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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부터 로밍까지…‘병맛 광고’가 대세 된 이유

최근 광고 시장에서 이른바 ‘B급 감성’ 콘텐츠가 잇따라 화제를 모으고 있다. 정교하게 꾸민 이미지나 세련된 연출보다, 일부러 어설프고 과장된 패러디와 엉뚱한 유머가 소비자들의 눈길을 붙잡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는 소주 브랜드 ‘처음처럼’의 20주년 기념 광고다. 지난달 공개된 해당 광고에는 개그우먼 이수지가 등장해 과거 소주 광고 속 스타들의 장면을 패러디했다. 핑크색 블라우스를 입고 새침한 표정을 짓거나, 하얀 원피스를 입은 채 그네를 타며 치명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식이다. 겉으로는 익숙한 소주 광고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모델은 배우 수지나 블랙핑크 제니가 아닌 이수지다. 이 의외성이 웃음을 만들며 영상들은 각각 수백만에서 1천만 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소비자 반응도 뜨겁다. 온라인 댓글에는 “광고를 직접 검색해서 본 것은 처음”, “소주 광고 중 가장 기억에 남는다”, “너무 웃겨서 여러 번 봤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기존 소주 광고가 ‘예쁜 모델이 잔을 들고 부드러움을 강조하는’ 공식에 가까웠다면, 이번 광고는 그 공식을 비틀어 오히려 강한 인상을 남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숙취해소제 광고도 비슷한 흐름을 탔다. ‘컨디션’은 K팝 대표 여성 스타들을 가리키는 신조어 ‘장카설유’를 엉뚱하게 비틀어 장기하, 카더가든, 설운도, 유병재를 등장시켰다. 섭외가 어려운 톱스타 대신 이름 앞 글자가 같은 전혀 다른 인물들을 데려온다는 설정은 예상 밖의 웃음을 만들었고, 예고편과 본편 모두 높은 조회수를 기록했다.

 


톱스타가 자신의 이미지를 내려놓는 광고도 인기다. SK텔레콤의 로밍 광고에서는 배우 지창욱이 공항에서 난데없이 영웅처럼 변신해 “스마트폰 발사”를 외치고, 캐리어 위에 올라타 눈에서 레이저를 쏘는 장면까지 연기한다. 잘생기고 진지한 이미지의 배우가 과장된 B급 코드에 몸을 던진 모습은 오히려 대중에게 신선하게 받아들여졌다.

 


G마켓 광고 역시 유명 작품의 대사를 노골적으로 비튼 패러디로 주목받았다. 배우 박성웅은 영화 속 명대사를 활용해 상품을 홍보했고, 장혁은 드라마 ‘추노’의 분위기를 빌려 각종 상품명을 외쳤다. 익숙한 장면을 예측과 다르게 바꾸는 방식이 소비자에게 ‘반전의 재미’를 준 셈이다.

 

이 같은 흐름은 드라마로도 확산하고 있다. tvN ‘취사병 전설이 되다’는 군대와 요리를 소재로 하면서도 소시지 총알, 미역국 천지창조 같은 황당한 장면을 진지하게 연출해 웃음을 유발한다. 비현실적인 상황을 배우들이 정색하고 연기할수록 코미디 효과는 더 커진다.

 

전문가들은 B급 콘텐츠의 인기가 불황과 짧아진 주의력, 디지털 플랫폼 환경과 맞물려 있다고 본다. 정형화된 광고보다 뜻밖의 웃음과 가벼운 일탈을 주는 콘텐츠가 공유되기 쉽다는 것이다. 다만 무분별한 활용에는 한계가 있다. 웃음만 남고 브랜드나 제품이 기억나지 않으면 광고 효과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금융, 병원, 보험, 고급 브랜드처럼 신뢰와 품격이 중요한 분야에서는 B급 감성이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핵심은 브랜드 맥락에 맞는지 여부”라며 “B급 코드는 적절한 시기와 방식으로 활용할 때 효과가 크다”고 강조한다. 유행을 따라가는 것보다, 제품의 성격과 소비자 정서에 맞게 조율하는 균형감이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윈난 지눠산, 300년 탄압 딛고 부활

기술을 통해 독자적인 공동체 문화를 유지해 왔다. 특히 지눠산은 과거 청나라 시절부터 보이차의 핵심 산지로 명성을 떨쳤으며, 이곳에서 생산되는 찻잎은 그 품질과 양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압도적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영광은 오히려 외부 세력의 질시를 불러일으켰고, 지눠족은 오랜 시간 동안 혹독한 수난의 역사를 감내해야 했다.지눠족의 기원에는 삼국시대 제갈공명과 관련된 흥미로운 전설이 서려 있다. 남만 정벌 당시 대열에서 이탈한 촉나라 병사들이 현지 토착민과 결합하여 형성된 민족이라는 설이다. 이 때문에 지눠족은 제갈공명을 단순한 정복자가 아닌 차 씨앗을 전해준 '차의 조상'으로 숭배하며 매년 차조회를 열어 경의를 표한다. 외부인을 배척하기보다 새로운 가족으로 받아들여 민족의 번영을 꾀했던 이들의 개방적인 태도는 씨족 내 혼인을 엄격히 금지하고 외지인과의 결합을 장려했던 독특한 혼인 풍습에서도 잘 드러난다.이들이 보유한 차 제조 기술은 현대 차 문화의 원형을 간직하고 있다. 찻잎을 숯불에 구워 우려내는 '화소차'는 일본의 유명한 호지차보다 훨씬 앞선 전통을 자랑하며, 고온 로스팅을 통해 카페인 부담을 낮춘 것이 특징이다. 또한 찻잎을 달여 고체 형태로 만든 '차고'는 세계 최초의 인스턴트 차로 평가받을 만큼 혁신적인 기술력을 보여준다. 찻잎을 나물처럼 무쳐 먹는 '량반차' 습속은 차를 단순한 음료가 아닌 생존을 위한 식량으로 활용했던 소수민족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그러나 지눠족의 차 산업은 청나라의 가혹한 통치 아래 철저히 파괴되는 아픔을 겪었다. 18세기 한족 상인과의 갈등을 빌미로 시작된 청나라의 보복은 마을과 다원을 잿더미로 만들었고, 이후 약 177년 동안 지눠족의 독자적인 차 생산은 법적으로 금지되었다. 이들은 자신들의 땅에서 딴 찻잎을 인근 지역인 이우나 이방으로 보내야만 했으며, 그 과정에서 지눠산의 명성은 점차 퇴색되었다. 20세기 들어서도 전쟁과 내전의 화마를 피하지 못한 채 고귀한 차산은 화전민들의 터전으로 변하며 그 규모가 급격히 축소되었다.몰락의 길을 걷던 지눠족에게 반전의 기회가 찾아온 것은 20세기 말 보이차 열풍이 불기 시작하면서부터다. 밀림 속에 방치되었던 수백 년 수령의 고차수들이 다시 발견되었고, 여기서 생산된 고수차가 시장에서 천문학적인 가격에 거래되기 시작했다. 300년 넘게 이어온 탄압과 빈곤의 사슬이 끊어지는 순간이었다. 지눠족은 자신들의 녹색 보물인 차나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며 경제적 자립을 꾀했고, 그 결과 2019년 윈난성 소수민족 중 가장 먼저 완전한 빈곤 퇴치를 달성하는 쾌거를 이루었다.현재 지눠산은 사통팔달의 도로망이 구축되어 외부와의 소통이 원활해졌으며, 아열대 기후의 이점을 살린 차 재배는 여전히 이들의 주된 수입원이다. 지눠족은 제갈공명의 탄생일에 풍등을 올리며 조상을 기리는 전통을 이어가는 동시에, 현대적인 차 가공 기술을 접목해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과거의 상처를 딛고 일어선 지눠족은 이제 윈난성을 대표하는 차 생산지로서의 위상을 회복하며, 자신들만의 독특한 토템 신앙과 문화를 보존한 채 지눠산의 안개 속에서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