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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미애 "선거 결과는 민주당이 무능했던 결과"

 제10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막을 내린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경북도당위원장인 임미애 의원이 당의 전략 실패와 무능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임 의원은 선거 종료 엿새 만인 9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대구시장 선거를 비롯한 지역구 패배의 원인을 심층 분석한 글을 올렸다. 그는 김부겸 전 총리라는 중량감 있는 후보를 내세웠음에도 불구하고 참패를 면치 못한 현실을 언급하며, 당이 준비 과정에서부터 안일했음을 시인했다.

 

임 의원은 대구·경북 지역 유권자들이 민주당의 핵심 슬로건에 전혀 공감하지 못했다는 점을 패배의 결정적 요인으로 꼽았다. 민주당이 내건 '내란종식과 국가 정상화'라는 구호가 지역 정서와 동떨어져 있었으며, 이는 결과적으로 전략적 패착이었다는 진단이다. 특히 보수층의 결집을 넘어선 근본적인 거부감이 존재했음을 강조하며, 지역민들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한 당의 정무적 판단력을 질타했다.

 


지역 민심은 이재명 정부의 국정 수행 능력과는 별개로 민주당의 독주를 견제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했던 것으로 분석됐다. 임 의원은 유권자들이 정부가 일을 잘하더라도 지방 권력까지 민주당이 독점하는 것에는 거부감을 느꼈다고 전했다. 선거 기간 중 발생한 조작기소 특검법 논란이나 특정 기업 관련 설화 등이 '권력 남용'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강화했고, 이것이 높은 국정 지지율이 표로 연결되지 못한 장벽이 되었다는 설명이다.

 

당 지도부의 안일한 태도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임 의원은 민주당이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에만 기대어 선거 운동을 게으르게 진행했다고 지적했다. 중앙당의 관심이 특정 인물이나 수도권 갈등 사안에만 매몰되면서 정작 험지에서 사투를 벌이는 지역 후보들은 방치되었다는 것이다. 후보와 지지자들이 분열되는 과정에서도 당 차원의 중재나 지원이 전무했다는 점은 뼈아픈 대목으로 거론됐다.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거둔 일부 성과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으면서도 패배의 충격은 감추지 못했다. 임 의원은 대구 지역 9개 기초자치단체장 선거에서 평균 30% 이상의 득표율을 기록한 것은 유의미한 수치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예상보다 크게 벌어진 표 차이는 지역 정치 지형의 높은 벽을 다시금 실감하게 했으며, 향후 지역 정치를 재건하는 데 있어 큰 심리적 위축을 가져왔다고 토로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번 임 의원의 발언을 기점으로 당 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선거 결과에 대한 책임론이 당 지도부를 향하고 있는 가운데, 지역주의 타파를 위한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임 의원은 대구·경북 유권자들이 민주당의 행보를 '오만'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을 경고하며 당의 전면적인 태도 변화를 촉구하는 것으로 글을 맺었다.

 

정약용의 500권 저술 산실, 다산초당의 인문학

는 결과가 아니라, 발길 닿는 구간마다 깃든 땅의 역사와 대화하며 천천히 걷는 과정에 있다. 그중에서도 전남 강진을 지나는 남파랑길 83코스는 조선의 대유학자 다산 정약용의 고립과 깊은 사유가 층층이 쌓인 공간으로 여행자들을 이끈다. 약 17.5km에 달하는 이 길의 중심에는 야생 차나무가 무성해 '다산'이라는 별칭으로도 불리는 만덕산이 굳건히 자리하고 있다.강진 유배 시절 다산의 삶은 만덕산 자락의 백련사와 그곳에서 만난 혜장선사와의 인연을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1805년 봄, 유배객 신분으로 처음 백련사를 찾은 정약용은 주지였던 혜장과 학문적 깊이에 감복하며 신분을 초월한 우정을 쌓기 시작했다. 절망적인 유배 생활 속에서 혜장은 다산에게 지적인 동반자이자 정신적인 버팀목이 되어주었다. 1808년 다산이 백련사 인근의 다산초당으로 거처를 옮긴 후 두 사람이 수시로 오갔던 800m의 산길은 오늘날 '우정길'이라는 이름으로 남아 도보 여행자들에게 진한 감동을 전한다.다산초당은 단청조차 없는 소박한 목조 건물이지만, 그곳에 머문 11년 동안 정약용은 '목민심서'와 '경세유표' 등 500여 권에 달하는 방대한 저술을 남겼다. 유배라는 물리적 억압조차 그의 사유의 깊이를 가둘 수 없었음을 증명하듯, 초당 곳곳에는 선비의 여유와 기품이 흐른다. 만덕산 능선에서 내려다보이는 강진만의 풍경은 고독한 유배객의 시선을 넓혀주었을 것이며, 지천에 널린 야생 차나무는 그의 호가 된 '다산'의 유래가 되어 오늘날까지 그 향기를 전하고 있다.강진을 지나 해남으로 발길을 옮기면 달마산 미황사에서 땅끝탑으로 이어지는 남파랑길 90코스가 여행자를 맞이한다. 이 구간의 하이라이트는 기암괴석 사이에 제비집처럼 자리 잡은 도솔암이다. 정유재란 당시 소실되어 400여 년간 빈터로 남아있던 이곳은 2002년 법조 스님의 원력으로 복원되었다. 헬기조차 접근하기 힘든 험지에 암자를 세우기 위해 산 아래에서 자재를 미리 깎고 단청까지 칠해 올라와 조립한 '사전 제작 방식'의 서사는 수행자의 지독한 정진을 짐작하게 한다.한 칸 남짓한 작은 규모의 도솔암은 거대한 바위 성벽에 둘러싸여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곳은 남해의 일출과 서해의 낙조를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천혜의 명당으로, 암자 앞마당에 서면 탁 트인 바다와 달마산의 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해무가 밀려오는 날이면 마치 구름바다 위에 떠 있는 신선의 거처와 같은 풍경을 연출하며 보는 이의 넋을 잃게 만든다. 작은 공간 안에 고요와 수행의 서사를 압축해 놓은 도량의 품격은 길 위에서 지친 여행자의 마음을 정화해 주기에 충분하다.코리아둘레길 남도 구간은 이처럼 유학자의 고뇌와 수행자의 원력이 교차하는 인문학적 성지다. 길은 단순히 흙과 돌로 이루어진 통로가 아니라, 시대를 앞서간 인물들이 남긴 사유의 흔적을 따라 걷는 시간 여행의 통로가 된다. 완주라는 목표에 매몰되지 않고 발걸음을 늦출 때 비로소 보이는 풍경들은 우리 국토가 간직한 깊은 서사를 들려준다. 만덕산의 차 향기와 달마산의 바닷바람을 맞으며 걷는 이 여정은 현대인들에게 진정한 휴식과 성찰의 의미가 무엇인지 묵묵히 웅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