공동 3위권으로 도약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날 경기의 백미는 양 팀이 팽팽하게 맞서던 3회말에 찾아왔다. 1-1 동점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선 아데를린은 상대 선발 최준호의 바깥쪽 슬라이더를 정확하게 받아쳐 좌측 담장을 넘기는 비거리 110m의 대형 아치로 연결했다. 앞서 데뷔 후 기록한 4개의 안타를 모두 홈런으로 장식하며 리그 45년 역사상 최초의 진기록을 세웠던 그는, 이날 역시 멀티히트를 기록하며 자신의 타격 능력이 우연이 아님을 실력으로 입증했다.

 


아데를린의 기록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더욱 놀라운 수치들이 발견된다. 올 시즌 8경기에서 그가 쳐낸 안타는 총 8개인데, 그중 무려 5개가 홈런으로 연결되었다. 안타 두 개 중 하나는 담장 밖으로 넘겨버리는 가공할 만한 장타력을 과시하고 있는 셈이다. 30경기 이상을 소화한 기존 주전 타자들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홈런 개수를 단 8경기 만에 달성했다는 점은 그가 가진 파괴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하게 한다.

 

수비에서도 그는 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화제의 중심에 섰다. 지난 12일 경기 중 파울 라인 근처에서 공이 글러브를 맞고 튀어 나가는 위기의 순간, 가랑이 사이에 공을 끼워 잡아내는 이른바 '서커스 캐치'를 선보이며 팬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 본인은 선수로서 매우 어려운 순간이었다며 겸손해했지만, 이러한 유쾌한 장면들은 그가 팀 분위기에 빠르게 녹아들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면이기도 하다.

 


로드리게스는 최근의 폭발적인 페이스에 대해 팀 동료들과 코칭스태프의 도움 덕분이라며 공을 돌렸다. 그는 상대 투수들의 분석이 시작되겠지만 항상 자신의 스윙을 유지하는 데 집중하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특히 KBO 리그의 뜨거운 팬 문화와 경쟁력에 놀라움을 표시하며, 홈런 수치에 연연하기보다 팀이 우승으로 향하는 과정에서 헌신하는 일원이 되고 싶다는 진심 어린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KIA 구단 입장에서는 해럴드 카스트로의 대체자로 영입한 아데를린의 활약이 그야말로 '복덩이'가 굴러온 격이다. 현재의 페이스가 유지된다면 단기 대체 선수를 넘어 차기 시즌 재계약까지 진지하게 고려해야 할 상황이다. 팀의 승리를 위해서라면 홈런을 못 쳐도 괜찮다는 그의 헌신적인 태도와 압도적인 장타력이 조화를 이루면서, KIA 타이거즈의 가을야구를 향한 행보에도 강력한 엔진이 장착되었다.

 

정약용의 500권 저술 산실, 다산초당의 인문학

는 결과가 아니라, 발길 닿는 구간마다 깃든 땅의 역사와 대화하며 천천히 걷는 과정에 있다. 그중에서도 전남 강진을 지나는 남파랑길 83코스는 조선의 대유학자 다산 정약용의 고립과 깊은 사유가 층층이 쌓인 공간으로 여행자들을 이끈다. 약 17.5km에 달하는 이 길의 중심에는 야생 차나무가 무성해 '다산'이라는 별칭으로도 불리는 만덕산이 굳건히 자리하고 있다.강진 유배 시절 다산의 삶은 만덕산 자락의 백련사와 그곳에서 만난 혜장선사와의 인연을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1805년 봄, 유배객 신분으로 처음 백련사를 찾은 정약용은 주지였던 혜장과 학문적 깊이에 감복하며 신분을 초월한 우정을 쌓기 시작했다. 절망적인 유배 생활 속에서 혜장은 다산에게 지적인 동반자이자 정신적인 버팀목이 되어주었다. 1808년 다산이 백련사 인근의 다산초당으로 거처를 옮긴 후 두 사람이 수시로 오갔던 800m의 산길은 오늘날 '우정길'이라는 이름으로 남아 도보 여행자들에게 진한 감동을 전한다.다산초당은 단청조차 없는 소박한 목조 건물이지만, 그곳에 머문 11년 동안 정약용은 '목민심서'와 '경세유표' 등 500여 권에 달하는 방대한 저술을 남겼다. 유배라는 물리적 억압조차 그의 사유의 깊이를 가둘 수 없었음을 증명하듯, 초당 곳곳에는 선비의 여유와 기품이 흐른다. 만덕산 능선에서 내려다보이는 강진만의 풍경은 고독한 유배객의 시선을 넓혀주었을 것이며, 지천에 널린 야생 차나무는 그의 호가 된 '다산'의 유래가 되어 오늘날까지 그 향기를 전하고 있다.강진을 지나 해남으로 발길을 옮기면 달마산 미황사에서 땅끝탑으로 이어지는 남파랑길 90코스가 여행자를 맞이한다. 이 구간의 하이라이트는 기암괴석 사이에 제비집처럼 자리 잡은 도솔암이다. 정유재란 당시 소실되어 400여 년간 빈터로 남아있던 이곳은 2002년 법조 스님의 원력으로 복원되었다. 헬기조차 접근하기 힘든 험지에 암자를 세우기 위해 산 아래에서 자재를 미리 깎고 단청까지 칠해 올라와 조립한 '사전 제작 방식'의 서사는 수행자의 지독한 정진을 짐작하게 한다.한 칸 남짓한 작은 규모의 도솔암은 거대한 바위 성벽에 둘러싸여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곳은 남해의 일출과 서해의 낙조를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천혜의 명당으로, 암자 앞마당에 서면 탁 트인 바다와 달마산의 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해무가 밀려오는 날이면 마치 구름바다 위에 떠 있는 신선의 거처와 같은 풍경을 연출하며 보는 이의 넋을 잃게 만든다. 작은 공간 안에 고요와 수행의 서사를 압축해 놓은 도량의 품격은 길 위에서 지친 여행자의 마음을 정화해 주기에 충분하다.코리아둘레길 남도 구간은 이처럼 유학자의 고뇌와 수행자의 원력이 교차하는 인문학적 성지다. 길은 단순히 흙과 돌로 이루어진 통로가 아니라, 시대를 앞서간 인물들이 남긴 사유의 흔적을 따라 걷는 시간 여행의 통로가 된다. 완주라는 목표에 매몰되지 않고 발걸음을 늦출 때 비로소 보이는 풍경들은 우리 국토가 간직한 깊은 서사를 들려준다. 만덕산의 차 향기와 달마산의 바닷바람을 맞으며 걷는 이 여정은 현대인들에게 진정한 휴식과 성찰의 의미가 무엇인지 묵묵히 웅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