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반성 없다" 재학생 폭로까지…사면초가 배재고 야구부

 특정 지역과 역사적 사건을 조롱하는 응원 구호로 물의를 일으킨 서울 배재고등학교 야구부를 둘러싼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경기장에서의 부적절한 언행에 이어 학교 교문에 설치된 항의성 근조화환이 고의로 파손되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시민들의 분노가 극에 달한 모습이다. 여기에 야구부원들의 평소 학교생활 태도에 대한 내부 폭로까지 잇따르며 이번 사태는 단순한 응원 실수를 넘어선 학교 교육 전반의 문제로 번지는 양상이다.

 

지난달 말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배재고 재학생이라고 주장하는 인물이 학교 앞 근조화환이 훼손된 사진을 게시했다. 사진 속 화환은 민주화운동 모욕을 비판하는 문구가 적힌 채 바닥에 쓰러져 짓밟힌 상태였다. 게시자는 야구부가 아닌 일반 학생이 화환을 발로 차며 훼손했다고 주장하며, 평소 야구부원들이 급식실 등 공공장소에서 무질서한 태도로 다른 학생들에게 피해를 주어왔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폭로는 야구부 내부의 반성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에 힘을 실으며 여론을 더욱 악화시켰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달 29일 열린 전국고교야구대회에서 배재고 선수들이 상대 팀인 광주제일고를 향해 외친 구호였다. 이들은 특정 기업의 논란 섞인 마케팅 용어와 5·18 민주화운동을 희화화하는 표현을 섞어 응원가를 불렀다. 이는 광주 지역민과 역사적 희생자들을 정면으로 모욕하는 행위로 간주되어 즉각적인 항의를 불러일으켰다. 학교 측은 일부 학생의 돌발 행동이었다고 해명하며 사과문을 발표했으나, 조직적으로 이루어진 응원 율동 등을 볼 때 개인의 일탈로만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는 즉각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소집하여 강력한 제재를 가했다. 협회는 배재고 야구부에 대해 6개월간 모든 전국대회 출전을 금지하는 중징계를 확정했다. 이는 스포츠 정신을 훼손하고 경기장의 질서를 심각하게 어지럽힌 행위에 대한 엄중한 경고의 의미를 담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청소년 선수들이 갖춰야 할 기본적인 윤리 의식과 인권 존중 정신이 결여된 이번 사안을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었다고 징계 배경을 설명했다.

 


이번 징계의 여파로 배재고 야구부는 당장 오늘 예정되어 있던 청룡기 2회전 경기에 나가지 못하고 몰수패를 당했다. 6개월 정지 처분이 내려짐에 따라 올 시즌 남은 주요 전국대회와 전국체전 출전권도 모두 박탈되었다. 고교 선수들에게 대회 실적은 대학 진학과 프로 입단의 핵심 지표라는 점에서, 이번 징계는 사실상 야구부 전체의 한 해 농사를 중단시키는 치명적인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학생들의 미래를 고려해 징계가 과하다는 일부 의견도 있으나, 혐오 표현에 대한 엄단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압도적이다.

 

현재 배재고 교문 앞은 야구부의 행태를 규탄하는 시민들의 항의와 이를 방어하려는 학교 내부의 긴장감이 교차하고 있다. 학교 당국은 뒤늦게 자체 조사와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이미 실추된 학교의 명예와 학생 선수들의 이미지를 회복하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은 스포츠 현장에서 무분별하게 소비되는 혐오와 비하의 언어가 당사자들에게 어떤 부메랑으로 돌아오는지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로 남게 되었으며 배재고 야구부의 올 시즌 일정은 이대로 막을 내렸다.

 

울진 해파랑길, 동해안서 가장 조용한 '비경'

진을 관통하는 24~27구간은 약 70km에 달하는 거리 동안 동해의 순수한 얼굴을 가장 가까이서 마주할 수 있는 길로 손꼽힌다. 인위적인 개발의 손길이 닿지 않은 가공되지 않은 원시림과 끝없이 펼쳐지는 푸른 바다가 조화를 이루는 이 구간은, 번잡한 일상을 잠시 멈추고 자신만의 호흡으로 걷고 싶은 이들에게 최적의 환경을 제공한다.울진 구간의 시작점인 24코스는 후포항에서 출발해 기성버스터미널까지 이어지는 약 20km의 여정이다. 이 길은 단순히 바다를 곁에 두고 걷는 것에 그치지 않고, 울창한 소나무 숲과 은빛 백사장이 교차하며 지루할 틈 없는 풍광을 선사한다. 길의 초입에서 만나는 등기산공원은 탁 트인 동해를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조망점이며, 이곳에서 시작된 발걸음은 관동팔경 중 하나인 월송정으로 이어진다. 소나무 사이로 비치는 달빛이 아름다워 이름 붙여진 월송정은 예부터 시인 묵객들이 즐겨 찾던 명소답게 고즈넉한 정취를 자랑한다.역사적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장소들도 24코스의 매력을 더한다. 조선 시대 울릉도와 독도를 수호하기 위해 바다로 나갔던 수토사들이 머물렀던 대풍헌은 우리 영토 수호의 의지를 되새기게 하는 교육적인 공간이다. 대풍헌을 지나면 고운 모래 입자로 유명한 구산해변이 나타나는데, 이곳은 거친 파도 소리 대신 잔잔한 물결이 발등을 적시는 평화로운 분위기가 특징이다. 해변과 숲길이 적절한 비율로 섞여 있어 도보 여행자들이 체력을 안배하며 걷기에 안성맞춤인 구간이다.울진 해파랑길이 다른 구간과 차별화되는 지점은 걷기 뒤에 찾아오는 풍성한 즐길 거리다. 길 위에서 만나는 신선한 해산물은 여행자의 허기를 달래주기에 충분하며, 일정을 마친 뒤 즐기는 온천욕은 쌓인 피로를 눈 녹듯 사라지게 한다. 자연이 주는 시각적 즐거움에 미각과 촉각의 만족까지 더해지니 오감을 만족시키는 여행이라 불릴 만하다. 특히 울진의 바다는 다른 동해안 도시들에 비해 한적한 편이어서, 오로지 파도 소리에만 집중하며 사색에 잠길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으로 꼽힌다.최근에는 이러한 울진의 자연미를 활용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마련되고 있다. 울진군은 해파랑길 이용객들을 위해 주요 거점마다 쉼터를 정비하고,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도시락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도보 여행자 중심의 인프라를 확충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길을 걷는 행위를 넘어 지역의 문화와 음식을 깊이 있게 체험하는 '체류형 관광'으로의 변화를 꾀하는 시도다. 덕분에 울진 구간은 해파랑길 전체 코스 중에서도 만족도가 가장 높은 구간으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여름의 정점으로 향하는 7월, 울진의 해파랑길은 푸른 바다와 초록빛 숲이 만들어내는 천연의 그늘을 내어주며 여행객을 맞이한다. 후포항의 활기찬 기운에서 시작해 기성의 고요한 마침표에 이르기까지, 24코스가 선사하는 풍경은 걷는 이의 마음속에 지워지지 않는 잔상을 남긴다. 인공적인 소음이 사라진 자리를 파도와 바람 소리가 채우는 울진의 길 위에서, 여행자들은 가공되지 않은 자연이 주는 위로를 경험하며 다시 나아갈 힘을 얻는다. 푸른 동해를 벗 삼아 걷는 울진의 여름은 그렇게 도보 여행자들의 기억 속에 기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