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큐브

법무부, 대북송금 등 7건 재조사…한동훈 "사법 파괴"

 법무부가 검찰권 남용 여부를 점검한다는 명목으로 '검찰인권존중미래위원회'를 전격 출범시킨 가운데, 이를 둘러싼 정치권의 공방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이번 위원회 구성이 과거 주요 사건들에 대한 재조사를 예고하면서, 야권과 시민사회 일각에서는 사실상 특정 정치인을 구제하기 위한 명분 쌓기가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하고 나섰다. 특히 무소속 한동훈 의원이 SNS를 통해 정부의 이번 조치를 정면으로 반박하며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던지자 정국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한 의원은 이번 위원회의 활동 방향이 이재명 대통령과 관련된 과거 사건들의 공소취소를 이끌어내기 위한 사전 작업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린 글에서 위원회의 명칭이 무엇이든 본질은 '사법 협잡'에 불과하다고 맹비난했다. 특히 이번 과정에 관여한 인물들에 대해 과거 비상계엄 사태 가담자들에 준하는 엄중한 수사와 처벌이 뒤따를 것이라며, 역사적 오명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러한 비판의 배경에는 법무부가 선정한 1차 조사 대상 사건들의 성격이 자리 잡고 있다. 위원회는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을 비롯해 대장동 개발 의혹,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등 지난 정부와 현 정부를 관통하는 민감한 사안 7건을 우선 검토하기로 했다. 이 중 상당수가 현재의 권력 핵심부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위원회의 조사 결과가 향후 사법 체계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법무부는 전날 장주영 변호사를 위원장으로 임명하고 본격적인 활동을 알리는 발족식을 가졌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이 자리에서 검찰권 행사의 적정성을 확보하고 인권 보호를 강화하는 것이 위원회의 설립 목적임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한 의원은 이러한 정부의 설명에 대해 '부화뇌동'하지 말라며 관계자들을 압박했다. 그는 공정을 파괴한 세력에게는 숨을 곳이 없을 것이라며, 향후 벌어질 법적·정치적 책임 추궁을 예고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위원회 출범이 가져올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조사 결과에 따라 이미 기소된 사건의 공소가 취소되거나 재판 중인 사안에 결정적인 변수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의원은 이러한 움직임을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으로 간주하고,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이는 단순한 정책 비판을 넘어 현 정권의 사법적 정당성을 정조준한 것으로 풀이되며 여야 간의 대리전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현재 위원회는 7명의 위원을 중심으로 각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권 침해나 권한 남용이 있었는지를 정밀하게 들여다볼 계획이다. 법무부는 독립적인 조사를 보장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한 의원을 비롯한 비판 세력은 조사 위원들의 성향과 선정 기준을 문제 삼으며 공세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향후 위원회가 내놓을 첫 번째 조사 결과 보고서가 나오기까지 사법 정의를 둘러싼 진영 간의 충돌은 더욱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정약용의 500권 저술 산실, 다산초당의 인문학

는 결과가 아니라, 발길 닿는 구간마다 깃든 땅의 역사와 대화하며 천천히 걷는 과정에 있다. 그중에서도 전남 강진을 지나는 남파랑길 83코스는 조선의 대유학자 다산 정약용의 고립과 깊은 사유가 층층이 쌓인 공간으로 여행자들을 이끈다. 약 17.5km에 달하는 이 길의 중심에는 야생 차나무가 무성해 '다산'이라는 별칭으로도 불리는 만덕산이 굳건히 자리하고 있다.강진 유배 시절 다산의 삶은 만덕산 자락의 백련사와 그곳에서 만난 혜장선사와의 인연을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1805년 봄, 유배객 신분으로 처음 백련사를 찾은 정약용은 주지였던 혜장과 학문적 깊이에 감복하며 신분을 초월한 우정을 쌓기 시작했다. 절망적인 유배 생활 속에서 혜장은 다산에게 지적인 동반자이자 정신적인 버팀목이 되어주었다. 1808년 다산이 백련사 인근의 다산초당으로 거처를 옮긴 후 두 사람이 수시로 오갔던 800m의 산길은 오늘날 '우정길'이라는 이름으로 남아 도보 여행자들에게 진한 감동을 전한다.다산초당은 단청조차 없는 소박한 목조 건물이지만, 그곳에 머문 11년 동안 정약용은 '목민심서'와 '경세유표' 등 500여 권에 달하는 방대한 저술을 남겼다. 유배라는 물리적 억압조차 그의 사유의 깊이를 가둘 수 없었음을 증명하듯, 초당 곳곳에는 선비의 여유와 기품이 흐른다. 만덕산 능선에서 내려다보이는 강진만의 풍경은 고독한 유배객의 시선을 넓혀주었을 것이며, 지천에 널린 야생 차나무는 그의 호가 된 '다산'의 유래가 되어 오늘날까지 그 향기를 전하고 있다.강진을 지나 해남으로 발길을 옮기면 달마산 미황사에서 땅끝탑으로 이어지는 남파랑길 90코스가 여행자를 맞이한다. 이 구간의 하이라이트는 기암괴석 사이에 제비집처럼 자리 잡은 도솔암이다. 정유재란 당시 소실되어 400여 년간 빈터로 남아있던 이곳은 2002년 법조 스님의 원력으로 복원되었다. 헬기조차 접근하기 힘든 험지에 암자를 세우기 위해 산 아래에서 자재를 미리 깎고 단청까지 칠해 올라와 조립한 '사전 제작 방식'의 서사는 수행자의 지독한 정진을 짐작하게 한다.한 칸 남짓한 작은 규모의 도솔암은 거대한 바위 성벽에 둘러싸여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곳은 남해의 일출과 서해의 낙조를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천혜의 명당으로, 암자 앞마당에 서면 탁 트인 바다와 달마산의 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해무가 밀려오는 날이면 마치 구름바다 위에 떠 있는 신선의 거처와 같은 풍경을 연출하며 보는 이의 넋을 잃게 만든다. 작은 공간 안에 고요와 수행의 서사를 압축해 놓은 도량의 품격은 길 위에서 지친 여행자의 마음을 정화해 주기에 충분하다.코리아둘레길 남도 구간은 이처럼 유학자의 고뇌와 수행자의 원력이 교차하는 인문학적 성지다. 길은 단순히 흙과 돌로 이루어진 통로가 아니라, 시대를 앞서간 인물들이 남긴 사유의 흔적을 따라 걷는 시간 여행의 통로가 된다. 완주라는 목표에 매몰되지 않고 발걸음을 늦출 때 비로소 보이는 풍경들은 우리 국토가 간직한 깊은 서사를 들려준다. 만덕산의 차 향기와 달마산의 바닷바람을 맞으며 걷는 이 여정은 현대인들에게 진정한 휴식과 성찰의 의미가 무엇인지 묵묵히 웅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