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6월 모평 실시, 졸업생 9만 명 '역대 최다'

 202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의 난이도와 출제 경향을 파악할 수 있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주관 6월 모의평가가 4일 전국 2,124개 고교와 564개 지정학원에서 동시에 치러졌다. 이번 평가는 오는 11월 19일로 예정된 본수능과 동일한 방식으로 진행되어 수험생들에게는 자신의 위치를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잣대가 된다. 특히 올해는 학령인구 감소에도 불구하고 졸업생 응시자 수가 9만 명을 돌파하며 입시 판도에 거대한 균열을 예고하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이번 모의평가 지원자 48만 8,343명 중 졸업생과 검정고시생 비율은 19.8%에 달해 2011학년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재학생 지원자가 전년 대비 2만 명 이상 급감한 것과 대조적으로 졸업생은 7천 명 넘게 늘어나며 수능 시장의 주도권이 'N수생'으로 이동했음을 보여준다. 입시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의 배경으로 2027학년도부터 본격화되는 의대 정원 확대와 지역의사제 도입을 꼽고 있다. 의대 문턱이 낮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상위권 대학 재학생들까지 다시 수능판으로 불러들이고 있는 셈이다.

 


특히 이번 수능은 현행 체제로 치러지는 마지막 시험이라는 점에서 수험생들의 심리적 압박이 상당하다. 2028학년도부터는 선택과목이 사라지는 통합형 수능이 도입되고 내신 체계도 5등급제로 개편되기 때문에, 기존 방식에 익숙한 수험생들이 올해를 '마지막 기회'로 판단하고 배수의 진을 치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반수생들이 대거 합류하는 본수능 때 더욱 심화되어, 올해 N수생 규모가 역대 최대인 16만 명을 상회할 것이라는 관측도 힘을 얻고 있다.

 

출제 당국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난이도 조절에 사활을 걸고 있다. 김문희 평가원장은 고교 교육과정 내에서 변별력을 갖추되 안정적인 난이도를 유지하겠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특히 절대평가인 영어 영역의 경우, 지나치게 어렵거나 쉽지 않도록 적정 수준을 유지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영어 출제위원 중 현직 교사 비중을 50%까지 확대하는 등 교육부의 수능 개선안을 적극 반영하여 공교육 정상화와 변별력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구상이다.

 


입시 업계는 이번 6월 모의평가의 가채점 결과가 향후 수시와 정시 지원 전략의 핵심 지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졸업생 비중이 높아진 만큼 재학생들은 평소보다 보수적인 관점에서 자신의 성적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의대 정원 증원에 따른 상위권 합격선 변화가 연쇄적으로 다른 학과들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수험생들은 단순한 점수 확인을 넘어 전체적인 지원 흐름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

 

시험 종료 후 수험생들은 각 영역별 연계 교재 반영 비율과 신유형 문항 분석에 집중하며 본수능을 향한 본격적인 담금질에 들어갔다. 평가원은 오늘 치러진 시험 문항에 대한 이의신청 접수와 심사를 거쳐 이달 말 최종 정답을 확정하고 성적을 통지할 계획이다. 수험생들은 이번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취약 영역을 보완하는 한편, 9월 모의평가와 11월 본수능까지 이어지는 장기적인 학습 계획을 재점검하고 있다.

 

정약용의 500권 저술 산실, 다산초당의 인문학

는 결과가 아니라, 발길 닿는 구간마다 깃든 땅의 역사와 대화하며 천천히 걷는 과정에 있다. 그중에서도 전남 강진을 지나는 남파랑길 83코스는 조선의 대유학자 다산 정약용의 고립과 깊은 사유가 층층이 쌓인 공간으로 여행자들을 이끈다. 약 17.5km에 달하는 이 길의 중심에는 야생 차나무가 무성해 '다산'이라는 별칭으로도 불리는 만덕산이 굳건히 자리하고 있다.강진 유배 시절 다산의 삶은 만덕산 자락의 백련사와 그곳에서 만난 혜장선사와의 인연을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1805년 봄, 유배객 신분으로 처음 백련사를 찾은 정약용은 주지였던 혜장과 학문적 깊이에 감복하며 신분을 초월한 우정을 쌓기 시작했다. 절망적인 유배 생활 속에서 혜장은 다산에게 지적인 동반자이자 정신적인 버팀목이 되어주었다. 1808년 다산이 백련사 인근의 다산초당으로 거처를 옮긴 후 두 사람이 수시로 오갔던 800m의 산길은 오늘날 '우정길'이라는 이름으로 남아 도보 여행자들에게 진한 감동을 전한다.다산초당은 단청조차 없는 소박한 목조 건물이지만, 그곳에 머문 11년 동안 정약용은 '목민심서'와 '경세유표' 등 500여 권에 달하는 방대한 저술을 남겼다. 유배라는 물리적 억압조차 그의 사유의 깊이를 가둘 수 없었음을 증명하듯, 초당 곳곳에는 선비의 여유와 기품이 흐른다. 만덕산 능선에서 내려다보이는 강진만의 풍경은 고독한 유배객의 시선을 넓혀주었을 것이며, 지천에 널린 야생 차나무는 그의 호가 된 '다산'의 유래가 되어 오늘날까지 그 향기를 전하고 있다.강진을 지나 해남으로 발길을 옮기면 달마산 미황사에서 땅끝탑으로 이어지는 남파랑길 90코스가 여행자를 맞이한다. 이 구간의 하이라이트는 기암괴석 사이에 제비집처럼 자리 잡은 도솔암이다. 정유재란 당시 소실되어 400여 년간 빈터로 남아있던 이곳은 2002년 법조 스님의 원력으로 복원되었다. 헬기조차 접근하기 힘든 험지에 암자를 세우기 위해 산 아래에서 자재를 미리 깎고 단청까지 칠해 올라와 조립한 '사전 제작 방식'의 서사는 수행자의 지독한 정진을 짐작하게 한다.한 칸 남짓한 작은 규모의 도솔암은 거대한 바위 성벽에 둘러싸여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곳은 남해의 일출과 서해의 낙조를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천혜의 명당으로, 암자 앞마당에 서면 탁 트인 바다와 달마산의 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해무가 밀려오는 날이면 마치 구름바다 위에 떠 있는 신선의 거처와 같은 풍경을 연출하며 보는 이의 넋을 잃게 만든다. 작은 공간 안에 고요와 수행의 서사를 압축해 놓은 도량의 품격은 길 위에서 지친 여행자의 마음을 정화해 주기에 충분하다.코리아둘레길 남도 구간은 이처럼 유학자의 고뇌와 수행자의 원력이 교차하는 인문학적 성지다. 길은 단순히 흙과 돌로 이루어진 통로가 아니라, 시대를 앞서간 인물들이 남긴 사유의 흔적을 따라 걷는 시간 여행의 통로가 된다. 완주라는 목표에 매몰되지 않고 발걸음을 늦출 때 비로소 보이는 풍경들은 우리 국토가 간직한 깊은 서사를 들려준다. 만덕산의 차 향기와 달마산의 바닷바람을 맞으며 걷는 이 여정은 현대인들에게 진정한 휴식과 성찰의 의미가 무엇인지 묵묵히 웅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