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이슈

'물방울의 흔적' 특별전, 김창열의 한지 작업 집중 조명

 한국 현대미술의 거장으로 추앙받는 ‘물방울의 화가’ 고(故) 김창열 화백의 예술적 혼이 깃든 평창동 자택이 시민들을 위한 공공 문화공간으로 새롭게 태어난다. 서울 종로구는 오는 29일부터 평창동에 위치한 ‘김창열 화가의 집’ 개관을 기념하여 특별전 ‘김창열, 물방울의 흔적’을 개최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2021년 타계하기 전까지 약 30년 동안 가족과 함께 거주하며 창작의 열정을 불태웠던 국내 유일의 작업실을 대중에게 공개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개관 기념 전시의 핵심은 김 화백의 예술 세계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했던 ‘한지 작업’에 맞춰져 있다. 평창동 자택은 높은 층고와 풍부한 채광을 자랑하여 대형 회화는 물론 섬세한 종이 작업을 진행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춘 곳이었다. 종로구는 이러한 공간적 특성에 주목하여 그동안 상대적으로 덜 조명되었던 작가의 한지 및 종이 판화 작품들을 집중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관람객들은 작가가 평생을 바쳐 탐구했던 물방울의 미학이 종이라는 매체 위에서 어떻게 변주되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전시 규모는 회화 19점과 판화 4점, 드로잉 1점을 포함해 총 24점으로 구성되었다. 1970년대 초반부터 2010년대 후반에 이르기까지 김 화백의 전 생애를 아우르는 작품들이 배치되어 시기별 작품 세계의 변천사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특히 작가의 대표 연작인 ‘물방울’과 ‘회귀’의 완성작뿐만 아니라, 그 과정이 담긴 밑작업 단계의 작품들도 함께 공개되어 거장의 치열한 고민과 창작 과정을 엿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한다.

 

공간 구성 역시 작가의 생전 의사를 최대한 존중하여 설계되었다. 1층은 기획전시실로 꾸며져 관람객들을 맞이하며, 기존의 생활 공간이었던 2층은 매표소와 카페로 개조되어 시민들이 편안하게 머물 수 있는 쉼터 역할을 한다. 무엇보다 기대를 모으는 곳은 지하 작업실이다. 종로구는 이곳을 작가가 활동하던 당시의 모습 그대로 원형 복원하는 데 주력했다. 관람객들은 거장이 물방울을 빚어내던 실제 현장에 발을 들여놓으며 작가와 시공간을 초월한 교감을 나눌 수 있다.

 


이번 개관은 생전 자신의 작업실을 시민들과 공유하고 싶어 했던 김 화백의 유지와 유족의 결단, 그리고 종로구의 적극적인 행정이 빚어낸 결실이다. 구는 유족과의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자택을 매입한 뒤 오랜 준비 기간을 거쳐 이곳을 공공문화시설로 조성했다. 오는 28일 오후에는 유족과 미술계 주요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정식 개관식이 열릴 예정이며, 이를 통해 평창동은 또 하나의 상징적인 문화 예술 거점을 확보하게 되었다.

 

‘김창열 화가의 집’은 매주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문을 연다. 평창동의 수려한 자연경관과 어우러진 이 공간은 단순한 전시장을 넘어 한 예술가의 삶과 철학이 응축된 장소로서 시민들에게 깊은 영감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거장이 남긴 물방울의 흔적을 따라 걷는 여정은 한국 현대미술의 정수를 체험하는 동시에, 예술이 한 인간의 삶과 공간에 어떻게 스며드는지를 확인하는 특별한 경험이 될 전망이다.

 

 

 

버려진 땅의 기적, 동해시 주민들이 만든 '꽃의 성지'

항 인근의 버려진 땅이 화려한 꽃밭으로 재탄생했다. 부곡동 돌담해안숲공원 옆에 위치한 묵호항 제2준설토 적치장이 그 주인공으로, 과거 항만 준설 과정에서 나온 흙을 쌓아두던 유휴부지가 이제는 청보리와 금계국, 양귀비가 어우러진 거대한 꽃의 바다로 변모했다.이 공간의 변신은 동해시가 지난 2023년부터 추진해온 경관 개선 사업의 결실이다. 시는 삭막했던 항만 부지를 시민들의 휴식처로 되돌려주기 위해 단계적인 꽃밭 조성 계획을 수립했다. 초기에는 약 3만 7,000㎡에 달하는 넓은 부지에 핑크뮬리와 코스모스 등 20만 본에 달하는 가을꽃을 심으며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후 관수 시설을 확충하고 산책로를 정비하는 등 인프라를 구축하며 유휴부지를 시민 친화적인 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데 주력해 왔다.특히 이번 경관 조성은 해안가라는 지리적 특성을 세심하게 고려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방파제 남쪽 구간의 경우 파도가 들이치는 월파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사업 구역을 유연하게 조정했으며, 기존의 야자매트 길을 최대한 활용해 자연스러운 산책 동선을 확보했다. 또한 행정 주도의 사업에 그치지 않고 부곡동과 발한동 주민자치위원회와 긴밀히 협력함으로써, 주민들이 직접 공간 운영에 참여하는 민관 협력의 모델을 제시했다.올해 초여름의 주인공은 단연 청보리와 야생화들이다. 8,100㎡ 규모의 청보리밭과 1만 9,000㎡의 금계국 군락, 그리고 2,900㎡를 붉게 물들인 양귀비가 조화를 이루며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 하평 바닷가에서 묵호항역으로 이어지는 해안선을 따라 배치된 이 꽃밭은 바닷바람에 일렁이는 보리 물결과 화려한 꽃잎들이 대비를 이루며, 동해안 특유의 시원한 풍광 속에 서정적인 감성을 더하고 있다.동해시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도시 이미지 개선과 관광객 유치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전략이다. 단순히 꽃을 심는 것에 그치지 않고 계절별로 수종을 교체하여 사계절 내내 볼거리가 끊이지 않는 경관 농업의 거점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묵호항의 근대 산업 유산적 분위기와 화사한 꽃밭이 만들어내는 독특한 대조는 사진 작가들과 젊은 층 사이에서 새로운 출사 명소로 급부상하며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있다.유휴 항만 부지의 성공적인 변신은 향후 다른 지역의 방치된 국유지 활용 방식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동해시는 앞으로도 도심 속 방치된 공간들을 발굴해 계절마다 색다른 경관을 선보임으로써 시민들에게는 쾌적한 쉼터를, 관광객들에게는 다시 찾고 싶은 아름다운 도시의 기억을 제공할 방침이다. 묵호항의 꽃바다는 이제 동해시를 대표하는 새로운 관광 지도로 자리매김하며 초여름의 활기를 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