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신물질 PPS03, 전이암 잡는다

 국내 연구진이 기존 항암제에 반응하지 않는 전이암을 효과적으로 사멸시킬 수 있는 고분자 신물질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강남세브란스병원 임진홍 교수와 분당차병원 최경화 교수 공동 연구팀은 5일, 내성 암세포를 선택적으로 공격하는 신물질 'PPS03'을 발견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번 성과는 치료 대안이 거의 없었던 불응성 간암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이 될 것으로 보이며, 암세포의 대사 특성을 역이용한 독창적인 접근법으로 학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연구의 핵심 타깃인 간세포암은 초기 치료 이후에도 재발과 전이가 잦아 완치가 어려운 질병으로 꼽힌다. 특히 반복된 항암 치료로 인해 내성이 생긴 암세포는 기존 전신 치료제에 거의 반응하지 않아 의료 현장에서 큰 골칫거리였다. 연구팀은 이러한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 정상 세포보다 흡수 활동이 월등히 활발한 암세포의 생리적 특징에 주목했다. PPS03은 이러한 차이를 감지해 암세포 내부로만 집중적으로 침투하도록 설계되어 치료 효율을 극대화했다.

 


암세포 내부에 진입한 PPS03은 셀레노메티오닌과 철 이온을 방출하는 메커니즘을 작동시킨다. 이 과정에서 암세포 내 활성산소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과잉 생산되면서, 암세포는 스스로 괴사하는 경로를 밟게 된다. 활성산소를 이용한 암세포 사멸 시도는 과거에도 있었으나, 정상 세포까지 함께 파괴하는 부작용 때문에 상용화에 어려움이 많았다. 그러나 PPS03은 암세포만을 표적으로 삼아 진입하기 때문에 정상 조직의 손상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번 연구에서 특히 주목할 만한 부분은 PPS03이 암의 전이와 재발을 주도하는 '암 줄기세포'의 특성까지 억제한다는 점이다. 암 줄기세포는 일반적인 항암제 공격에도 살아남아 나중에 암을 다시 키우는 원인이 되는데, PPS03은 이들의 생존력을 약화시켜 근본적인 재발 방지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이는 단순히 현재의 종양을 줄이는 것을 넘어, 암의 장기적인 관리와 완치율 향상에 기여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로 해석된다.

 


임진홍 교수는 이번에 개발된 신물질이 내성 전이암에 강력한 효과를 발휘하면서도 정상 세포에 대한 공격성을 낮춰 항암 치료의 고질적인 부작용을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연구팀은 실제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시험이라는 큰 과제가 남아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현재까지 간의 정상 세포에서는 낮은 독성이 확인되었으나, 신체 내 다른 장기나 조직에 미칠 수 있는 장기적인 안전성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검증 절차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신중한 입장이다.

 

연구 결과는 세계적 권위를 자랑하는 국제 학술지 '생체재료학(Biomaterials)' 최신호에 실리며 기술적 완성도를 인정받았다. PPS03의 개발은 항암제 내성이라는 거대한 벽에 부딪힌 현대 의학에 새로운 돌파구를 제시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연구진은 향후 임상 단계에서의 안전성 확보와 대량 생산 공정 최적화에 주력할 계획이며, 이를 통해 불응성 암 환자들을 위한 실질적인 치료 옵션을 마련하는 데 속도를 낼 방침이다.

 

양평에 뜬 '위버멘쉬', 메덩골정원 가심비 논란

입장료가 9만 원에 달해, 국내에서 가장 비싼 정원으로 꼽히던 사유원이나 뮤지엄 산의 기록을 가볍게 경신했다. 웬만한 테마파크 자유이용권보다 비싼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이곳은 단순한 휴식처를 넘어 철학과 예술이 응축된 거대한 야외 박물관으로서 그 가치를 증명하고 있다.약 7만 3,000㎡ 부지에 조성된 메덩골정원은 지난해 한국정원을 먼저 선보인 데 이어 최근 현대정원까지 모두 공개하며 완전한 진용을 갖췄다. 이곳의 풍경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라기보다 인간의 치밀한 계산과 철학적 사유가 빚어낸 하나의 거대한 조형물에 가깝다. 승효상과 이재연을 비롯해 기욤 고스 드 고르 등 세계적인 건축가와 조경가들이 협업하여 바닥에 놓인 돌 하나, 나무 한 그루의 배치까지 엄격하게 설계했다. 류재용 대표는 이를 두고 콘크리트라는 차가운 소재로 시를 써 내려가는 과정이었다고 회고했다.현대정원 구역은 인문학적 상징물로 가득 차 있어 관람객들에게 끊임없는 해석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플라톤의 이데아를 100개의 스테인리스 기둥으로 형상화한 공간이나, 생텍쥐페리의 소설에서 영감을 얻은 원형 광장 '여정' 등이 대표적이다. 또한 한국의 정체성을 담아낸 '선비의 나라'에는 거대한 갓 모양의 조형물이 설치되어 시각적 압도감을 선사하며, 거북선을 모티브로 한 '불굴의 정신' 구역은 삼각 건축물과 화단을 통해 파도를 가르는 역동성을 표현했다.반면 한국정원 구역은 전통의 미학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고즈넉한 정취를 풍긴다. 안동 병산서원의 만대루를 오마주한 '선곡서원'은 콘크리트 구조물임에도 불구하고 전통 건축의 비례미를 완벽하게 재현해냈다. 산천어가 노니는 연못 '용반연'과 내장산에서 옮겨 심은 단풍나무 숲, 그리고 수백 대의 트럭 분량으로 조성된 인공 냇가는 인위와 자연의 경계에서 묘한 조화를 이룬다. 이는 시각적 화려함보다는 내면의 평온과 사유를 유도하는 한국적 정원의 정수를 보여준다.정원의 가장 높은 지점에는 니체의 초인 사상을 이름에 담은 레스토랑 '위버하우스'가 자리 잡고 있다. 16개의 기둥이 하늘을 향해 솟아오른 기하학적 형태의 이 건물은 메덩골정원의 랜드마크 역할을 한다. 옥상 전망대에 올라서면 발아래로 펼쳐지는 현대정원의 전경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어, 관람의 대미를 장식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이곳에서 제공되는 미식 경험 역시 정원의 철학적 메시지와 궤를 같이하며 방문객들의 감각을 자극한다.메덩골정원은 고가 정책과 난해한 예술적 해석 때문에 대중 사이에서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장소다. 하지만 모든 공간의 철학적 의미를 완벽히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그 자체로 압도적인 시각적 미감을 제공하기에 가벼운 산책이나 사진 촬영을 목적으로 방문하기에도 충분하다. 공간이 품은 깊은 의도가 궁금한 이들을 위해 하루 세 차례 전문 도슨트 투어가 운영되고 있으며, 이는 단순한 관람을 넘어 예술과 철학을 향유하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