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산업

약과 얹고 두부 넣고... 식품업계 '이색 디저트' 전쟁

 국내 식품업계가 유명 디저트 브랜드와의 과감한 협업을 통해 소비자들의 입맛과 시선을 동시에 사로잡고 있다. 최근 버거킹은 프리미엄 약과 브랜드 '골든피스'와 손잡고 오는 11일부터 새로운 형태의 디저트 메뉴를 선보인다고 밝혔다. 이번에 출시되는 '킹퓨전' 2종은 흑임자와 말차 소스를 활용한 소프트 아이스크림 위에 골든피스의 상징인 미니 약과를 토핑으로 얹은 것이 특징이다. 특히 바닐라 즙청 과정을 거친 특제 약과를 사용해 전통적인 맛과 현대적인 감각을 조화롭게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러한 움직임은 젊은 층 사이에서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는 '할매니얼(할머니+밀레니얼)' 트렌드와 자신을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스몰 럭셔리' 소비 성향을 정확히 겨냥한 결과다. 버거킹 측은 단순한 패스트푸드 디저트를 넘어 가치 소비를 중시하는 고객들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제공하기 위해 이번 프로젝트를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전통 식재료인 약과와 서구식 아이스크림의 만남은 익숙하면서도 낯선 경험을 원하는 소비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건강과 맛을 동시에 챙기려는 시도도 눈에 띈다. 풀무원식품은 인기 도넛 브랜드 '노티드'와 협업하여 두부를 주재료로 한 이색 도넛을 출시했다. 다음 달 7일까지 한정 판매되는 이 제품은 반죽은 물론 내부 크림에도 풀무원의 고농도 진한 두부를 첨가해 고소한 풍미를 극대화했다. 두유 글레이즈와 피넛버터, 두부크림 등 세 가지 맛으로 구성된 이번 신제품은 건강한 식재료를 디저트에 접목함으로써 '헬시 플레저'를 추구하는 젊은 세대의 호응을 얻고 있다.

 

기존 장수 제품의 변신도 활발하다. 롯데웰푸드는 비스킷 '마가렛트'와 호두과자 전문 브랜드 '복호두'의 만남을 성사시켰다. 전국 유명 카페의 맛을 재해석하는 '마카행(마가렛트가 찾아가는 카페 여행)' 프로젝트의 첫 주자로 나선 이번 신제품은 복호두의 시그니처 메뉴인 팥 호두과자 맛을 쿠키로 재현해냈다. SNS를 통해 디저트 정보를 공유하고 즐기는 문화가 확산함에 따라, 익숙한 브랜드에 새로운 매력을 입혀 젊은 소비층과의 접점을 넓히겠다는 전략이다.

 


협업 제품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기대 이상으로 뜨겁다. 실제로 노티드와 풀무원이 제품 출시를 기념해 서울 성수동 일대에서 운영한 푸드트럭에는 이틀 동안 1,200명이 넘는 인파가 몰려 인산인해를 이뤘다. 준비된 도넛 물량은 영업 시작 3~4시간 만에 전량 소진될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현장을 찾은 방문객들은 두부라는 건강한 식재료가 도넛과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독특한 식감과 맛에 높은 만족감을 드러내며 자발적인 홍보 활동에 나서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러한 협업 열풍이 단순한 일회성 이벤트를 넘어 브랜드의 생명력을 연장하는 핵심 전략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종 산업 간의 결합은 소비자에게 예상치 못한 재미를 선사할 뿐만 아니라, 각 브랜드가 가진 고유의 이미지를 공유하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차별화된 메뉴 개발과 감각적인 마케팅을 통해 고객 경험을 확장하는 데 주력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상상을 뛰어넘는 이색적인 조합의 디저트들이 시장에 지속적으로 등장하며 소비자들의 선택지를 넓혀갈 전망이다.

 

 

 

정약용의 500권 저술 산실, 다산초당의 인문학

는 결과가 아니라, 발길 닿는 구간마다 깃든 땅의 역사와 대화하며 천천히 걷는 과정에 있다. 그중에서도 전남 강진을 지나는 남파랑길 83코스는 조선의 대유학자 다산 정약용의 고립과 깊은 사유가 층층이 쌓인 공간으로 여행자들을 이끈다. 약 17.5km에 달하는 이 길의 중심에는 야생 차나무가 무성해 '다산'이라는 별칭으로도 불리는 만덕산이 굳건히 자리하고 있다.강진 유배 시절 다산의 삶은 만덕산 자락의 백련사와 그곳에서 만난 혜장선사와의 인연을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1805년 봄, 유배객 신분으로 처음 백련사를 찾은 정약용은 주지였던 혜장과 학문적 깊이에 감복하며 신분을 초월한 우정을 쌓기 시작했다. 절망적인 유배 생활 속에서 혜장은 다산에게 지적인 동반자이자 정신적인 버팀목이 되어주었다. 1808년 다산이 백련사 인근의 다산초당으로 거처를 옮긴 후 두 사람이 수시로 오갔던 800m의 산길은 오늘날 '우정길'이라는 이름으로 남아 도보 여행자들에게 진한 감동을 전한다.다산초당은 단청조차 없는 소박한 목조 건물이지만, 그곳에 머문 11년 동안 정약용은 '목민심서'와 '경세유표' 등 500여 권에 달하는 방대한 저술을 남겼다. 유배라는 물리적 억압조차 그의 사유의 깊이를 가둘 수 없었음을 증명하듯, 초당 곳곳에는 선비의 여유와 기품이 흐른다. 만덕산 능선에서 내려다보이는 강진만의 풍경은 고독한 유배객의 시선을 넓혀주었을 것이며, 지천에 널린 야생 차나무는 그의 호가 된 '다산'의 유래가 되어 오늘날까지 그 향기를 전하고 있다.강진을 지나 해남으로 발길을 옮기면 달마산 미황사에서 땅끝탑으로 이어지는 남파랑길 90코스가 여행자를 맞이한다. 이 구간의 하이라이트는 기암괴석 사이에 제비집처럼 자리 잡은 도솔암이다. 정유재란 당시 소실되어 400여 년간 빈터로 남아있던 이곳은 2002년 법조 스님의 원력으로 복원되었다. 헬기조차 접근하기 힘든 험지에 암자를 세우기 위해 산 아래에서 자재를 미리 깎고 단청까지 칠해 올라와 조립한 '사전 제작 방식'의 서사는 수행자의 지독한 정진을 짐작하게 한다.한 칸 남짓한 작은 규모의 도솔암은 거대한 바위 성벽에 둘러싸여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곳은 남해의 일출과 서해의 낙조를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천혜의 명당으로, 암자 앞마당에 서면 탁 트인 바다와 달마산의 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해무가 밀려오는 날이면 마치 구름바다 위에 떠 있는 신선의 거처와 같은 풍경을 연출하며 보는 이의 넋을 잃게 만든다. 작은 공간 안에 고요와 수행의 서사를 압축해 놓은 도량의 품격은 길 위에서 지친 여행자의 마음을 정화해 주기에 충분하다.코리아둘레길 남도 구간은 이처럼 유학자의 고뇌와 수행자의 원력이 교차하는 인문학적 성지다. 길은 단순히 흙과 돌로 이루어진 통로가 아니라, 시대를 앞서간 인물들이 남긴 사유의 흔적을 따라 걷는 시간 여행의 통로가 된다. 완주라는 목표에 매몰되지 않고 발걸음을 늦출 때 비로소 보이는 풍경들은 우리 국토가 간직한 깊은 서사를 들려준다. 만덕산의 차 향기와 달마산의 바닷바람을 맞으며 걷는 이 여정은 현대인들에게 진정한 휴식과 성찰의 의미가 무엇인지 묵묵히 웅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