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이슈

백석종 "포기 없는 칼라프, 내 모습"

 런던 로열 오페라 하우스가 선택한 한국의 목소리, 테너 백석종이 마침내 고국 관객들과 마주한다. 그는 오는 22일부터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리는 푸치니의 걸작 '투란도트'의 주인공 칼라프 역으로 국내 오페라 무대에 정식 데뷔한다. 세계 주요 극장에서 주역으로 활약하며 국제적인 명성을 쌓아온 그였지만, 한국 오페라 무대에 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백석종은 이번 공연을 통해 오랫동안 기다려온 한국 관객들에게 세계적 수준의 가창력과 깊이 있는 연기를 선보일 예정이다.

 

백석종은 이번 무대에서 맡은 칼라프 왕자와 자신의 삶이 닮아있다고 말한다. 그는 칼라프를 단순히 수수께끼를 푸는 영웅이 아니라, 두려움 속에서도 자신의 믿음을 지키며 희망을 놓지 않는 인물로 해석한다. 무명 시절과 힘든 시간을 묵묵히 견디며 세계적인 테너로 우뚝 선 자신의 여정이 칼라프의 용기와 맞닿아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번 공연에서 화려한 기교를 넘어, 사랑과 희망을 향해 직진하는 한 인간으로서의 진정성 있는 칼라프를 그려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의 국제 무대 데뷔는 드라마틱했다. 2022년 런던 로열 오페라 하우스의 '삼손과 데릴라'에서 삼손 역으로 혜성처럼 등장한 그는 단숨에 유럽 평단의 주목을 받았다. 이후 '나부코', '아이다' 등 굵직한 작품의 주역을 꿰차며 영국 가디언지로부터 "세계 오페라 무대가 선택한 목소리"라는 극찬을 받았다. 해외 유수의 극장에서 쌓은 다양한 경험은 그에게 오페라가 언어와 문화를 초월해 인간의 보편적인 감정을 전달하는 예술이라는 확신을 심어주었다.

 

이번 한국 데뷔는 백석종에게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해외 활동 중에도 늘 마음 한편에는 부모님의 나라에서 한국 관객들을 만나고 싶다는 간절한 바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자신의 음악적 색깔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배역인 칼라프로 첫 인사를 건네게 된 점에 깊은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는 세계 어느 무대와 비교해도 손색없는 완성도 높은 공연을 통해 한국 관객들의 기대에 부응하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푸치니의 마지막 유작인 '투란도트'는 냉혹한 공주 투란도트와 그녀의 마음을 얻으려는 칼라프 왕자의 사투를 그린 작품이다. 백석종은 칼라프의 가장 큰 매력으로 '믿음'을 꼽는다. 얼어붙은 투란도트의 마음속에도 결국 사랑이 존재할 것이라는 순수한 믿음이 그를 움직이는 원동력이라는 분석이다. 이번 공연은 로베르토 아바도의 지휘와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의 연주가 더해져, 백석종이 해석한 칼라프의 서사에 더욱 입체적인 생명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투란도트' 공연은 백석종 외에도 소프라노 에바 프원카, 서선영, 황수미 등 최정상급 성악가들이 총출동해 화려한 라인업을 자랑한다.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와 노이 오페라 코러스 등이 합세해 웅장한 무대를 완성할 예정이다. 세계 무대에서 검증받은 백석종의 목소리가 한국 오페라의 심장부인 예술의전당에서 어떤 감동을 자아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그의 고국 데뷔 무대는 올여름 클래식 애호가들에게 잊지 못할 최고의 선물이 될 전망이다.

 

 

 

울진 해파랑길, 동해안서 가장 조용한 '비경'

진을 관통하는 24~27구간은 약 70km에 달하는 거리 동안 동해의 순수한 얼굴을 가장 가까이서 마주할 수 있는 길로 손꼽힌다. 인위적인 개발의 손길이 닿지 않은 가공되지 않은 원시림과 끝없이 펼쳐지는 푸른 바다가 조화를 이루는 이 구간은, 번잡한 일상을 잠시 멈추고 자신만의 호흡으로 걷고 싶은 이들에게 최적의 환경을 제공한다.울진 구간의 시작점인 24코스는 후포항에서 출발해 기성버스터미널까지 이어지는 약 20km의 여정이다. 이 길은 단순히 바다를 곁에 두고 걷는 것에 그치지 않고, 울창한 소나무 숲과 은빛 백사장이 교차하며 지루할 틈 없는 풍광을 선사한다. 길의 초입에서 만나는 등기산공원은 탁 트인 동해를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조망점이며, 이곳에서 시작된 발걸음은 관동팔경 중 하나인 월송정으로 이어진다. 소나무 사이로 비치는 달빛이 아름다워 이름 붙여진 월송정은 예부터 시인 묵객들이 즐겨 찾던 명소답게 고즈넉한 정취를 자랑한다.역사적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장소들도 24코스의 매력을 더한다. 조선 시대 울릉도와 독도를 수호하기 위해 바다로 나갔던 수토사들이 머물렀던 대풍헌은 우리 영토 수호의 의지를 되새기게 하는 교육적인 공간이다. 대풍헌을 지나면 고운 모래 입자로 유명한 구산해변이 나타나는데, 이곳은 거친 파도 소리 대신 잔잔한 물결이 발등을 적시는 평화로운 분위기가 특징이다. 해변과 숲길이 적절한 비율로 섞여 있어 도보 여행자들이 체력을 안배하며 걷기에 안성맞춤인 구간이다.울진 해파랑길이 다른 구간과 차별화되는 지점은 걷기 뒤에 찾아오는 풍성한 즐길 거리다. 길 위에서 만나는 신선한 해산물은 여행자의 허기를 달래주기에 충분하며, 일정을 마친 뒤 즐기는 온천욕은 쌓인 피로를 눈 녹듯 사라지게 한다. 자연이 주는 시각적 즐거움에 미각과 촉각의 만족까지 더해지니 오감을 만족시키는 여행이라 불릴 만하다. 특히 울진의 바다는 다른 동해안 도시들에 비해 한적한 편이어서, 오로지 파도 소리에만 집중하며 사색에 잠길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으로 꼽힌다.최근에는 이러한 울진의 자연미를 활용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마련되고 있다. 울진군은 해파랑길 이용객들을 위해 주요 거점마다 쉼터를 정비하고,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도시락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도보 여행자 중심의 인프라를 확충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길을 걷는 행위를 넘어 지역의 문화와 음식을 깊이 있게 체험하는 '체류형 관광'으로의 변화를 꾀하는 시도다. 덕분에 울진 구간은 해파랑길 전체 코스 중에서도 만족도가 가장 높은 구간으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여름의 정점으로 향하는 7월, 울진의 해파랑길은 푸른 바다와 초록빛 숲이 만들어내는 천연의 그늘을 내어주며 여행객을 맞이한다. 후포항의 활기찬 기운에서 시작해 기성의 고요한 마침표에 이르기까지, 24코스가 선사하는 풍경은 걷는 이의 마음속에 지워지지 않는 잔상을 남긴다. 인공적인 소음이 사라진 자리를 파도와 바람 소리가 채우는 울진의 길 위에서, 여행자들은 가공되지 않은 자연이 주는 위로를 경험하며 다시 나아갈 힘을 얻는다. 푸른 동해를 벗 삼아 걷는 울진의 여름은 그렇게 도보 여행자들의 기억 속에 기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