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산업

수입차, 차 대신 문화를 판다

 수입차 시장의 경쟁 축이 단순한 차량 성능 대결에서 브랜드 철학을 공유하는 라이프스타일 경험으로 이동하고 있다. 전동화 기술의 평준화로 하드웨어만으로는 차별화가 어려워지자, 글로벌 명차 브랜드들은 서울의 핫플레이스를 중심으로 문화와 예술, 미식을 결합한 복합 체험 공간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이는 잠재 고객들에게 브랜드가 지향하는 삶의 방식을 직접 체감하게 함으로써 정서적 유대감을 강화하려는 전략이다.

 

이탈리아 슈퍼카 브랜드 페라리는 지난 8일 서울 성수동에 국내 첫 브랜드 전시관인 '카사 페라리'를 열고 차세대 오픈톱 모델을 공개했다. 그동안 소수의 VIP를 대상으로 폐쇄적으로 운영되던 프로그램을 일반 대중에게까지 확대한 점이 이례적이다. 전용 카페와 야외 정원 등을 갖춘 이 공간은 예약 시작 직후 순식간에 매진될 만큼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페라리는 이를 통해 단순한 속도의 상징을 넘어 하나의 문화적 아이콘으로서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역시 성수동에 브랜드의 과거와 미래를 잇는 '스튜디오 서울'을 개관하며 경험 마케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세워진 이 공간은 브랜드 탄생 140주년을 기념해 헤리티지와 혁신 기술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구성됐다. 벤츠는 이곳을 신차 발표회장뿐만 아니라 고객들이 상시로 브랜드의 비전을 공유하는 소통의 거점으로 활용하며 프리미엄 이미지를 공고히 하고 있다.

 

BMW는 강남 한복판에 럭셔리 라운지를 마련해 최상위 고객층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자동차와 음악, 미식 등을 결합한 고품격 프로그램을 통해 브랜드가 제안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전략은 실제 판매 실적으로도 증명되고 있다. BMW의 대형 세단인 7시리즈는 올해 들어 수입 대형차 시장에서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으며, 이는 차별화된 고객 멤버십 서비스가 주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프랑스 브랜드 푸조와 국산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도 체험형 콘텐츠 강화에 합류했다. 푸조는 프랑스 특유의 사교 문화와 시승을 결합한 커뮤니티 활동을 통해 브랜드 감성을 전달하고 있으며, 제네시스는 뉴욕의 복합문화공간에서 유명 인사와의 협업 전시를 여는 등 글로벌 시장에서 문화적 접점을 넓히고 있다. 자동차가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개인의 취향을 대변하는 공간으로 인식되면서 브랜드가 제공하는 무형의 가치가 더욱 중요해진 결과다.

 

업계 전문가들은 온라인을 통한 정보 습득이 쉬워진 시대일수록 오프라인에서의 독창적인 경험이 브랜드 충성도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가 될 것으로 내다본다. 차량을 소유하는 즐거움을 넘어 브랜드가 제안하는 가치관에 동참하게 만드는 것이 재구매율을 높이는 결정적 수단이기 때문이다. 수입차 업체들의 이러한 공간 마케팅 경쟁은 고객의 오감을 만족시키기 위한 방향으로 더욱 진화하며 프리미엄 시장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하고 있다.

 

"7월은 늦다" 조기 휴가족, 일본 소도시 온천 점령

시 온천 거점들이 대안 행선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들 지역은 비행시간이 2시간 내외로 짧아 유류할증료 부담을 덜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대도시의 번잡함에서 벗어나 현지의 깊이 있는 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실속형 여행자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 7~8월의 폭염과 인파를 피해 자연의 청량함을 만끽하려는 이들을 위해 규슈와 야마구치 일대 주요 온천 거점들의 현지화 전략과 매력을 짚어보았다.풍부한 온천 용출량을 자랑하는 오이타현 벳푸시의 카이 벳푸는 고즈넉한 골목의 정취를 보존하며 방문객을 맞이하고 있다. 이곳은 바다를 조망하는 개방형 족욕 공간에서 해풍을 느끼며 하루를 시작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낮 시간에는 온천수를 활용한 전통 염색 기법 실습 등 향토 공예 체험이 진행되며, 밤에는 지역 민속 연희 재현과 현지 소주 시음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특히 9월 말까지 이어지는 디지털 매핑 야간 축제와 7월 하순의 불꽃놀이는 객실에서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어 가족 단위 여행객들에게 인기가 높다. 오이타와 후쿠오카 공항을 통한 접근성도 뛰어나 이동의 편의성을 확보했다.농경지의 원풍경을 건축에 녹여내 차별화를 시도한 사례도 주목할 만하다. 세계적인 건축 거장 쿠마 겐고가 설계를 맡은 카이 유후인은 지역 고유의 계단식 논을 단지 중앙에 배치해 독특한 경관을 창출했다. 초여름의 연둣빛 다랑논과 유후타케산의 웅장한 전경이 온천 욕장과 하나로 연결되는 시각적 경험은 이곳만의 독보적인 매력이다. 객실 내부에는 반딧불이를 형상화한 인테리어와 지역 희귀 식물인 시치토 골풀로 만든 조명이 배치되어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후쿠오카 공항에서 고속버스와 셔틀버스를 연계해 도달할 수 있는 이곳은 자연 속의 완전한 고립을 선사한다.무더위를 피해 쾌적한 기후를 찾는 여행객들에게는 나가사키현 운젠 고원의 카이 운젠이 최적의 장소다. 해발 700미터 국립공원 내에 위치해 평지보다 기온이 현저히 낮아 여름철 피서지로 각광받는다. 이곳은 불투명한 우윳빛 강산성 온천수가 특징이며, 안개 자욱한 고원을 배경으로 즐기는 노천욕은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객실은 네덜란드와 중국, 일본의 문화가 융합된 나가사키 특유의 역사성을 반영해 조성되었으며, 지역 식자재인 날치 육수를 베이스로 한 전통 요리가 제공된다. 나가사키 공항과 인접해 지방 공항 노선 이용객들의 접근성도 우수하다.대자연의 지형적 특성을 극대화한 가고시마현의 카이 기리시마는 활화산 사쿠라지마의 광활한 전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구조로 기획되었다. 시설 내 전용 경사궤도 차량을 타고 억새 평원 한가운데로 이동하면 자연 속에 숨겨진 노천탕을 마주하게 된다. 주간에는 화산 토양을 활용한 원예 체험이 제공되며, 저녁에는 남규슈 고유의 음주 문화인 '다레야메'를 통해 고구마 소주와 특제 디저트의 조화를 맛볼 수 있다. 매일 밤 펼쳐지는 건국 신화 기반의 타악 공연은 투숙객들에게 강렬한 문화적 인상을 남긴다. 가고시마 직항 노선을 이용하면 신속한 이동이 가능하다.마지막으로 야마구치현의 카이 나가토는 민관 합작 온천마을 재생 사업의 성공 모델로 꼽힌다. 에도 시대 영주들이 머물던 번저를 복원한 외관은 과거로의 시간 여행을 제안한다. 시설 앞 오토즈레강을 따라 정비된 산책로와 수변 테라스는 여유로운 휴식을 돕는다. 이곳은 과학적인 온천 이용법을 지도하는 현대적 탕치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알칼리성 온천수로 몸을 데운 뒤 지역 공예품을 활용한 서예 체험으로 마음의 안정을 도모할 수 있다. 기타큐슈 공항을 통한 진입이 용이하며 렌터카를 이용한 소도시 여행의 거점으로도 손색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