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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노키오는 나" 짐 다인, 서울서 개인전 개최

 미국 현대미술의 거장 짐 다인이 아흔이 넘은 나이에도 식지 않는 창작열을 안고 서울을 찾았다. 서울 삼청동 피비갤러리에서 개막한 ‘My Words and Pinocchio’ 전시는 작가가 평생에 걸쳐 탐구해온 피노키오라는 상징적 존재와 자신의 언어를 결합한 독창적인 무대다. 전시장 벽면에는 작가가 직접 목탄으로 써 내려간 문장들과 거친 질감의 드로잉이 뒤섞여 짐 다인만의 육체적 감각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팝아트의 태동기를 이끌었던 노화가는 이제 화려한 이미지를 넘어 인간 존재의 불완전함과 성장을 이야기하는 심오한 세계로 관객을 초대한다.

 

짐 다인에게 피노키오는 단순한 동화 속 캐릭터가 아니라 예술가로서의 삶을 투영한 강력한 은유다. 그는 여섯 살 무렵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통해 처음 접했던 피노키오의 공포와 경이로움을 여전히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성인이 된 후 우연히 발견한 골동품 인형은 그의 작업실에서 수십 년간 함께하며 자연스럽게 작품의 주인공으로 자리 잡았다. 나무 토막이 고통스러운 과정을 거쳐 인간이 되어가는 피노키오의 여정은, 무생물인 캔버스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예술가의 창작 과정과 궤를 같이한다는 것이 작가의 설명이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고질적인 결핍이었던 난독증이 어떻게 예술적 자양분으로 승화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장이기도 하다. 어린 시절 글자를 읽는 데 어려움을 겪었던 그는 텍스트를 ‘읽는 것’이 아닌 ‘보는 것’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화면 위에 단어를 크게 쓰고 지우기를 반복하는 그의 작업 방식은 시와 회화의 경계를 허문다. 전시장 곳곳에 배치된 시 드로잉들은 목탄의 검은 흔적과 긁힌 자국들을 통해 언어가 가진 시각적 에너지를 폭발시킨다. 이는 난독증이라는 장애를 자신만의 독특한 시각 언어로 치환해낸 거장의 승리다.

 

작가는 스스로를 ‘손으로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하며 아날로그적 작업 방식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낸다. 첨단 기술이 지배하는 시대에도 그는 컴퓨터나 운전 대신 오로지 손으로 만들고 그리는 행위에만 집중해왔다. 1970년대에 5년 동안 외부와 단절한 채 모델 드로잉에만 매진했던 일화는 그의 철저한 장인정신을 보여준다. 대상을 끊임없이 바라보고 손이 눈을 완벽하게 따라가도록 훈련하는 과정은 짐 다인 예술의 근간을 이룬다. 이러한 집요함은 이번 전시의 신작 드로잉에서도 밀도 높은 생동감으로 나타난다.

 


한국과의 깊은 인연도 이번 전시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짐 다인은 2013년 부산에 설치된 대형 피노키오 조각 ‘희망으로 나아가는 소년’을 통해 이미 한국 대중에게 친숙한 인물이다. 빌딩 숲 사이를 걷는 거대한 목각 인형은 부산의 상징적인 공공미술로 사랑받고 있다. 작가는 한국의 시각적 분위기와 한국인과의 의리를 소중히 여기며 여러 차례 서울과 부산을 방문해왔다. 이번 개인전 역시 오랜 인연을 맺어온 갤러리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성사된 것으로, 작가의 인간적인 면모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91세의 화가는 여전히 내일의 작업을 꿈꾸며 붓을 놓지 않는다. 전시장 한가운데 놓인 붉은 피노키오 조각과 지팡이를 짚은 작가의 모습은 묘한 일체감을 형성하며 관람객에게 묵직한 감동을 준다. 그는 예술을 통제할 수 없는 본능이자 삶의 방식이라고 말하며, 다음번에 그릴 피노키오는 지금보다 더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내비친다. 인간이 되기 위해 수많은 시련을 겪는 피노키오처럼, 거장의 예술 역시 완성을 향해 끊임없이 나아가는 현재진행형의 서사로 남았다.

 

삽시도 워케이션 3만원? 고물가 잊은 '섬캉스'

는 과정에서도 삽시도는 특유의 호젓한 섬 분위기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이곳을 가장 완벽하게 즐기는 방법은 무료로 대여해 주는 자전거를 타고 6km에 달하는 둘레길을 달리는 것이다. 페달을 밟으며 마주하는 면삽지의 바닷길과 물망터의 신비로운 샘물, 그리고 황금빛으로 빛나는 곰솔 군락은 도시의 소음에서 벗어난 여행자들에게 깊은 해방감을 선사한다.최근 삽시도가 주목받는 결정적인 이유는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하는 워케이션 프로그램 덕분이다. 1박 2일에 3만 원, 4박 5일에 5만 원이라는 비현실적인 가격으로 숙박과 공유 오피스를 모두 이용할 수 있는 이 프로그램은 고물가에 지친 직장인들에게 가뭄의 단비 같은 소식이다.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워케이션 센터는 와이파이와 콘센트 등 업무에 최적화된 환경을 갖추고 있어, 모니터 너머 수평선을 바라보며 일의 능률을 높이고 퇴근 후 즉시 갯벌 체험이나 낚시를 즐기는 이상적인 삶을 가능하게 한다.삽시도에서 배로 20분 거리에 있는 고대도는 전혀 다른 결의 평온함을 제공한다. 이곳은 1832년 독일인 선교사 칼 귀츨라프가 한국 최초로 개신교 선교를 시작한 역사적 성지로, '하나님이 사랑하는 섬'이라는 별칭에 걸맞은 경건한 분위기가 흐른다. 귀츨라프 선교사는 짧은 체류 기간에도 불구하고 감자 재배법과 포도주 제조법을 전수하며 조선의 굶주린 백성들을 돌봤다. 그의 숭고한 발자취를 따라 조성된 기념공원과 선교센터는 종교를 초월해 마음을 정돈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는 순례 코스가 되었다.고대도의 숨은 보석은 '뱅부여'라 불리는 해중 암반 지대다. 썰물 때 바닷물이 빠져나가면 드러나는 이 평평한 바위 위로 하늘이 거울처럼 투영되는데, 그 모습이 마치 볼리비아의 우유니 사막을 연상케 한다. 구름의 흐름과 하늘빛의 변화를 온몸으로 마주할 수 있는 이곳은 여행자들 사이에서 인생 사진을 남길 수 있는 최고의 명소로 꼽힌다. 역사적 서사와 자연의 신비가 공존하는 고대도는 삽시도의 역동적인 워케이션과 대비되는 정적인 치유의 공간으로서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두 섬의 상생은 지역 경제에도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워케이션 이용객이 늘어나면서 섬마을 소득은 사업 초기 대비 50배 이상 급증했고, 주민들은 호텔식 침구 도입과 커피머신 설치 등 방문객 편의를 위해 자발적인 변화를 꾀하고 있다. 관광객이 해변의 유리 조각을 주워 오면 체험비를 할인해 주는 환경 보호 캠페인은 섬의 청정함을 유지하는 원동력이 된다. 이러한 노력은 단순한 관광객 유치를 넘어 섬 공동체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끄는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보령의 삽시도와 고대도는 연결이 일상이 된 현대인들에게 잠시나마 '건강한 단절'의 가치를 가르쳐준다. 자전거로 해안선을 달리는 상쾌함과 뱅부여의 물거울 위를 걷는 고요함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지친 영혼을 위로한다. 일과 휴식의 경계를 허물고 싶은 이들이나 삶의 속도를 늦추고 싶은 순례자들에게 이 두 섬은 서해가 숨겨둔 가장 따뜻한 품이 되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