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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메 콰르텟 10년, '헝그리 정신'이 빚은 선율

 한국 클래식 음악계에서 현악사중주단이 10년이라는 세월을 한결같은 멤버와 열정으로 유지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2016년 창단한 에스메 콰르텟은 제1바이올린 배원희를 중심으로 하유나, 디미트리 무라스, 허예은이 모여 세계 무대를 누비며 한국 실내악의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왔다. 이들이 지난 10년간 팀을 지탱해온 비결로 꼽은 것은 의외로 소박한 '헝그리 정신'과 '멤버 간의 깊은 존중'이었다. 화려한 수상 경력 뒤에 숨겨진 치열한 연습과 서로에 대한 배려가 오늘날의 에스메 콰르텟을 만든 핵심 자양분이 된 셈이다.

 

에스메 콰르텟의 이름이 전 세계에 각인된 결정적 계기는 2018년 세계 최고 권위의 위그모어 홀 국제 현악사중주 콩쿠르 우승이었다. 당시 우승과 함께 4개의 특별상을 휩쓸며 혜성처럼 등장한 이들은 독일 포셀 재단 음악상과 한스 갈 프라이즈 등을 석권하며 실력을 입증했다. 프랑스의 권위 있는 클래식 전문지 디아파종은 이들의 연주를 두고 서정성과 투명함이 공존하는 예상치 못한 깊이의 매력이라고 평가했다. '사랑받는다'는 뜻의 팀명처럼, 이들은 전 세계 관객들에게 클래식의 본질적인 아름다움을 전달하며 꾸준한 사랑을 받아왔다.

 


창단 10주년을 기념해 오는 6월 2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리사이틀은 이들의 음악적 정체성을 총망라하는 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공연의 프로그램은 현악사중주의 매력을 가장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곡들로 엄선되었다. 드보르자크의 '아메리칸'이 선사하는 자유로운 따뜻함과 쇼스타코비치 현악사중주 8번에 담긴 절망과 저항의 메시지는 1부의 핵심이다. 이어지는 2부에서는 슈베르트의 '죽음과 소녀'를 통해 삶과 죽음의 처절한 아름다움을 에스메 콰르텟만의 강렬한 에너지로 풀어낼 예정이다.

 

멤버들은 이번 공연을 준비하며 기술적인 완벽함보다 음악 속에 담긴 감정의 전달에 더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악사중주라는 장르가 대중에게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면서도, 결국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연주자의 집중력과 진정성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관객들이 곡을 분석하려 애쓰기보다는 무대 위에서 뿜어져 나오는 감정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따라오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이러한 진솔한 접근 방식은 에스메 콰르텟이 지난 10년간 관객들과 깊은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었던 비결이기도 하다.

 


지난 10년이 팀의 존재를 증명하고 색깔을 만들어가는 과정이었다면, 앞으로의 10년은 더욱 성숙한 '시니어 콰르텟'으로 거듭나는 시간이 될 것이다. 배원희는 멤버들과 함께 아름답게 나이 들어가는 팀이 되고 싶다는 소망을 전했고, 비올리스트 디미트리는 교육자로서 후학 양성에도 힘쓰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하유나와 허예은 역시 우리가 왜 이 음악을 연주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멈추지 않으며, 사람들의 기억 속에 오래도록 남는 음악을 남기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에스메 콰르텟의 10주년은 단순한 숫자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이는 한국 실내악이 세계적인 수준으로 도약했음을 보여주는 증거이자, 한 팀이 음악적 신념을 공유하며 성장해 나가는 과정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사례다. 6월의 초입, 예술의전당을 가득 채울 이들의 선율은 지난 10년의 땀방울과 앞으로 다가올 10년의 희망을 동시에 담아낼 것이다. 진심을 다해 현을 긋는 네 명의 연주자가 선사할 깊은 위로와 감동의 순간이 벌써부터 클래식 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고 있다.

 

삽시도 워케이션 3만원? 고물가 잊은 '섬캉스'

는 과정에서도 삽시도는 특유의 호젓한 섬 분위기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이곳을 가장 완벽하게 즐기는 방법은 무료로 대여해 주는 자전거를 타고 6km에 달하는 둘레길을 달리는 것이다. 페달을 밟으며 마주하는 면삽지의 바닷길과 물망터의 신비로운 샘물, 그리고 황금빛으로 빛나는 곰솔 군락은 도시의 소음에서 벗어난 여행자들에게 깊은 해방감을 선사한다.최근 삽시도가 주목받는 결정적인 이유는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하는 워케이션 프로그램 덕분이다. 1박 2일에 3만 원, 4박 5일에 5만 원이라는 비현실적인 가격으로 숙박과 공유 오피스를 모두 이용할 수 있는 이 프로그램은 고물가에 지친 직장인들에게 가뭄의 단비 같은 소식이다.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워케이션 센터는 와이파이와 콘센트 등 업무에 최적화된 환경을 갖추고 있어, 모니터 너머 수평선을 바라보며 일의 능률을 높이고 퇴근 후 즉시 갯벌 체험이나 낚시를 즐기는 이상적인 삶을 가능하게 한다.삽시도에서 배로 20분 거리에 있는 고대도는 전혀 다른 결의 평온함을 제공한다. 이곳은 1832년 독일인 선교사 칼 귀츨라프가 한국 최초로 개신교 선교를 시작한 역사적 성지로, '하나님이 사랑하는 섬'이라는 별칭에 걸맞은 경건한 분위기가 흐른다. 귀츨라프 선교사는 짧은 체류 기간에도 불구하고 감자 재배법과 포도주 제조법을 전수하며 조선의 굶주린 백성들을 돌봤다. 그의 숭고한 발자취를 따라 조성된 기념공원과 선교센터는 종교를 초월해 마음을 정돈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는 순례 코스가 되었다.고대도의 숨은 보석은 '뱅부여'라 불리는 해중 암반 지대다. 썰물 때 바닷물이 빠져나가면 드러나는 이 평평한 바위 위로 하늘이 거울처럼 투영되는데, 그 모습이 마치 볼리비아의 우유니 사막을 연상케 한다. 구름의 흐름과 하늘빛의 변화를 온몸으로 마주할 수 있는 이곳은 여행자들 사이에서 인생 사진을 남길 수 있는 최고의 명소로 꼽힌다. 역사적 서사와 자연의 신비가 공존하는 고대도는 삽시도의 역동적인 워케이션과 대비되는 정적인 치유의 공간으로서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두 섬의 상생은 지역 경제에도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워케이션 이용객이 늘어나면서 섬마을 소득은 사업 초기 대비 50배 이상 급증했고, 주민들은 호텔식 침구 도입과 커피머신 설치 등 방문객 편의를 위해 자발적인 변화를 꾀하고 있다. 관광객이 해변의 유리 조각을 주워 오면 체험비를 할인해 주는 환경 보호 캠페인은 섬의 청정함을 유지하는 원동력이 된다. 이러한 노력은 단순한 관광객 유치를 넘어 섬 공동체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끄는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보령의 삽시도와 고대도는 연결이 일상이 된 현대인들에게 잠시나마 '건강한 단절'의 가치를 가르쳐준다. 자전거로 해안선을 달리는 상쾌함과 뱅부여의 물거울 위를 걷는 고요함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지친 영혼을 위로한다. 일과 휴식의 경계를 허물고 싶은 이들이나 삶의 속도를 늦추고 싶은 순례자들에게 이 두 섬은 서해가 숨겨둔 가장 따뜻한 품이 되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