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봉하마을 노란 물결, 노무현 서거 17주기 추모 인파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7주기를 하루 앞두고 전국에서 모여든 추모객들로 가득 찼다. 22일 이른 아침부터 마을 입구는 노란색 리본과 바람개비가 바람에 흩날리며 특유의 추모 분위기를 자아냈다. 부산과 광주 등지에서 개인 혹은 단체로 방문한 시민들은 묘역을 참배하며 고인이 생전 강조했던 민주주의 가치를 되새겼다. 내일 열릴 본 행사를 준비하는 관계자들은 무대 설치와 안전 점검에 박차를 가하며 몰려드는 인파를 맞이할 준비를 마쳤다.

 

현장을 찾은 시민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고인을 향한 그리움을 나타냈다. 묘역 주변에서 묵념을 올리거나 국화를 헌화하는 이들의 표정에는 엄숙함과 애틋함이 교차했다. 특히 젊은 층 방문객들은 묘역에 새겨진 문구들을 사진으로 남기며 깨어 있는 시민으로서의 역할을 다짐하는 모습을 보였다. 가족 단위 방문객들은 아이들에게 노 전 대통령의 생애를 설명해주며 그가 꿈꿨던 '사람 사는 세상'의 의미를 공유하기도 했다.

 


추모 단체들의 활동도 활발하게 전개되었다. 수년째 봉하마을을 정기적으로 방문하고 있는 시민 모임 회원들은 단체 참배를 마친 뒤 고인의 정신이 잊히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일부 회원들은 고인의 생전 영상을 보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으며,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공정한 사회를 만들어달라는 소망을 전했다. 이러한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는 봉하마을이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민주주의 교육의 장으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주었다.

 

이번 17주기 추도식은 '내 삶의 민주주의, 광장에서 마을로'라는 슬로건 아래 진행된다. 이는 거창한 구호로서의 민주주의가 아니라 우리 일상의 터전에서 실천되는 민주주의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재단 측은 민주주의의 꽃이 마을 곳곳에서 피어나길 바랐던 고인의 유지를 받들어 이번 행사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마을 곳곳에 배치된 전시물과 홍보물 역시 이러한 주제를 시각적으로 잘 전달하고 있었다.

 


내일 오후 2시에 엄수될 추도식에는 정계 주요 인사들이 대거 집결할 예정이다. 권양숙 여사와 유족을 비롯해 문재인 전 대통령 부부가 참석하며, 우원식 국회의장과 김민석 국무총리 등 국가 요인들도 자리를 함께한다. 또한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사회민주당 등 야권 지도부와 정부 대표인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이 참석해 고인을 기릴 예정이다. 지자체장들 역시 여야를 막론하고 참석 의사를 밝혀 통합의 메시지가 나올지 주목된다.

 

봉하마을 생태문화공원 특설무대에서 열릴 본 행사는 고인에 대한 추모 영상 상영과 추도사, 헌화 및 분향 순으로 진행된다. 행사 당일 많은 인파가 몰릴 것에 대비해 경찰과 지자체는 교통 통제와 안전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시민들은 추도식이 끝난 후에도 생가와 기념관을 둘러보며 고인이 남긴 기록들을 살펴볼 수 있다. 17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음에도 봉하마을을 향한 발길은 끊이지 않고 있으며 추모 열기는 밤늦도록 이어졌다.

 

버려진 땅의 기적, 동해시 주민들이 만든 '꽃의 성지'

항 인근의 버려진 땅이 화려한 꽃밭으로 재탄생했다. 부곡동 돌담해안숲공원 옆에 위치한 묵호항 제2준설토 적치장이 그 주인공으로, 과거 항만 준설 과정에서 나온 흙을 쌓아두던 유휴부지가 이제는 청보리와 금계국, 양귀비가 어우러진 거대한 꽃의 바다로 변모했다.이 공간의 변신은 동해시가 지난 2023년부터 추진해온 경관 개선 사업의 결실이다. 시는 삭막했던 항만 부지를 시민들의 휴식처로 되돌려주기 위해 단계적인 꽃밭 조성 계획을 수립했다. 초기에는 약 3만 7,000㎡에 달하는 넓은 부지에 핑크뮬리와 코스모스 등 20만 본에 달하는 가을꽃을 심으며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후 관수 시설을 확충하고 산책로를 정비하는 등 인프라를 구축하며 유휴부지를 시민 친화적인 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데 주력해 왔다.특히 이번 경관 조성은 해안가라는 지리적 특성을 세심하게 고려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방파제 남쪽 구간의 경우 파도가 들이치는 월파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사업 구역을 유연하게 조정했으며, 기존의 야자매트 길을 최대한 활용해 자연스러운 산책 동선을 확보했다. 또한 행정 주도의 사업에 그치지 않고 부곡동과 발한동 주민자치위원회와 긴밀히 협력함으로써, 주민들이 직접 공간 운영에 참여하는 민관 협력의 모델을 제시했다.올해 초여름의 주인공은 단연 청보리와 야생화들이다. 8,100㎡ 규모의 청보리밭과 1만 9,000㎡의 금계국 군락, 그리고 2,900㎡를 붉게 물들인 양귀비가 조화를 이루며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 하평 바닷가에서 묵호항역으로 이어지는 해안선을 따라 배치된 이 꽃밭은 바닷바람에 일렁이는 보리 물결과 화려한 꽃잎들이 대비를 이루며, 동해안 특유의 시원한 풍광 속에 서정적인 감성을 더하고 있다.동해시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도시 이미지 개선과 관광객 유치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전략이다. 단순히 꽃을 심는 것에 그치지 않고 계절별로 수종을 교체하여 사계절 내내 볼거리가 끊이지 않는 경관 농업의 거점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묵호항의 근대 산업 유산적 분위기와 화사한 꽃밭이 만들어내는 독특한 대조는 사진 작가들과 젊은 층 사이에서 새로운 출사 명소로 급부상하며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있다.유휴 항만 부지의 성공적인 변신은 향후 다른 지역의 방치된 국유지 활용 방식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동해시는 앞으로도 도심 속 방치된 공간들을 발굴해 계절마다 색다른 경관을 선보임으로써 시민들에게는 쾌적한 쉼터를, 관광객들에게는 다시 찾고 싶은 아름다운 도시의 기억을 제공할 방침이다. 묵호항의 꽃바다는 이제 동해시를 대표하는 새로운 관광 지도로 자리매김하며 초여름의 활기를 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