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큐브

'스벅'이 삼킨 선거, 5·18 논란에 여야 전면전

 스타벅스코리아의 특정 마케팅 활동이 5·18 민주화운동을 비하했다는 의혹에 휩싸이며 정치권의 극한 대립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기업 윤리 문제를 넘어 여야 지도부가 전면에 나서는 진영 간 전면전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특히 지방선거를 목전에 둔 시점에서 발생한 이번 논란은 유권자들의 표심을 흔들 수 있는 막판 변수로 급부상하며 선거판의 지형도를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여권은 이번 사태를 역사의식 부재와 반인륜적 행태로 규정하며 강도 높은 공세를 퍼붓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나서 과거 참사와 민주화운동을 폄훼하는 기업 문화에 대해 '패륜적'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질타한 것이 기폭제가 됐다. 이에 발맞춰 민주당 지도부는 5·18 정신을 부정하는 행위에 대한 법적 처벌 강화를 예고하며 지지층, 특히 호남 지역의 결집을 유도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반면 야권은 정부와 여당의 대응이 민간 기업에 대한 과도한 공권력 행사라고 맞서며 '자유' 프레임을 전면에 내세웠다. 국민의힘은 특정 브랜드 이용 여부를 정치적 충성도의 척도로 삼는 행태를 비판하며, 이를 '정치 과잉'으로 규정했다. 소속 의원들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해당 브랜드 이용 사진을 게시하는 등 정부의 개입주의적 태도에 반발하는 중도층과 젊은 세대의 정서를 자극하는 역공을 펼치고 있다.

 

선거 공학적 측면에서 이번 논란의 득실은 지역과 세대에 따라 엇갈리는 모습이다. 민주당은 전통적 지지 기반인 호남에서 지지율 상승세를 확인하며 지지층 결집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는 평가다. 투표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지방선거의 특성상 명확한 이념적 선명성을 드러내는 것이 지지자들을 투표장으로 이끌어내는 데 유리하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하지만 승부처인 수도권과 2030 세대 사이에서는 정부의 강경한 태도가 오히려 거부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기업의 마케팅 실수를 국가 권력이 직접 통제하고 불매를 종용하는 모습이 스윙보터들에게 '권위주의적 환기'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야권은 이러한 점을 공략해 정부 심판론의 불씨를 살리려 시도하고 있으며, 여권 내부에서도 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조심스럽게 흘러나온다.

 

현재 스타벅스 본사 앞에서는 시민단체와 대학생들의 항의 방문이 이어지고 있으며, 여야는 매일같이 서로를 '일베'와 '독재'에 비유하며 설전을 주고받고 있다. 기업의 사과 표명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의 갈등은 투표일인 6월 3일까지 사그라들지 않을 기세다. 각 정당은 이번 사태가 가져올 여론의 미세한 변화를 주시하며 선거 막판 유세 방향을 수정하는 데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약용의 500권 저술 산실, 다산초당의 인문학

는 결과가 아니라, 발길 닿는 구간마다 깃든 땅의 역사와 대화하며 천천히 걷는 과정에 있다. 그중에서도 전남 강진을 지나는 남파랑길 83코스는 조선의 대유학자 다산 정약용의 고립과 깊은 사유가 층층이 쌓인 공간으로 여행자들을 이끈다. 약 17.5km에 달하는 이 길의 중심에는 야생 차나무가 무성해 '다산'이라는 별칭으로도 불리는 만덕산이 굳건히 자리하고 있다.강진 유배 시절 다산의 삶은 만덕산 자락의 백련사와 그곳에서 만난 혜장선사와의 인연을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1805년 봄, 유배객 신분으로 처음 백련사를 찾은 정약용은 주지였던 혜장과 학문적 깊이에 감복하며 신분을 초월한 우정을 쌓기 시작했다. 절망적인 유배 생활 속에서 혜장은 다산에게 지적인 동반자이자 정신적인 버팀목이 되어주었다. 1808년 다산이 백련사 인근의 다산초당으로 거처를 옮긴 후 두 사람이 수시로 오갔던 800m의 산길은 오늘날 '우정길'이라는 이름으로 남아 도보 여행자들에게 진한 감동을 전한다.다산초당은 단청조차 없는 소박한 목조 건물이지만, 그곳에 머문 11년 동안 정약용은 '목민심서'와 '경세유표' 등 500여 권에 달하는 방대한 저술을 남겼다. 유배라는 물리적 억압조차 그의 사유의 깊이를 가둘 수 없었음을 증명하듯, 초당 곳곳에는 선비의 여유와 기품이 흐른다. 만덕산 능선에서 내려다보이는 강진만의 풍경은 고독한 유배객의 시선을 넓혀주었을 것이며, 지천에 널린 야생 차나무는 그의 호가 된 '다산'의 유래가 되어 오늘날까지 그 향기를 전하고 있다.강진을 지나 해남으로 발길을 옮기면 달마산 미황사에서 땅끝탑으로 이어지는 남파랑길 90코스가 여행자를 맞이한다. 이 구간의 하이라이트는 기암괴석 사이에 제비집처럼 자리 잡은 도솔암이다. 정유재란 당시 소실되어 400여 년간 빈터로 남아있던 이곳은 2002년 법조 스님의 원력으로 복원되었다. 헬기조차 접근하기 힘든 험지에 암자를 세우기 위해 산 아래에서 자재를 미리 깎고 단청까지 칠해 올라와 조립한 '사전 제작 방식'의 서사는 수행자의 지독한 정진을 짐작하게 한다.한 칸 남짓한 작은 규모의 도솔암은 거대한 바위 성벽에 둘러싸여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곳은 남해의 일출과 서해의 낙조를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천혜의 명당으로, 암자 앞마당에 서면 탁 트인 바다와 달마산의 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해무가 밀려오는 날이면 마치 구름바다 위에 떠 있는 신선의 거처와 같은 풍경을 연출하며 보는 이의 넋을 잃게 만든다. 작은 공간 안에 고요와 수행의 서사를 압축해 놓은 도량의 품격은 길 위에서 지친 여행자의 마음을 정화해 주기에 충분하다.코리아둘레길 남도 구간은 이처럼 유학자의 고뇌와 수행자의 원력이 교차하는 인문학적 성지다. 길은 단순히 흙과 돌로 이루어진 통로가 아니라, 시대를 앞서간 인물들이 남긴 사유의 흔적을 따라 걷는 시간 여행의 통로가 된다. 완주라는 목표에 매몰되지 않고 발걸음을 늦출 때 비로소 보이는 풍경들은 우리 국토가 간직한 깊은 서사를 들려준다. 만덕산의 차 향기와 달마산의 바닷바람을 맞으며 걷는 이 여정은 현대인들에게 진정한 휴식과 성찰의 의미가 무엇인지 묵묵히 웅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