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파주 초등학교서 2학년 학생 폭행…‘싸움 놀이’ 확산 우려

경기 파주의 한 초등학교에서 초등학교 2학년 학생이 동급생과 상급생들에게 폭행을 당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가해 학생들은 피해 학생에게 일대일 싸움을 강요하고 폭행 장면을 촬영한 것으로 조사됐다. 학생들 사이에서 폭력을 놀이처럼 받아들이는 문화가 확산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조사 결과, 가해 학생 4명은 지난 5월 이틀 동안 학교 체육관과 인근 아파트 단지 등에서 피해 학생을 폭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피해 학생이 거부 의사를 밝혔음에도 맨손 격투를 뜻하는 은어인 이른바 ‘야차’ 싸움을 하자며 여러 차례 불러낸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촬영된 영상에는 초등학생들이 서로 격투 자세를 취한 채 주먹을 휘두르는 장면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 학생은 상대에게 몰린 채 폭행을 당했고, 이후 눈 주위와 양쪽 다리 등에 타박상 진단을 받았다.

 


피해 학생 가족은 아이가 사건 이후 심리적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피해 학생의 아버지는 “아이가 불을 끄거나 눈을 감으면 당시 장면이 떠올라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족들은 신체적 피해뿐 아니라 정신적 충격도 크다고 호소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학생 간 다툼이 아니라, 일부 청소년 사이에서 싸움을 놀이처럼 소비하는 분위기와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키우고 있다. 최근 온라인상에서는 청소년들의 싸움 영상을 공유하거나 사고파는 SNS 계정과 메신저 대화방이 등장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어린 시절 폭력 경험과 폭력적 행동 양식이 성장 이후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갈등 상황에서 대화나 중재보다 힘으로 해결하려는 태도가 굳어질 경우 더 심각한 학교폭력이나 청소년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는 가해 학생들에게 피해 학생에 대한 접촉·보복 금지 조치와 함께 3~4시간의 봉사활동, 특별교육 이수 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피해 학생 측과 일부 학부모들은 반복적인 폭행과 촬영이 이뤄진 사안에 비해 조치가 가볍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교육 당국의 보다 적극적인 대응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학교 현장에서 폭력 징후를 조기에 파악하고 피해 학생 보호와 심리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학생들이 폭력을 장난이나 승부가 아닌 명백한 가해 행위로 인식할 수 있도록 예방 교육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가장 안전해야 할 학교가 폭력의 공간으로 변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학교와 가정, 지역사회가 함께 학생 폭력 문화의 확산을 막기 위한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유럽인가, 아시아인가… 이스탄불의 유혹

건축 유산들이 제국의 영광을 증언하며 서 있다. 1461년부터 자리를 지켜온 전통시장 그랜드 바자르는 수천 개의 상점이 미로처럼 얽혀 매일 수십만 명의 방문객을 불러모은다. 이곳에서 멀지 않은 예니 모스크의 400년 된 실루엣은 이스탄불을 찾는 이들에게 가장 먼저 중세의 시간을 선사하며 도시의 정체성을 각인시킨다.갈라타 다리를 건너 신시가지로 넘어가면 튀르키예의 현대적인 얼굴이 드러난다. 번화가인 이스티클랄 거리는 세련된 카페와 악기점들이 줄지어 있어 부산의 서면을 떠올리게 하는 활기찬 분위기를 자아낸다. 특히 200년 전통을 자랑하는 바클라바 전문점 '카라쾨이 귈뤼올루'는 품질 유지를 위해 본점 한 곳만 고집하는 장인 정신으로 유명하다. 이곳의 달콤한 페이스트리는 신시가지의 감각적인 미술관과 맛집 탐방에 지친 여행객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휴식을 제공한다.조금 더 여유로운 현지인의 일상을 엿보고 싶다면 페리를 타고 아시아지구인 카디쿄이로 향하는 것이 좋다. 보스포루스 해협을 가로지르는 30분간의 항해는 그 자체로 하나의 여행 코스가 되어 도시의 전경을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시끌벅적한 관광지에서 벗어난 아시아지구의 골목길은 아기자기한 식당과 카페들이 숨어 있어 느긋한 산책을 즐기기에 제격이다. 이처럼 이스탄불은 세 개의 지구가 각기 다른 매력을 뽐내며 여행자들에게 지루할 틈 없는 여정을 선사한다.이스탄불의 진면목은 길거리에서 만나는 다채로운 미식에서 완성된다. 흔히 케밥이라 하면 고기 기둥을 떠올리지만, 실제로는 숯불에 구운 양 곱창을 향료와 섞어 빵에 끼워 먹는 '코코레치'처럼 강렬한 풍미의 요리들이 가득하다. 고등어를 통째로 구워 채소와 곁들인 생선 샌드위치나 생고기 대신 통밀 반죽을 사용해 채식 요리로 변신한 '치이 쾨프테'는 이 도시의 유연한 식문화를 잘 보여준다. 여기에 자색 당근을 발효시킨 짭짤한 음료 '샬감 수유'를 곁들이면 기름진 맛을 잡아주는 의외의 조화를 경험하게 된다.도시의 소란함을 뒤로하고 남서부 데니즐리로 향하면 비현실적인 풍경의 파묵칼레가 나타난다. '목화의 성'이라는 이름처럼 하얀 석회층이 계단식으로 쌓인 이곳은 푸른 온천수가 층층이 고여 외계 행성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유네스코 세계복합유산인 이곳은 지형 보호를 위해 반드시 맨발로 걸어야 하며, 36도 안팎의 따뜻한 물에 발을 담그는 것만으로도 피부와 관절의 피로가 풀리는 효험을 느낄 수 있다. 석회층 바로 위에는 기원전 2세기에 건설된 고대 도시 히에라폴리스의 유적이 광활하게 펼쳐져 자연과 역사의 경이로움을 동시에 전한다.히에라폴리스의 하이라이트는 1만 2,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거대한 로마식 극장이다. 서기 129년에 건립된 이 극장은 무대 중앙의 작은 소리가 맨 윗줄까지 선명하게 들릴 정도로 정교한 설계 기술을 자랑한다. 극장 내부의 '클레오파트라 수영장'은 고대 건축물의 잔해가 물속에 잠겨 있는 독특한 노천 온천으로, 과거의 영웅들이 즐겼던 휴식을 오늘날의 여행객들이 그대로 재현할 수 있게 한다. 튀르키예의 광활한 대지 위에 수놓아진 이러한 유산들은 단순한 관광을 넘어 인류 문명의 깊이를 체감하게 하는 묵직한 감동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