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이슈

부산은 지금 '미술 열풍'…루프랩부터 아트부산까지

 K-컬처의 열풍 속에서 부산은 이제 서울에 이은 제2의 도시를 넘어 외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미감의 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해운대의 절경과 풍부한 먹거리라는 기존의 강점에 더해, 부산국제영화제로 다져진 영상미디어의 토양 위에 동시대 미술의 흐름이 결합하면서 독보적인 문화적 경쟁력을 확보한 결과다. 특히 5월의 부산은 도시 전역을 수놓는 디지털 아트 전시와 국내 최대 규모의 미술 장터인 '아트부산'이 어우러지며 감상과 거래가 동시에 이뤄지는 거대한 예술 플랫폼으로 변모한다.

 

현재 부산 도심 곳곳을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는 미디어아트 페스티벌 '루프랩 부산'은 이러한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세계적 예술 행사인 '루프 페스티벌'을 부산으로 옮겨온 이 행사는 부산현대미술관과 조현화랑 등 35개 기관이 참여해 25개국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인다. 공립 미술관부터 상업 화랑, 복합문화공간까지 서로 다른 성격의 장소들을 미디어아트라는 하나의 고리로 연결해 도시 전체에 디지털 예술의 생명력을 불어넣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페스티벌의 중심축은 부산의 관문인 부산역 앞 유라시아 플랫폼과 부산시립미술관 야외 조각 공원에서 진행되는 전시들이다. 이곳에서는 소셜미디어를 기반으로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한 인플루언서 아티스트들의 영상 작품들이 대형 스크린을 통해 상영된다. 스마트폰의 작은 화면에 갇혀 있던 디지털 콘텐츠를 미술관 밖 광장으로 확장한 시도는 영상 산업의 메카인 부산의 문화적 자산과 맞물려 관람객들에게 신선한 시각적 경험을 제공하며 동시대 예술의 새로운 내러티브를 제시한다.

 

과거 산업화의 상징이었으나 수십 년간 방치됐던 동일고무벨트 동래공장의 변신도 주목할 만하다. 루프랩을 통해 문화예술 공간으로 재탄생한 이곳에서는 정혜련 작가의 설치 작품과 중국 출신의 거장 쉬빙의 미디어아트가 상영되며 기술과 예술의 공존을 실험한다. 한편 국제갤러리 부산점에서는 픽셀을 재료 삼아 30년간 움직임을 표현해온 홍승혜 작가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작가는 디지털의 기본 단위인 픽셀을 통해 정제된 언어로 기하학적 유기성을 표현하며 디지털 아트의 깊이 있는 울림을 전달한다.

 


예술적 감상이 시장의 활기로 이어지는 정점은 오는 21일 벡스코에서 개막하는 '아트부산 2026'이다. 상반기 국내 최대 규모의 아트페어인 이번 행사에는 국제갤러리와 가나아트 등 국내 정상급 화랑은 물론, 글래드스톤과 화이트스톤 등 영향력 있는 해외 갤러리들이 대거 참여한다. 18개국 110여 개 갤러리가 집결하는 이번 장터는 단순한 작품 판매를 넘어 부산이 서울 중심의 미술 시장 쏠림 현상을 해소하고 글로벌 미술 시장의 거점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올해 아트부산은 서울 마곡에서 같은 기간 열리는 신생 '하이브 아트페어'와 치열한 관객 유치 경쟁을 벌이게 됐다. 하이브 아트페어가 부스비 면제와 육각형 부스 설계 등 파격적인 기획으로 도전장을 내민 가운데, 아트부산은 지역적 특색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결합한 '글로컬 플랫폼'으로서의 정체성을 더욱 공고히 한다는 전략이다. 5월의 따스한 햇살 아래 펼쳐지는 부산의 미술 축제는 예술 애호가들과 컬렉터들의 발길을 끌어모으며 한국 미술 시장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고 있다.

 

명동 대신 북한산 간다…K-콘텐츠가 바꾼 한국 여행 공식

산 배낭을 멘 개별 자유여행객들이 북한산과 설악산 등 주요 명산으로 향하는 풍경이 일상이 되었다. K-팝과 K-푸드의 뒤를 이어 한국의 산세와 등산 문화가 새로운 한류 콘텐츠인 'K-등산'으로 각광받으면서, 국내 관광 산업의 지형 자체가 쇼핑 중심에서 체험형 아웃도어로 빠르게 이동하는 추세다.수치로 나타나는 변화는 더욱 극명하다. 올해 1분기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약 474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6% 증가했는데, 이 중 산악 관광을 즐기는 수요가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국립공원공단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국립공원을 찾은 외국인은 200만 명을 넘어섰으며, 특히 관광 목적으로 입국해 산을 찾은 이들이 국내 거주 외국인 방문객 수를 앞질렀다. 제주 한라산이 가장 많은 선택을 받은 가운데, 산악형 공원 중에서는 설악산이 외국인들 사이에서 독보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외국인들에게 설악산은 한국 여행 시 반드시 정복해야 할 '하이킹 성지'로 통한다. 사계절이 뚜렷한 자연경관은 물론이고, 케이블카와 정비가 잘 된 등산로 덕분에 초보자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으로 꼽힌다. 여기에 KTX와 시외버스를 이용해 서울에서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는 접근성까지 더해지며 외국인 입문 등산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로 설악산 인근의 주요 호텔들은 평일 외국인 투숙객 비중이 40%를 상회할 정도로 개별 여행객들의 필수 목적지가 되었다.이들의 여행 동선 역시 한류 콘텐츠와 결합해 더욱 다변화되는 양상이다. 서울에서 출발해 방탄소년단(BTS)의 뮤직비디오 촬영지 등 K-팝 성지를 순례한 뒤 설악산 등반으로 여정을 마무리하는 코스가 대표적이다. 좀 더 긴 일정을 선호하는 여행객들은 부산의 사찰과 안동의 한옥 마을을 거쳐 설악산 하이킹으로 한국의 전통과 자연을 동시에 경험하는 전국 일주형 패턴을 보이기도 한다. 이는 한국의 지역 특색이 담긴 체험형 콘텐츠가 인바운드 관광의 새로운 축으로 확고히 자리 잡았음을 의미한다.관광 업계와 호텔업계는 이러한 수요 변화에 발맞춰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설악산의 자연환경을 활용해 박물관이나 영국식 클래식 테마를 결합한 체험형 숙박 콘텐츠를 강화하는 등 외국인 고객 유치를 위한 맞춤형 전략을 내놓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배낭 하나만 메고 호텔을 찾는 외국인이 늘어난 현상을 두고, 한국 여행의 목적이 단순한 물건 구매에서 자연 속에서의 웰니스와 로컬 체험으로 완전히 전환되었다고 분석한다.전문가들은 K-등산 열풍이 일시적인 유행을 넘어 글로벌 여행 트렌드의 구조적 변화와 맞닿아 있다고 보고 있다.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 등 소셜 미디어를 통해 한국 산의 비현실적인 풍광이 공유되면서 전 세계 젊은 층의 유입이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럭셔리 쇼핑 위주의 관광 시장이 저물고 아웃도어와 로컬 문화가 결합한 체험형 여행이 주류로 부상함에 따라, 한국의 산악 자원을 활용한 관광 상품은 향후 더욱 세분화되고 전문화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