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산업

35도 폭염이 당긴 '냉면 대전'… 외식업계 총공세

 계절을 잊은 이른 무더위가 전국을 강타하면서 외식업계가 예년보다 빠르게 여름 시즌 메뉴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낮 최고기온이 30도를 훌쩍 넘는 날씨가 연일 이어지자, 뜨거운 국물 요리 대신 입맛을 돋우는 시원한 냉면류를 찾는 소비자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전통적인 냉면의 틀을 깨고 중식의 보양 식재료를 더하거나 일본식 라멘 육수를 재해석하는 등 각 브랜드만의 독창적인 레시피를 앞세운 '이색 냉면'들이 미식가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프리미엄 중식 다이닝 크리스탈 제이드는 보양과 시원함을 동시에 잡은 시즌 한정 메뉴로 승부수를 던졌다. 매년 여름 1만 그릇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는 스테디셀러 '삼선냉면'은 오향장육과 전복 등 고급 고명을 듬뿍 얹어 정통 중식 냉면의 진수를 보여준다. 특히 건강을 고려해 클로렐라 면을 사용한 점이 눈에 띈다. 이외에도 파기름의 풍미를 살린 비빔면과 산삼배양근을 곁들인 닭고기 탕면 등 기력 회복에 도움을 주는 보양 식재료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여름철 입맛 잡기에 나섰다.

 


면 전문점 제일제면소는 지역 특색을 살린 곁들임 메뉴와의 조합을 통해 냉면의 품격을 한 단계 높였다. 진한 육수와 쫄깃한 면발이 특징인 '제일물냉면'과 특제 양념장으로 맛을 낸 '제일비빔냉면'을 기본으로, 충청도식 육전과 속초식 명태회무침을 세트로 구성해 풍성한 식탁을 제안한다. 고소한 돼지고기 육전이나 매콤새콤한 명태회를 냉면에 얹어 먹는 방식은 단순한 한 끼 식사를 넘어 지역의 맛을 체험하는 재미를 선사하며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라멘 전문점 멘지는 최근 2030 세대 사이에서 유행하는 평양냉면과 함흥냉면의 특징을 라멘에 접목한 '토리냉면' 2종을 선보이며 차별화를 꾀했다. 닭을 저온에서 장시간 우려낸 맑은 '청탕 육수'를 베이스로 하여, 평양냉면 특유의 슴슴하고 깊은 맛을 살린 버전과 유자 간장 소스를 더해 함흥냉면처럼 새콤달콤한 맛을 강조한 버전을 각각 출시했다. 수비드 공법으로 조리한 차슈와 닭가슴살 토핑은 라멘 전문점으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냉면의 시원함을 극대화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외식업계가 이처럼 냉면 메뉴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때 이른 더위로 인해 여름 메뉴의 성패가 전체 2분기 실적을 좌우할 만큼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기상청 예보에 따르면 당분간 고기압의 영향권에서 맑고 뜨거운 날씨가 지속될 것으로 보여, 시원한 면 요리에 대한 수요는 더욱 가팔라질 전망이다. 각 업체는 단순한 계절 메뉴 출시를 넘어 할인 혜택을 적용한 세트 메뉴를 구성하거나 SNS 인증샷을 유도하는 비주얼 강화 전략을 통해 초여름 외식 시장 선점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폭염 수준의 무더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자외선과 오존 농도까지 높아지며 야외 활동 시 주의가 요구되는 상황이지만, 시원한 냉면 한 그릇으로 더위를 식히려는 시민들의 발길은 당분간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통의 맛을 고수하는 냉면부터 현대적으로 재해석된 이색 면 요리까지 선택지가 넓어지면서, 올여름 외식 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냉면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주말에 이어 다음 주 초까지 전국 대부분 지역의 낮 기온이 30도 안팎을 유지하며 초여름 더위가 기승을 부릴 것으로 관측된다.

 

명동 대신 북한산 간다…K-콘텐츠가 바꾼 한국 여행 공식

산 배낭을 멘 개별 자유여행객들이 북한산과 설악산 등 주요 명산으로 향하는 풍경이 일상이 되었다. K-팝과 K-푸드의 뒤를 이어 한국의 산세와 등산 문화가 새로운 한류 콘텐츠인 'K-등산'으로 각광받으면서, 국내 관광 산업의 지형 자체가 쇼핑 중심에서 체험형 아웃도어로 빠르게 이동하는 추세다.수치로 나타나는 변화는 더욱 극명하다. 올해 1분기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약 474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6% 증가했는데, 이 중 산악 관광을 즐기는 수요가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국립공원공단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국립공원을 찾은 외국인은 200만 명을 넘어섰으며, 특히 관광 목적으로 입국해 산을 찾은 이들이 국내 거주 외국인 방문객 수를 앞질렀다. 제주 한라산이 가장 많은 선택을 받은 가운데, 산악형 공원 중에서는 설악산이 외국인들 사이에서 독보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외국인들에게 설악산은 한국 여행 시 반드시 정복해야 할 '하이킹 성지'로 통한다. 사계절이 뚜렷한 자연경관은 물론이고, 케이블카와 정비가 잘 된 등산로 덕분에 초보자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으로 꼽힌다. 여기에 KTX와 시외버스를 이용해 서울에서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는 접근성까지 더해지며 외국인 입문 등산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로 설악산 인근의 주요 호텔들은 평일 외국인 투숙객 비중이 40%를 상회할 정도로 개별 여행객들의 필수 목적지가 되었다.이들의 여행 동선 역시 한류 콘텐츠와 결합해 더욱 다변화되는 양상이다. 서울에서 출발해 방탄소년단(BTS)의 뮤직비디오 촬영지 등 K-팝 성지를 순례한 뒤 설악산 등반으로 여정을 마무리하는 코스가 대표적이다. 좀 더 긴 일정을 선호하는 여행객들은 부산의 사찰과 안동의 한옥 마을을 거쳐 설악산 하이킹으로 한국의 전통과 자연을 동시에 경험하는 전국 일주형 패턴을 보이기도 한다. 이는 한국의 지역 특색이 담긴 체험형 콘텐츠가 인바운드 관광의 새로운 축으로 확고히 자리 잡았음을 의미한다.관광 업계와 호텔업계는 이러한 수요 변화에 발맞춰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설악산의 자연환경을 활용해 박물관이나 영국식 클래식 테마를 결합한 체험형 숙박 콘텐츠를 강화하는 등 외국인 고객 유치를 위한 맞춤형 전략을 내놓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배낭 하나만 메고 호텔을 찾는 외국인이 늘어난 현상을 두고, 한국 여행의 목적이 단순한 물건 구매에서 자연 속에서의 웰니스와 로컬 체험으로 완전히 전환되었다고 분석한다.전문가들은 K-등산 열풍이 일시적인 유행을 넘어 글로벌 여행 트렌드의 구조적 변화와 맞닿아 있다고 보고 있다.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 등 소셜 미디어를 통해 한국 산의 비현실적인 풍광이 공유되면서 전 세계 젊은 층의 유입이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럭셔리 쇼핑 위주의 관광 시장이 저물고 아웃도어와 로컬 문화가 결합한 체험형 여행이 주류로 부상함에 따라, 한국의 산악 자원을 활용한 관광 상품은 향후 더욱 세분화되고 전문화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