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서울시-국토부 '철근 누락' 책임 공방, 행정은 실종

 서울시와 국토교통부가 주요 기반 시설 건설과 도시 개발 정책을 두고 사사건건 부딪치며 행정 공백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최근 발생한 GTX-A 삼성역 구간의 대규모 철근 누락 사태는 양측의 갈등이 임계점에 도달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 됐다. 시공사의 자진 신고로 드러난 이번 결함에 대해 두 기관은 보고의 적절성과 감독 책임을 두고 날 선 공방을 이어가며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이다.

 

서울시는 규정에 따라 수차례 공문으로 보고를 마쳤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시 관계자는 위수탁 협약에 근거해 정기적으로 상세 보고서를 제출했으며, 국토부가 이를 확인하지 않은 것은 명백한 관리 소홀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국토부는 수천 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보고서 속에 중요 결함 사실을 끼워 넣은 것은 사실상의 은폐나 다름없다고 맞섰다. 긴급한 안전 문제는 별도로 유선이나 대면 보고를 했어야 한다는 논리다.

 


도심 랜드마크 조성 사업인 광화문광장 '감사의 정원' 역시 갈등의 도화선이 됐다. 국토부는 서울시가 필수적인 도시관리계획 변경 절차를 무시했다며 공사 중지 명령이라는 강수를 뒀다. 이에 서울시는 지자체의 고유한 관리 권한을 침해하는 과도한 행정 규제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비록 공사는 재개되어 완공에 이르렀으나, 절차 해석을 둘러싼 양측의 법적·감정적 앙금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

 

부동산 공급 대책에서도 양측의 시각차는 좁혀지지 않고 있다. 국토부는 주택 시장 안정을 위해 용산국제업무지구에 1만 가구 이상의 대규모 공급을 밀어붙이고 있지만, 서울시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시는 기반 시설 과부하와 도시 기능 약화를 이유로 최대 8천 가구까지만 수용 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공급 물량 2천 가구의 차이를 두고 벌이는 평행선은 사업 지연이라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이러한 반복적인 충돌의 배경에는 국가 정책의 일관성을 중시하는 중앙정부와 지방자치의 자율성을 강조하는 지자체 간의 근본적인 가치관 차이가 존재한다. 국토부는 전국적인 공급 물량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삼는 반면, 서울시는 실제 거주하는 시민들의 삶의 질과 도시의 장기적 발전 계획을 우선순위에 둔다. 특히 교통망 확충과 대규모 재개발 사업처럼 이해관계가 얽힌 사안일수록 주도권을 뺏기지 않으려는 기 싸움은 더욱 치열해진다.

 

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행정적 갈등이 정치적 쟁점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책 협의를 통해 해결해야 할 사안들이 언론을 통한 공개 비판과 법적 대응으로 이어지면서 정책의 불확실성만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양측의 긴장 관계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주요 국책 사업의 차질은 물론 시민들의 안전과 주거 안정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버려진 땅의 기적, 동해시 주민들이 만든 '꽃의 성지'

항 인근의 버려진 땅이 화려한 꽃밭으로 재탄생했다. 부곡동 돌담해안숲공원 옆에 위치한 묵호항 제2준설토 적치장이 그 주인공으로, 과거 항만 준설 과정에서 나온 흙을 쌓아두던 유휴부지가 이제는 청보리와 금계국, 양귀비가 어우러진 거대한 꽃의 바다로 변모했다.이 공간의 변신은 동해시가 지난 2023년부터 추진해온 경관 개선 사업의 결실이다. 시는 삭막했던 항만 부지를 시민들의 휴식처로 되돌려주기 위해 단계적인 꽃밭 조성 계획을 수립했다. 초기에는 약 3만 7,000㎡에 달하는 넓은 부지에 핑크뮬리와 코스모스 등 20만 본에 달하는 가을꽃을 심으며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후 관수 시설을 확충하고 산책로를 정비하는 등 인프라를 구축하며 유휴부지를 시민 친화적인 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데 주력해 왔다.특히 이번 경관 조성은 해안가라는 지리적 특성을 세심하게 고려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방파제 남쪽 구간의 경우 파도가 들이치는 월파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사업 구역을 유연하게 조정했으며, 기존의 야자매트 길을 최대한 활용해 자연스러운 산책 동선을 확보했다. 또한 행정 주도의 사업에 그치지 않고 부곡동과 발한동 주민자치위원회와 긴밀히 협력함으로써, 주민들이 직접 공간 운영에 참여하는 민관 협력의 모델을 제시했다.올해 초여름의 주인공은 단연 청보리와 야생화들이다. 8,100㎡ 규모의 청보리밭과 1만 9,000㎡의 금계국 군락, 그리고 2,900㎡를 붉게 물들인 양귀비가 조화를 이루며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 하평 바닷가에서 묵호항역으로 이어지는 해안선을 따라 배치된 이 꽃밭은 바닷바람에 일렁이는 보리 물결과 화려한 꽃잎들이 대비를 이루며, 동해안 특유의 시원한 풍광 속에 서정적인 감성을 더하고 있다.동해시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도시 이미지 개선과 관광객 유치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전략이다. 단순히 꽃을 심는 것에 그치지 않고 계절별로 수종을 교체하여 사계절 내내 볼거리가 끊이지 않는 경관 농업의 거점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묵호항의 근대 산업 유산적 분위기와 화사한 꽃밭이 만들어내는 독특한 대조는 사진 작가들과 젊은 층 사이에서 새로운 출사 명소로 급부상하며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있다.유휴 항만 부지의 성공적인 변신은 향후 다른 지역의 방치된 국유지 활용 방식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동해시는 앞으로도 도심 속 방치된 공간들을 발굴해 계절마다 색다른 경관을 선보임으로써 시민들에게는 쾌적한 쉼터를, 관광객들에게는 다시 찾고 싶은 아름다운 도시의 기억을 제공할 방침이다. 묵호항의 꽃바다는 이제 동해시를 대표하는 새로운 관광 지도로 자리매김하며 초여름의 활기를 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