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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2기 실패, 12년 전 데자뷔?

 대한민국 축구의 찬란한 미래를 약속했던 북중미 월드컵 여정이 끝내 비극으로 막을 내렸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48개국으로 확대된 이번 대회에서 32강 토너먼트 진출조차 실패하며 조기 귀국길에 오르게 됐다. 12년 전 브라질에서의 실패를 만회하겠다며 지휘봉을 다시 잡았던 홍 감독은 결국 더 참혹한 성적표를 남긴 채 사퇴를 선언했다. 자신을 버리고 한국 축구를 위해 헌신하겠다던 그의 다짐은 결과적으로 한국 축구의 소중한 전성기를 낭비한 오판이 되었다.

 

이번 대회는 한국 축구 역사상 가장 화려한 선수단 구성을 자랑했다. 세계적인 공격수 손흥민을 필두로 이강인, 김민재 등 유럽 빅리그를 호령하는 핵심 자원들이 공수 양면에 포진해 있었다. 조 편성 역시 역대급 꿀조라는 평가를 받을 만큼 유리했다. 하지만 홍명보호는 전술적 부재와 무기력한 경기력으로 일관했고, 비기기만 해도 다음 단계로 갈 수 있었던 약체 남아프리카공화국과의 최종전에서 충격적인 패배를 당하며 자멸했다.

 


홍명보 감독의 실패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에서 팬들의 분노는 더욱 크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당시에도 그는 준비되지 않은 전술과 특정 선수 기용 논란 속에 1승도 거두지 못하고 물러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축구협회는 절차적 정당성 논란을 무릅쓰고 그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줬다. 홍 감독은 과거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공언했으나, 12년이 지난 지금 한국 축구는 오히려 퇴보한 성적표를 받아들게 됐다.

 

조별리그 탈락이 확정되는 과정도 굴욕적이었다. 한국은 자력 진출 실패 후 다른 조의 결과를 기다리는 처량한 처지에 놓였으나, 가나와 우즈베키스탄 등 기대했던 팀들이 줄줄이 패배하며 실낱같은 희망마저 사라졌다. 각 조 3위 팀들 간의 성적 비교에서도 하위권으로 밀려난 한국은 대회 최종 순위 34위라는 역대 최악의 기록을 남겼다. 이는 32강 토너먼트 제도가 도입된 이번 대회에서 아시아 맹주로서의 자존심을 완전히 구긴 결과다.

 


더욱 뼈아픈 점은 이번 실패로 인해 한국 축구의 상징적인 선수들이 입은 상처다. 서른을 훌쩍 넘긴 손흥민에게 이번 월드컵은 사실상 마지막 도전이었으며, 최고의 기량을 뽐내던 이강인과 김민재에게는 세계 무대에서 정점을 찍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홍 감독의 고집스러운 운영과 전술적 한계는 이들의 '라스트 댄스'를 허망한 독무로 만들었다. 감독 한 명의 판단 착오가 국가대표팀 전체의 4년, 아니 그 이상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든 셈이다.

 

사퇴 의사를 밝힌 홍명보 감독은 짧은 소감을 남기고 현장을 떠났지만, 그가 남긴 상흔은 쉽게 치유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감독 선임 과정에서의 불투명함과 성적 지상주의에 매몰된 축구협회의 행정은 팬들의 신뢰를 완전히 잃었다. 황금 세대의 끝자락에서 맞이한 이번 참사는 한국 축구가 근본적인 변화 없이는 더 이상 아시아 최강이라 자부할 수 없음을 증명했다. 홍 감독이 버렸다고 주장한 '자신'보다 훨씬 더 소중한 한국 축구의 미래가 멕시코 땅에 묻히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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