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큐브

나경원, 7·7법 맹비난 "정부 비판 입틀막법"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당내 리더십 공백과 정부의 정책 추진 방식을 두고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나 의원은 7일 한 정치 토크쇼에 출연해 최근 발생한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언급하며 장동혁 대표의 행보를 문제 삼았다. 장 대표가 잠실 개표소를 혼자 방문한 것을 두고 110명의 소속 의원을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게 하지 못한 '독단적 리더십'이라고 규정한 것이다. 다만 장 대표의 중도 사퇴론에 대해서는 선출된 권력을 소수의 목소리로 끌어내리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선을 그었으나, 현재의 리더십으로는 거대 야당과 정부를 상대하기에 역부족이라는 인식을 분명히 했다.

 

여권 내부를 뒤흔들고 있는 징계 정국에 대해서도 나 의원은 유연한 정치적 해법을 주문했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을 도운 친한계 인사들이나 소장파 의원들을 징계 대상으로 삼는 것은 당의 결속을 해치는 행위라는 지적이다. 징계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었을 때 행사하는 최후의 수단이어야 하며, 지금은 내부 총질보다는 이재명 정부의 실정을 견제하는 데 화력을 집중해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특히 조경태 의원의 국회의장단 선출 관련 행보 등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사실관계를 명확히 따져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야 한다며 원칙론적인 입장도 견지했다.

 


대여 투쟁의 수위는 한층 높아졌다. 나 의원은 이재명 정부가 역점 사업으로 추진 중인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사업을 강하게 비판했다. 정부는 기업과의 자율적 협의를 강조하고 있지만, 실상은 기업의 합리적 의사결정을 가로막는 '권력형 협박'에 가깝다는 주장이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호남 민심을 얻기 위한 정략적 행보가 아니냐는 의구심과 함께, 직권남용 여부를 가리기 위한 특검 도입까지 거론하며 정부를 압박했다. 이는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명분 뒤에 숨은 정치적 계산을 정면으로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국회 운영과 관련해서는 민주당의 독주를 '의회 민주주의의 실종'으로 규정했다. 법제사법위원회를 포함한 핵심 상임위를 독식한 민주당이 필리버스터마저 무력화하려 한다며, 국민의힘 의원들이 배지를 뗄 각오로 강력히 저항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방송통신위원회 폐지나 검찰청 해체 등 국가 근간을 흔드는 법안들이 충분한 토론 없이 속전속결로 처리되는 현실을 꼬집으며, 현재의 국회는 야당을 들러리로 세우는 거수기에 불과하다고 맹비난했다. 이 과정에서 이 대통령의 공소취소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여권의 조직적 움직임을 경계했다.

 


7일부터 시행된 개정 정보통신망법, 일명 '7·7법'에 대해서는 '온라인 입틀막법'이라는 프레임을 씌워 공세를 폈다. 혐오와 차별의 기준을 권력이 자의적으로 판단하게 됨으로써 정부 비판 여론을 잠재우는 도구로 악용될 것이라는 우려다. 나 의원은 과거 민주당 측에서 제기했던 각종 의혹을 예로 들며,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공정하게 적용된다면 야당의 존립 자체가 위태로울 것이라고 꼬집었다. 가짜뉴스의 근원지가 어디인지를 따져 묻는 동시에, 법 집행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며 이용자들의 표현의 자유 위축을 경고했다.

 

차기 당권 도전 가능성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하면서도 당을 위한 역할론에는 무게를 실었다. 국민이 지방선거를 통해 여당에 마지막 기회를 준 만큼, 민주당의 폭주를 막아낼 수 있는 강한 정당을 만드는 데 헌신하겠다는 의지다. 5선 중진으로서 초·재선급 보직인 법사위 간사까지 맡으며 당에 기여해온 점을 강조한 나 의원의 발언은 사실상 전당대회 출마를 염두에 둔 행보로 읽힌다. 계파 갈등과 대여 투쟁이라는 이중고 속에서 나 의원이 제시한 '강한 리더십'이 향후 국민의힘 당권 지형에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정가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유럽인가, 아시아인가… 이스탄불의 유혹

건축 유산들이 제국의 영광을 증언하며 서 있다. 1461년부터 자리를 지켜온 전통시장 그랜드 바자르는 수천 개의 상점이 미로처럼 얽혀 매일 수십만 명의 방문객을 불러모은다. 이곳에서 멀지 않은 예니 모스크의 400년 된 실루엣은 이스탄불을 찾는 이들에게 가장 먼저 중세의 시간을 선사하며 도시의 정체성을 각인시킨다.갈라타 다리를 건너 신시가지로 넘어가면 튀르키예의 현대적인 얼굴이 드러난다. 번화가인 이스티클랄 거리는 세련된 카페와 악기점들이 줄지어 있어 부산의 서면을 떠올리게 하는 활기찬 분위기를 자아낸다. 특히 200년 전통을 자랑하는 바클라바 전문점 '카라쾨이 귈뤼올루'는 품질 유지를 위해 본점 한 곳만 고집하는 장인 정신으로 유명하다. 이곳의 달콤한 페이스트리는 신시가지의 감각적인 미술관과 맛집 탐방에 지친 여행객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휴식을 제공한다.조금 더 여유로운 현지인의 일상을 엿보고 싶다면 페리를 타고 아시아지구인 카디쿄이로 향하는 것이 좋다. 보스포루스 해협을 가로지르는 30분간의 항해는 그 자체로 하나의 여행 코스가 되어 도시의 전경을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시끌벅적한 관광지에서 벗어난 아시아지구의 골목길은 아기자기한 식당과 카페들이 숨어 있어 느긋한 산책을 즐기기에 제격이다. 이처럼 이스탄불은 세 개의 지구가 각기 다른 매력을 뽐내며 여행자들에게 지루할 틈 없는 여정을 선사한다.이스탄불의 진면목은 길거리에서 만나는 다채로운 미식에서 완성된다. 흔히 케밥이라 하면 고기 기둥을 떠올리지만, 실제로는 숯불에 구운 양 곱창을 향료와 섞어 빵에 끼워 먹는 '코코레치'처럼 강렬한 풍미의 요리들이 가득하다. 고등어를 통째로 구워 채소와 곁들인 생선 샌드위치나 생고기 대신 통밀 반죽을 사용해 채식 요리로 변신한 '치이 쾨프테'는 이 도시의 유연한 식문화를 잘 보여준다. 여기에 자색 당근을 발효시킨 짭짤한 음료 '샬감 수유'를 곁들이면 기름진 맛을 잡아주는 의외의 조화를 경험하게 된다.도시의 소란함을 뒤로하고 남서부 데니즐리로 향하면 비현실적인 풍경의 파묵칼레가 나타난다. '목화의 성'이라는 이름처럼 하얀 석회층이 계단식으로 쌓인 이곳은 푸른 온천수가 층층이 고여 외계 행성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유네스코 세계복합유산인 이곳은 지형 보호를 위해 반드시 맨발로 걸어야 하며, 36도 안팎의 따뜻한 물에 발을 담그는 것만으로도 피부와 관절의 피로가 풀리는 효험을 느낄 수 있다. 석회층 바로 위에는 기원전 2세기에 건설된 고대 도시 히에라폴리스의 유적이 광활하게 펼쳐져 자연과 역사의 경이로움을 동시에 전한다.히에라폴리스의 하이라이트는 1만 2,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거대한 로마식 극장이다. 서기 129년에 건립된 이 극장은 무대 중앙의 작은 소리가 맨 윗줄까지 선명하게 들릴 정도로 정교한 설계 기술을 자랑한다. 극장 내부의 '클레오파트라 수영장'은 고대 건축물의 잔해가 물속에 잠겨 있는 독특한 노천 온천으로, 과거의 영웅들이 즐겼던 휴식을 오늘날의 여행객들이 그대로 재현할 수 있게 한다. 튀르키예의 광활한 대지 위에 수놓아진 이러한 유산들은 단순한 관광을 넘어 인류 문명의 깊이를 체감하게 하는 묵직한 감동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