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송파 개표소, 가짜뉴스가 삼켰다

 지방선거 이후 혼란이 거듭되고 있는 송파구 개표소 인근에서 발생한 자해 사건이 혐오 섞인 가짜뉴스로 번지며 심각한 사회적 부작용을 낳고 있다. 지난 17일 현장에서 흉기를 휘두르며 소동을 피운 남성에 대해 온라인상에서는 그가 중국인 유학생이라거나 가짜 피를 사용해 자작극을 벌였다는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무차별적으로 유포되었다. 경찰 조사 결과 해당 남성은 30대 한국인으로 밝혀졌으나, 이미 퍼져나간 유언비어는 사실관계를 압도하며 집단적인 광기로 변질되는 모습이다.

 

현장에서는 자신들과 의견이 다르거나 돌발 행동을 하는 인물을 무조건 특정 국가의 프락치로 몰아세우는 패턴이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개표소 출입을 통제하던 한 여성을 두고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영웅적 호칭이 붙었으나, 반대 진영에서는 그녀가 사용하는 전자제품 브랜드를 근거로 중국인이라는 낙인을 찍어 비하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합리적인 근거 없이 특정 국적을 동원해 상대를 공격하는 행태는 선거 불복 국면에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혐오 정치의 단면을 보여준다.

 


공적 임무를 수행 중인 공무원들 역시 이러한 무차별적인 유언비어 공격에서 자유롭지 못한 실정이다. 시위 현장을 관리하던 경찰관에게 중국 공안이 아니냐며 폭언을 퍼부은 유튜버가 입건되는가 하면, 피해 경찰 가족이 겪는 정신적 고통도 극에 달하고 있다. 사실 확인이 배제된 채 오로지 상대를 조롱하고 굴복시키기 위해 소비되는 정보들은 현장의 긴장감을 높일 뿐만 아니라 공권력의 정당한 집행마저 심각하게 위축시키고 있다.

 

심리학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을 불확실한 상황에서 거대한 원인을 찾으려는 군중심리의 발로라고 분석한다. 투표용지 부족이라는 초유의 사태 뒤에 반드시 거대한 음모나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을 것이라고 믿고 싶어 하는 심리가 특정 국가에 대한 혐오와 결합했다는 설명이다. 비합리적인 사고가 집단 내에서 기준이 되면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하나의 거대한 흐름을 형성하게 되며, 이는 결국 사회적 신뢰 자본을 파괴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유언비어의 확산 속도는 정보의 중요성과 상황의 모호함이 클수록 가팔라지는 특성을 보인다. 이번 사태처럼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명확한 해명이나 해결책이 제시되지 않을 때 가짜뉴스는 더욱 기승을 부린다. 책임 있는 당국과 정치권이 사태 수습보다는 권력 다툼에 매몰되어 있는 사이, 근거 없는 루머들은 대중의 불안감을 먹고 자라며 사회적 갈등의 골을 회복 불가능한 수준으로 깊게 만들고 있다.

 

결국 반복되는 가짜뉴스와 혐오 표현은 단순한 개인의 일탈을 넘어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적 가치를 위협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경찰은 허위 사실 유포자에 대한 엄정 대응을 예고했으나, 이미 오염된 정보 환경 속에서 시민들이 스스로 사실을 선별해내기란 쉽지 않은 과제가 되었다. 송파구 개표소를 둘러싼 대치 국면이 장기화될수록 이념과 국적을 매개로 한 유언비어의 생산과 소비는 더욱 교묘하고 자극적인 방식으로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아르떼뮤지엄XBTS, 오감으로 즐기는 '아리랑'

10명 중 7명이 미국과 일본,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건너온 외국인으로 집계되어 글로벌 팬덤의 막강한 구매력을 실감케 했다. 이는 해외 대형 체인 호텔들과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한국 토종 호텔 브랜드가 주도적으로 문화적 결실을 이뤄냈다는 점에서 고무적인 성과로 평가받는다. K-팝 공연이 단순한 이벤트를 넘어 도시 전체의 관광 흐름과 소비 지표를 뒤바꾸는 핵심 동력임을 부산이 다시 한번 전 세계에 각인시킨 셈이다.K-팝이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은 이미 구체적인 숫자로 입증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과거 방탄소년단의 부산 공연 경제 효과를 5,000억 원 이상으로 추산했으며, 관광과 숙박, 외식 등 연관 산업을 포함한 전체 파급효과는 약 1조 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지난 3월 서울 공연 당시 외국인 관광객들이 평균 8.7일을 체류하며 1인당 350만 원이 넘는 금액을 지출했다는 통계는, 팬덤이 주도하는 '팬캉스'가 지역 상권에 얼마나 강력한 활력을 불어넣는지 보여주는 결정적 근거가 된다.축제의 열기는 호텔 담장을 넘어 미디어아트 전시관인 아르떼뮤지엄 부산으로 이어졌다. 이곳에서는 하이브의 '더 시티' 프로젝트 일환으로 방탄소년단의 정규 5집 '아리랑'을 주제로 한 특별 협업 전시가 한창이다. 빌보드 차트를 석권한 타이틀곡 '스윔(Swim)'의 서사를 디지털 디자인 기업 디스트릭트가 공간 미디어아트의 언어로 재해석해내며 팬들에게 오감 만족의 경험을 선사하고 있다. 전시장 입구부터 마지막 퇴장 동선에 위치한 카페까지 빈틈없이 설계된 몰입형 콘텐츠는 관람객들을 방탄소년단의 예술적 세계관 속으로 깊숙이 끌어들인다.전시의 하이라이트인 '정글' 구역은 관람객이 직접 참여해 완성하는 인터랙티브 공간으로 꾸며졌다. 칠흑 같은 밤하늘 아래 빛을 내는 열대우림 생명체들 사이에서 관람객들은 호랑이 등 정글 동물을 자신만의 색으로 채워 넣는다. 스캐너를 통해 디지털화된 나만의 상징물들이 전면 대형 스크린 속 정글 세상으로 걸어 들어가는 장면은 관람객들에게 아티스트의 서사에 직접 동참했다는 특별한 유대감을 제공한다. 이러한 참여형 전시는 단순한 관람을 넘어 팬들이 능동적으로 콘텐츠를 생산하고 즐기는 새로운 형태의 전시 문화를 보여준다.극장식 광장인 '가든' 구역은 이번 협업의 정점을 찍는 공간이다. '아리랑 가든'이라는 이름 아래 상영되는 5가지 영상 작품은 웅장한 종소리와 함께 멤버들의 실루엣을 정제된 그래픽으로 표현하며 압도적인 몰입감을 선사한다. 라스베이거스와 뉴욕, 그리고 현재의 부산 풍경을 교차 편집한 영상미는 방탄소년단의 글로벌한 위상과 지역적 가치를 절묘하게 결합해낸다. 사방을 가득 메운 거대한 스크린과 입체적인 음향은 관람객들로 하여금 마치 뮤직비디오 세트장 한복판에 서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며 공연의 여운을 극대화한다.방탄소년단이 부산에 남긴 붉은 스크린의 잔상은 8월 말까지 이어지는 전시와 함께 도시 곳곳에서 계속될 예정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지자체와 기업이 문화 콘텐츠를 어떻게 산업적 가치로 치환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완벽한 사례가 되었다. 부산의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펼쳐진 디지털 예술의 향연은 전 세계 팬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하는 동시에, K-컬처가 가진 무한한 확장성을 다시금 증명해냈다. 도시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테마파크로 만든 이번 실험은 한국 관광 산업이 나아가야 할 미래 지향적 모델을 제시하며 화려하게 순항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