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이슈

국중박, K-푸드 뿌리 찾는다

 한국인이 수천 년간 마주해 온 일상의 풍경이자 문화적 뿌리인 '밥상'을 입체적으로 조명하는 대규모 전시가 마련됐다. 국립중앙박물관은 7월 1일부터 특별전 '우리들의 밥상'을 통해 선사시대부터 근현대에 이르는 우리 식문화의 역사와 그 속에 담긴 삶의 애환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단순한 유물 나열을 넘어 K-푸드의 원형을 탐구하고, 먹는 행위가 예술과 역사 속에서 어떻게 변주되어 왔는지를 684점의 방대한 전시품을 통해 증명한다.

 

전시의 서막은 한반도 농경의 시작을 알리는 작은 볍씨가 연다. 경기 여주 흔암리에서 발견된 탄화미는 약 3천 년 전 청동기시대부터 벼농사가 본격화되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유물이다. 이어지는 공간에서는 삼국시대의 나무 도마와 무령왕릉 출토 청동 수저 등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조리 기구들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1,700년 전의 도마와 1950년대 박수근이 그린 도마 그림을 나란히 배치한 연출은 시대를 관통하는 정성이라는 가치를 시각화한다.

 


조선 시대 미식가 허균의 기록인 '도문대작'은 이번 전시의 서사적 깊이를 더한다. 유배지에서 거친 음식을 먹으며 과거에 맛보았던 팔도의 진미를 떠올리며 쓴 이 문헌은, 당시의 식재료와 지역별 특색을 생생하게 전한다. 허균이 머릿속으로 그렸던 방풍죽과 전복, 뱅어 등의 이야기는 영상과 유물을 통해 재현되며, 백성의 삶과 밀착되어 있던 고전 미식의 세계를 현대적 감각으로 풀어내어 관람객의 흥미를 자극한다.

 

풍속화 속에 담긴 먹거리 풍경은 당시의 사회상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열쇠다. 김홍도의 '주막'과 '새참', 김득신의 '강가에 모여 먹고 마시다' 등 보물급 회화들은 각기 다른 계층과 상황에서의 밥상을 비교해 보여준다. 그림 속 인물들이 쌈을 싸 먹거나 술잔을 기울이는 모습은 오늘날 우리의 식사 풍경과 크게 다르지 않은 친숙함을 선사한다. 특히 조선 후기 문인 이옥이 묘사한 쌈 먹는 법을 재구성한 영상은 관람의 재미를 배가시킨다.

 


이번 전시는 실제 음식을 전시하지 않으면서도 미각을 자극하는 독특한 구성을 취했다. 음식 모형 대신 고고학적 유물과 고문헌, 그리고 현대적인 미디어 아트를 활용해 식문화에 담긴 사상과 예술을 버무려냈다. 장욱진의 '독'이나 변월룡의 '어머니' 같은 근현대 미술 작가들의 작품까지 아우르며, 밥상이 단순한 영양 섭취의 수단을 넘어 한국인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핵심적인 문화 자산임을 강조한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이번 특별전을 위해 전국 51개 기관과 협력하여 보물 5점을 포함한 희귀 유물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유홍준 관장은 이번 전시를 다양한 요소가 조화롭게 섞인 '비빔밥'에 비유하며, 한국 식문화의 정수를 종합적으로 다루고자 노력했음을 밝혔다. 전시는 오는 10월 25일까지 이어지며, 개막 직후 5일간은 무료 관람 혜택을 제공해 더 많은 시민이 우리 밥상의 역사적 가치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울진 해파랑길, 동해안서 가장 조용한 '비경'

진을 관통하는 24~27구간은 약 70km에 달하는 거리 동안 동해의 순수한 얼굴을 가장 가까이서 마주할 수 있는 길로 손꼽힌다. 인위적인 개발의 손길이 닿지 않은 가공되지 않은 원시림과 끝없이 펼쳐지는 푸른 바다가 조화를 이루는 이 구간은, 번잡한 일상을 잠시 멈추고 자신만의 호흡으로 걷고 싶은 이들에게 최적의 환경을 제공한다.울진 구간의 시작점인 24코스는 후포항에서 출발해 기성버스터미널까지 이어지는 약 20km의 여정이다. 이 길은 단순히 바다를 곁에 두고 걷는 것에 그치지 않고, 울창한 소나무 숲과 은빛 백사장이 교차하며 지루할 틈 없는 풍광을 선사한다. 길의 초입에서 만나는 등기산공원은 탁 트인 동해를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조망점이며, 이곳에서 시작된 발걸음은 관동팔경 중 하나인 월송정으로 이어진다. 소나무 사이로 비치는 달빛이 아름다워 이름 붙여진 월송정은 예부터 시인 묵객들이 즐겨 찾던 명소답게 고즈넉한 정취를 자랑한다.역사적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장소들도 24코스의 매력을 더한다. 조선 시대 울릉도와 독도를 수호하기 위해 바다로 나갔던 수토사들이 머물렀던 대풍헌은 우리 영토 수호의 의지를 되새기게 하는 교육적인 공간이다. 대풍헌을 지나면 고운 모래 입자로 유명한 구산해변이 나타나는데, 이곳은 거친 파도 소리 대신 잔잔한 물결이 발등을 적시는 평화로운 분위기가 특징이다. 해변과 숲길이 적절한 비율로 섞여 있어 도보 여행자들이 체력을 안배하며 걷기에 안성맞춤인 구간이다.울진 해파랑길이 다른 구간과 차별화되는 지점은 걷기 뒤에 찾아오는 풍성한 즐길 거리다. 길 위에서 만나는 신선한 해산물은 여행자의 허기를 달래주기에 충분하며, 일정을 마친 뒤 즐기는 온천욕은 쌓인 피로를 눈 녹듯 사라지게 한다. 자연이 주는 시각적 즐거움에 미각과 촉각의 만족까지 더해지니 오감을 만족시키는 여행이라 불릴 만하다. 특히 울진의 바다는 다른 동해안 도시들에 비해 한적한 편이어서, 오로지 파도 소리에만 집중하며 사색에 잠길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으로 꼽힌다.최근에는 이러한 울진의 자연미를 활용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마련되고 있다. 울진군은 해파랑길 이용객들을 위해 주요 거점마다 쉼터를 정비하고,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도시락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도보 여행자 중심의 인프라를 확충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길을 걷는 행위를 넘어 지역의 문화와 음식을 깊이 있게 체험하는 '체류형 관광'으로의 변화를 꾀하는 시도다. 덕분에 울진 구간은 해파랑길 전체 코스 중에서도 만족도가 가장 높은 구간으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여름의 정점으로 향하는 7월, 울진의 해파랑길은 푸른 바다와 초록빛 숲이 만들어내는 천연의 그늘을 내어주며 여행객을 맞이한다. 후포항의 활기찬 기운에서 시작해 기성의 고요한 마침표에 이르기까지, 24코스가 선사하는 풍경은 걷는 이의 마음속에 지워지지 않는 잔상을 남긴다. 인공적인 소음이 사라진 자리를 파도와 바람 소리가 채우는 울진의 길 위에서, 여행자들은 가공되지 않은 자연이 주는 위로를 경험하며 다시 나아갈 힘을 얻는다. 푸른 동해를 벗 삼아 걷는 울진의 여름은 그렇게 도보 여행자들의 기억 속에 기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