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이슈

프랑스 극우 르펜 항소심, 대권 가도 분수령

 프랑스 대권 구도를 뒤흔들 운명의 시간이 다가왔다. 극우 성향 국민연합(RN)의 실질적 수장이자 유력 대권 주자인 마린 르펜 의원이 7일(현지시간) 유럽의회 공금 유용 혐의에 대한 항소심 선고를 받는다. 이번 재판의 핵심은 르펜 의원이 과거 유럽의회 의원 시절 보좌진 급여 명목으로 받은 보조금을 정당 간부들의 월급으로 전용했는지 여부다. 검찰은 약 75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공금이 부당하게 사용되었다고 보고 있으며, 1심과 마찬가지로 르펜 의원의 공직 출마 자격을 박탈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한 상태다. 프랑스 정계는 이번 판결이 내년 4월로 예정된 대선의 향방을 결정지을 최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긴장 속에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르펜 의원은 2004년부터 2016년까지 정당 고위 간부들을 허위 보좌진으로 등록해 유럽의회 자금을 빼돌린 혐의로 2023년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해 3월 1심 재판부는 르펜 의원이 자금 유용 계획을 주도했다고 판단해 징역 4년과 벌금 10만 유로, 그리고 5년간의 공직 출마 자격 박탈을 선고했다. 르펜 의원은 즉각 "정치적 마녀사냥"이라며 반발하고 항소했으나, 검찰은 항소심에서도 피선거권 박탈을 포함한 중형을 구형하며 압박의 수위를 높였다. 만약 항소심에서도 5년간의 출마 자격 박탈형이 유지된다면, 르펜 의원은 내년 대선 1차 투표에 나설 수 없는 치명적인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프랑스 법조계와 현지 언론은 유죄 판결 자체는 뒤집히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쟁점은 출마 자격을 박탈하는 기간이 얼마나 되느냐에 쏠려 있다. 1심에서 선고된 5년의 박탈 기간이 유지되느냐, 아니면 대선 출마가 가능하도록 기간이 대폭 단축되느냐가 관건이다. 일각에서는 사법부가 유력 대선 주자의 정치적 생명을 끊는 결정에 부담을 느껴 형량을 완화할 가능성도 제기한다. 만일 박탈 기간이 2년 이하로 줄어든다면 1심 선고 시점부터 산정되는 법리에 따라 르펜 의원은 극적으로 대선 출마 자격을 회복할 수도 있다.

 

르펜 의원이 대선판에서 탈락할 경우, 국민연합의 대안 카드로 꼽히는 조르당 바르델라 대표가 전면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바르델라 대표는 최근 유럽의회에서 르펜에 대한 변함없는 지지를 표명하며 결속력을 과시했으나, 당 내부적으로는 르펜의 부재라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르펜 의원이 세 차례 대선 도전을 통해 다져온 강력한 팬덤과 상징성을 바르델라가 온전히 흡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르펜의 출마 여부에 따라 프랑스 극우 세력의 결집력은 물론 전체 대선 지형이 완전히 재편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최근 여론조사는 르펜 의원에게 우호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극우 진영은 내년 대선 1차 투표에서 선두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며, 결선 투표에서도 좌파 연합의 장뤼크 멜랑송 대표 등을 제치고 승리할 가능성이 크다는 결과가 잇따르고 있다. 르펜 의원은 재판 결과와 상관없이 자신의 이념을 위해 계속 싸우겠다는 의지를 피력하며 지지층 결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사법 리스크가 오히려 지지자들의 동정표를 자극하고 "기득권 사법부의 탄압"이라는 프레임을 강화하는 도구로 활용되는 양상이다.

 

오늘 선고될 항소심 결과에 따라 프랑스는 거대한 정치적 폭풍 속으로 빠져들 전망이다. 르펜 의원이 대권 가도를 이어가며 프랑스 최초의 여성·극우 대통령에 한 발짝 다가설지, 아니면 법원의 철퇴 아래 정치적 은퇴 위기에 몰릴지는 이제 재판부의 입에 달렸다. 르펜 의원은 결과에 불복할 경우 최고법원인 파기원에 상고할 수 있지만,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시간은 결코 그의 편이 아니다. 엘리제궁을 향한 르펜의 네 번째 도전이 법정에서 멈추게 될지, 아니면 새로운 동력을 얻게 될지 전 세계가 파리 항소법원을 주목하고 있다.

 

울진 해파랑길, 동해안서 가장 조용한 '비경'

진을 관통하는 24~27구간은 약 70km에 달하는 거리 동안 동해의 순수한 얼굴을 가장 가까이서 마주할 수 있는 길로 손꼽힌다. 인위적인 개발의 손길이 닿지 않은 가공되지 않은 원시림과 끝없이 펼쳐지는 푸른 바다가 조화를 이루는 이 구간은, 번잡한 일상을 잠시 멈추고 자신만의 호흡으로 걷고 싶은 이들에게 최적의 환경을 제공한다.울진 구간의 시작점인 24코스는 후포항에서 출발해 기성버스터미널까지 이어지는 약 20km의 여정이다. 이 길은 단순히 바다를 곁에 두고 걷는 것에 그치지 않고, 울창한 소나무 숲과 은빛 백사장이 교차하며 지루할 틈 없는 풍광을 선사한다. 길의 초입에서 만나는 등기산공원은 탁 트인 동해를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조망점이며, 이곳에서 시작된 발걸음은 관동팔경 중 하나인 월송정으로 이어진다. 소나무 사이로 비치는 달빛이 아름다워 이름 붙여진 월송정은 예부터 시인 묵객들이 즐겨 찾던 명소답게 고즈넉한 정취를 자랑한다.역사적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장소들도 24코스의 매력을 더한다. 조선 시대 울릉도와 독도를 수호하기 위해 바다로 나갔던 수토사들이 머물렀던 대풍헌은 우리 영토 수호의 의지를 되새기게 하는 교육적인 공간이다. 대풍헌을 지나면 고운 모래 입자로 유명한 구산해변이 나타나는데, 이곳은 거친 파도 소리 대신 잔잔한 물결이 발등을 적시는 평화로운 분위기가 특징이다. 해변과 숲길이 적절한 비율로 섞여 있어 도보 여행자들이 체력을 안배하며 걷기에 안성맞춤인 구간이다.울진 해파랑길이 다른 구간과 차별화되는 지점은 걷기 뒤에 찾아오는 풍성한 즐길 거리다. 길 위에서 만나는 신선한 해산물은 여행자의 허기를 달래주기에 충분하며, 일정을 마친 뒤 즐기는 온천욕은 쌓인 피로를 눈 녹듯 사라지게 한다. 자연이 주는 시각적 즐거움에 미각과 촉각의 만족까지 더해지니 오감을 만족시키는 여행이라 불릴 만하다. 특히 울진의 바다는 다른 동해안 도시들에 비해 한적한 편이어서, 오로지 파도 소리에만 집중하며 사색에 잠길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으로 꼽힌다.최근에는 이러한 울진의 자연미를 활용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마련되고 있다. 울진군은 해파랑길 이용객들을 위해 주요 거점마다 쉼터를 정비하고,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도시락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도보 여행자 중심의 인프라를 확충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길을 걷는 행위를 넘어 지역의 문화와 음식을 깊이 있게 체험하는 '체류형 관광'으로의 변화를 꾀하는 시도다. 덕분에 울진 구간은 해파랑길 전체 코스 중에서도 만족도가 가장 높은 구간으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여름의 정점으로 향하는 7월, 울진의 해파랑길은 푸른 바다와 초록빛 숲이 만들어내는 천연의 그늘을 내어주며 여행객을 맞이한다. 후포항의 활기찬 기운에서 시작해 기성의 고요한 마침표에 이르기까지, 24코스가 선사하는 풍경은 걷는 이의 마음속에 지워지지 않는 잔상을 남긴다. 인공적인 소음이 사라진 자리를 파도와 바람 소리가 채우는 울진의 길 위에서, 여행자들은 가공되지 않은 자연이 주는 위로를 경험하며 다시 나아갈 힘을 얻는다. 푸른 동해를 벗 삼아 걷는 울진의 여름은 그렇게 도보 여행자들의 기억 속에 기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