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이슈

성적·경쟁에 지친 아이들, 연극 보며 "살고 싶다" 눈물

 서울시교육청이 위태로운 청소년들의 마음을 보듬기 위해 문화예술을 접목한 특별한 생명존중 교육에 나섰다. 오는 16일까지 마포구 다리소극장에서 진행되는 연극 '정거장' 무료 관람 지원 사업은 서울 지역 중·고등학생 4,200여 명을 대상으로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기회를 제공한다. 극단 버섯이 제작한 이 작품은 사후 세계로 가기 전 영혼들이 머무는 가상의 정거장을 배경으로, 스스로 생을 마감하려 했던 주인공이 다른 망자들과의 만남을 통해 삶의 진정한 의미를 깨달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공연 현장에서 만난 학생들은 연극이 전하는 '꿈과 목표'라는 메시지에 깊이 공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자살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술과 노래, 춤이 어우러진 밝은 연출 덕분에 학생들은 거부감 없이 극에 몰입했다. 특히 죽고 싶은 이유에만 매몰되었던 주인공이 살아야 할 이유를 찾아가는 과정은, 학업 스트레스와 경쟁에 지친 청소년들에게 "나쁜 것보다 좋은 것을 먼저 찾아보자"라는 긍정적인 사고의 전환점을 마련해 주었다는 평가다.

 


학생들은 일상에서 무심코 내뱉는 "죽고 싶다"라는 말의 무게를 다시금 되새기며 스스로의 언행을 돌아보기도 했다. 스마트폰 중독으로 인해 주변을 살피지 못하다 사고를 당한 학생 캐릭터 등 또래의 현실을 반영한 설정은 관객들에게 더욱 직접적인 경각심을 심어주었다. 연극을 관람한 학생들은 성적과 경쟁이 마음 건강을 해치는 가장 큰 요인이라고 입을 모으면서도, 이번 공연이 막막한 현실 속에서 위로와 힘이 되었다고 입을 모았다.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은 이번 사업의 취지를 설명하며 교육청이 학생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될 것임을 강조했다. 삶이 버거워 멈춰 서고 싶은 순간, 그 '정거장'에서 학생들이 홀로 남겨지지 않도록 예방부터 치료 연계까지 이어지는 종합적인 마음 건강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다. 교육청은 연극 관람과 같은 문화 활동이 학생들의 공감 능력을 키우고 생명 존중 문화를 확산시키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고 관련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현장 교사들 역시 이러한 문화 체험형 교육의 확대를 강력히 희망하고 있다. 기존의 주입식 예방 교육보다 학생들의 반응이 훨씬 뜨겁고 메시지 전달력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이번 공연의 경우 신청 인원의 절반밖에 수용하지 못했을 정도로 학교 현장의 수요가 폭발적이었던 만큼, 더 많은 학생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공연 횟수나 장소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예술 매체가 지닌 치유의 힘이 교육 현장에서 증명된 셈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연극 '정거장' 관람 지원을 시작으로 청소년 자살 예방을 위한 촘촘한 안전망 구축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학생들이 자신의 삶을 소중히 여기고 타인의 아픔에 손을 내밀 수 있는 건강한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교육청은 마음 건강을 교육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두겠다고 밝혔다. 이번 공연이 남긴 깊은 울림은 삭막한 경쟁 사회 속에서 우리 아이들이 '살아야 할 이유'를 스스로 찾아나가는 소중한 씨앗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울진 해파랑길, 동해안서 가장 조용한 '비경'

진을 관통하는 24~27구간은 약 70km에 달하는 거리 동안 동해의 순수한 얼굴을 가장 가까이서 마주할 수 있는 길로 손꼽힌다. 인위적인 개발의 손길이 닿지 않은 가공되지 않은 원시림과 끝없이 펼쳐지는 푸른 바다가 조화를 이루는 이 구간은, 번잡한 일상을 잠시 멈추고 자신만의 호흡으로 걷고 싶은 이들에게 최적의 환경을 제공한다.울진 구간의 시작점인 24코스는 후포항에서 출발해 기성버스터미널까지 이어지는 약 20km의 여정이다. 이 길은 단순히 바다를 곁에 두고 걷는 것에 그치지 않고, 울창한 소나무 숲과 은빛 백사장이 교차하며 지루할 틈 없는 풍광을 선사한다. 길의 초입에서 만나는 등기산공원은 탁 트인 동해를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조망점이며, 이곳에서 시작된 발걸음은 관동팔경 중 하나인 월송정으로 이어진다. 소나무 사이로 비치는 달빛이 아름다워 이름 붙여진 월송정은 예부터 시인 묵객들이 즐겨 찾던 명소답게 고즈넉한 정취를 자랑한다.역사적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장소들도 24코스의 매력을 더한다. 조선 시대 울릉도와 독도를 수호하기 위해 바다로 나갔던 수토사들이 머물렀던 대풍헌은 우리 영토 수호의 의지를 되새기게 하는 교육적인 공간이다. 대풍헌을 지나면 고운 모래 입자로 유명한 구산해변이 나타나는데, 이곳은 거친 파도 소리 대신 잔잔한 물결이 발등을 적시는 평화로운 분위기가 특징이다. 해변과 숲길이 적절한 비율로 섞여 있어 도보 여행자들이 체력을 안배하며 걷기에 안성맞춤인 구간이다.울진 해파랑길이 다른 구간과 차별화되는 지점은 걷기 뒤에 찾아오는 풍성한 즐길 거리다. 길 위에서 만나는 신선한 해산물은 여행자의 허기를 달래주기에 충분하며, 일정을 마친 뒤 즐기는 온천욕은 쌓인 피로를 눈 녹듯 사라지게 한다. 자연이 주는 시각적 즐거움에 미각과 촉각의 만족까지 더해지니 오감을 만족시키는 여행이라 불릴 만하다. 특히 울진의 바다는 다른 동해안 도시들에 비해 한적한 편이어서, 오로지 파도 소리에만 집중하며 사색에 잠길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으로 꼽힌다.최근에는 이러한 울진의 자연미를 활용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마련되고 있다. 울진군은 해파랑길 이용객들을 위해 주요 거점마다 쉼터를 정비하고,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도시락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도보 여행자 중심의 인프라를 확충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길을 걷는 행위를 넘어 지역의 문화와 음식을 깊이 있게 체험하는 '체류형 관광'으로의 변화를 꾀하는 시도다. 덕분에 울진 구간은 해파랑길 전체 코스 중에서도 만족도가 가장 높은 구간으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여름의 정점으로 향하는 7월, 울진의 해파랑길은 푸른 바다와 초록빛 숲이 만들어내는 천연의 그늘을 내어주며 여행객을 맞이한다. 후포항의 활기찬 기운에서 시작해 기성의 고요한 마침표에 이르기까지, 24코스가 선사하는 풍경은 걷는 이의 마음속에 지워지지 않는 잔상을 남긴다. 인공적인 소음이 사라진 자리를 파도와 바람 소리가 채우는 울진의 길 위에서, 여행자들은 가공되지 않은 자연이 주는 위로를 경험하며 다시 나아갈 힘을 얻는다. 푸른 동해를 벗 삼아 걷는 울진의 여름은 그렇게 도보 여행자들의 기억 속에 기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