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산업

롤스로이스 뉴 컬리넌, 5억대 럭셔리 SUV 상륙

 롤스로이스의 역사에서 컬리넌은 브랜드의 정체성을 재정의한 혁신적인 이정표로 평가받는다. 2018년 첫 출시 당시 전통적인 자산가들 사이에서는 브랜드 순수성에 대한 우려가 나오기도 했으나, 시장의 결과는 압도적인 성공이었다. 컬리넌은 롤스로이스 구매자의 평균 연령을 50대 중반에서 40대 초반으로 대폭 낮추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무엇보다 뒷좌석에 앉아 이동하던 쇼퍼 드리븐 문화에서 소유주가 직접 운전대를 잡는 오너 드리븐 중심으로 럭셔리 카의 유행을 선도했다는 점이 가장 큰 성과다.

 

이번에 국내에 선보인 '뉴 컬리넌(컬리넌 시리즈 II)'은 이러한 젊은 자산가들의 요구를 더욱 정교하게 반영했다. 파워트레인의 핵심인 6.75리터 V12 트윈 터보 엔진은 최고출력 571마력의 강력한 힘을 발휘하며, 2.7톤이 넘는 거구를 마치 구름 위를 걷듯 부드럽게 밀어낸다. 시동을 걸어도 실내로 유입되는 진동과 소음은 거의 완벽에 가깝게 차단되어 계기판의 바늘을 확인해야만 엔진 구동 여부를 알 수 있을 정도다. 사륜 조향 장치는 거대한 차체에도 불구하고 도심 좁은 길에서 기민한 회전 성능을 보장한다.

 


고속 주행에서 뉴 컬리넌은 대형 항공기가 이륙하는 듯한 묵직하고 꾸준한 가속감을 선사한다. 시속 100km를 상회하는 영역에서도 이중 접합 유리와 방대한 방음재 덕분에 실내는 정적을 유지한다. 운전자가 실제 속도를 체감하기 어려울 정도로 안정적인 주행감을 제공하기 때문에 주행 중 계기판 확인이 필수적일 정도다. 이러한 주행 특성은 장거리 운행 시 운전자의 피로도를 최소화하며, 럭셔리 SUV가 지향해야 할 주행의 질을 명확히 보여준다.

 

직접 운전하는 비중이 늘어났음에도 롤스로이스 고유의 후석 안락함은 한층 강화되었다. 알루미늄 스페이스 프레임 기반의 '럭셔리 아키텍처'는 노면의 충격을 효율적으로 분산하며, 지능형 에어 서스펜션은 바닥의 굴곡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감쇠력을 조절한다. 일반적인 고급 SUV가 충격을 완화해 전달한다면, 뉴 컬리넌은 충격 자체를 탑승자가 인지하지 못하도록 평탄화하는 수준에 도달했다. 급격한 가감속이나 코너링 상황에서도 차체의 기울어짐을 억제해 뒷좌석 승객의 자세를 흐트러뜨리지 않는다.

 


외관 디자인은 현대 건축의 수직적 미학을 담아내며 더욱 웅장해졌다. 전면부의 새로운 주간 주행등은 범퍼 하단까지 길게 이어져 도로 위에서의 존재감을 부각하며, 요트의 형상을 투영한 하단 라인은 역동성을 더한다. 실내는 아날로그 시계와 디지털 디스플레이가 조화를 이루는 수공예 공간으로 꾸며졌다. 특히 대나무 추출 원단을 활용한 '듀얼리티 트윌' 내장재는 가죽 일변도의 시장에서 지속 가능한 럭셔리의 새로운 대안을 제시한다. 시트 하나를 제작하는 데만 220만 개의 스티치가 들어가는 장인정신은 롤스로이스만의 독보적인 가치를 증명한다.

 

뉴 컬리넌은 전통적인 장인정신을 고수하면서도 첨단 IT 기술과의 결합을 놓치지 않았다. 전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인 '스피릿'은 모바일 앱과 연동되어 차량의 상태를 원격으로 제어하며, 후석 승객을 위한 독립적인 미디어 환경도 완벽하게 구축했다. 국내 판매 가격은 기본형 5억 7,700만 원, 고성능 블랙 배지 모델은 6억 7,000만 원부터 시작된다. 개인의 취향을 반영하는 비스포크 프로그램에 따라 가격은 더욱 높아지겠지만, 뉴 컬리넌은 타협 없는 완성도를 원하는 국내 자산가들에게 대체 불가능한 선택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양평에 뜬 '위버멘쉬', 메덩골정원 가심비 논란

입장료가 9만 원에 달해, 국내에서 가장 비싼 정원으로 꼽히던 사유원이나 뮤지엄 산의 기록을 가볍게 경신했다. 웬만한 테마파크 자유이용권보다 비싼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이곳은 단순한 휴식처를 넘어 철학과 예술이 응축된 거대한 야외 박물관으로서 그 가치를 증명하고 있다.약 7만 3,000㎡ 부지에 조성된 메덩골정원은 지난해 한국정원을 먼저 선보인 데 이어 최근 현대정원까지 모두 공개하며 완전한 진용을 갖췄다. 이곳의 풍경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라기보다 인간의 치밀한 계산과 철학적 사유가 빚어낸 하나의 거대한 조형물에 가깝다. 승효상과 이재연을 비롯해 기욤 고스 드 고르 등 세계적인 건축가와 조경가들이 협업하여 바닥에 놓인 돌 하나, 나무 한 그루의 배치까지 엄격하게 설계했다. 류재용 대표는 이를 두고 콘크리트라는 차가운 소재로 시를 써 내려가는 과정이었다고 회고했다.현대정원 구역은 인문학적 상징물로 가득 차 있어 관람객들에게 끊임없는 해석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플라톤의 이데아를 100개의 스테인리스 기둥으로 형상화한 공간이나, 생텍쥐페리의 소설에서 영감을 얻은 원형 광장 '여정' 등이 대표적이다. 또한 한국의 정체성을 담아낸 '선비의 나라'에는 거대한 갓 모양의 조형물이 설치되어 시각적 압도감을 선사하며, 거북선을 모티브로 한 '불굴의 정신' 구역은 삼각 건축물과 화단을 통해 파도를 가르는 역동성을 표현했다.반면 한국정원 구역은 전통의 미학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고즈넉한 정취를 풍긴다. 안동 병산서원의 만대루를 오마주한 '선곡서원'은 콘크리트 구조물임에도 불구하고 전통 건축의 비례미를 완벽하게 재현해냈다. 산천어가 노니는 연못 '용반연'과 내장산에서 옮겨 심은 단풍나무 숲, 그리고 수백 대의 트럭 분량으로 조성된 인공 냇가는 인위와 자연의 경계에서 묘한 조화를 이룬다. 이는 시각적 화려함보다는 내면의 평온과 사유를 유도하는 한국적 정원의 정수를 보여준다.정원의 가장 높은 지점에는 니체의 초인 사상을 이름에 담은 레스토랑 '위버하우스'가 자리 잡고 있다. 16개의 기둥이 하늘을 향해 솟아오른 기하학적 형태의 이 건물은 메덩골정원의 랜드마크 역할을 한다. 옥상 전망대에 올라서면 발아래로 펼쳐지는 현대정원의 전경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어, 관람의 대미를 장식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이곳에서 제공되는 미식 경험 역시 정원의 철학적 메시지와 궤를 같이하며 방문객들의 감각을 자극한다.메덩골정원은 고가 정책과 난해한 예술적 해석 때문에 대중 사이에서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장소다. 하지만 모든 공간의 철학적 의미를 완벽히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그 자체로 압도적인 시각적 미감을 제공하기에 가벼운 산책이나 사진 촬영을 목적으로 방문하기에도 충분하다. 공간이 품은 깊은 의도가 궁금한 이들을 위해 하루 세 차례 전문 도슨트 투어가 운영되고 있으며, 이는 단순한 관람을 넘어 예술과 철학을 향유하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