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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표소 시위에 앉은 野대표…팻말 하나에 여야 모두 발칵

6·3 지방선거 당시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계기로 열린 서울 잠실 개표소 봉쇄 시위에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참석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장 대표는 시위 현장을 이틀 연속 찾으며 강경 지지층과 보조를 맞추는 모습을 보였지만, 당내에서도 “제1야당 대표의 역할과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지난 7일 잠실 올림픽공원 일대 시위 현장을 중계한 유튜브 영상에는 흰 모자와 검은 마스크를 착용한 장 대표가 포착됐다. 그는 시위 참가자들 사이에 앉아 태극기와 함께 직접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팻말을 들고 있었다. 팻말에는 ‘재명아 고등학생 말고 나랑 싸우자’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장 대표는 전날인 6일에도 같은 현장을 방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 대표의 행보를 두고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곧바로 비판이 나왔다. 조경태 의원은 8일 KBS 라디오 ‘세상의 모든 정보 윤인구입니다’에 출연해 “제1야당 대표가 얼마나 떳떳하지 않으면 마스크를 쓰고 가느냐”고 지적했다. 그는 “정말 할 말이 있다면 마스크를 벗고 당당하게 이야기해야 한다”며 “장 대표가 당의 명예를 계속 실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장 대표가 대표직을 내려놓고 개인 자격으로 행동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가고 싶으면 자유인으로서 가면 된다”며 “제1야당 대표가 시민단체 일원처럼 현장에 앉아 있는 모습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이어 “선관위의 부실 관리 문제는 국회 국정조사와 특검 등을 통해 밝히면 된다”며 “필요하다면 선관위 조직 개편이나 행정안전부 이관 문제를 논의하는 것이 국회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나경원 의원도 장 대표의 단독 행보에 문제를 제기했다. 나 의원은 7일 중앙일보 정치 토크쇼 ‘황현희의 불편한 여의도’에서 “혼자서만 움직이는 게 어떻게 리더냐”고 말했다. 이어 “리더라면 110명 의원을 함께 움직이게 해야 한다”며 당 대표의 정치적 행동에는 조직적 책임과 전략이 따라야 한다는 취지로 지적했다.

 

장 대표는 앞으로도 전국을 돌며 투표용지 부족 사태 관련 집회에 참석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지층을 결집하고 선거관리위원회의 부실 관리 문제를 부각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러나 당내 비당권파는 장 대표가 강성 지지층에만 기대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국회부의장 선출 문제로 징계 요청을 받은 조경태 의원은 장 대표를 윤리위원회에 맞제소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당권파는 즉각 반격에 나섰다. 조광한 최고위원은 “민주당과 이재명 정부에는 말 한마디 못 하면서 대안도 미래도 없는 세력이 지도부를 흔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장 대표의 장외 행보를 둘러싼 논란이 국민의힘 내 계파 갈등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더불어민주당도 장 대표의 팻말 문구를 문제 삼았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해당 문구를 언급하며 “아무리 정치권에서 막말이 오가더라도 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는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파면 전까지는 대통령이라고 불렀다”며 “제1야당 대표의 행동으로는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 역시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상실된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말했다. 다만 형사법 적용 가능성에 대해서는 “법무부나 검찰이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이라며 “필요하다면 법적 검토를 해보겠다”고 답했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서 시작된 논란은 이제 선관위 책임론을 넘어 국민의힘 내부 갈등과 여야 간 공방으로 확산하고 있다. 장 대표가 장외투쟁을 통해 지지층 결집에 성공할지, 아니면 당 대표 리더십 논란만 키울지는 정치권의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유럽인가, 아시아인가… 이스탄불의 유혹

건축 유산들이 제국의 영광을 증언하며 서 있다. 1461년부터 자리를 지켜온 전통시장 그랜드 바자르는 수천 개의 상점이 미로처럼 얽혀 매일 수십만 명의 방문객을 불러모은다. 이곳에서 멀지 않은 예니 모스크의 400년 된 실루엣은 이스탄불을 찾는 이들에게 가장 먼저 중세의 시간을 선사하며 도시의 정체성을 각인시킨다.갈라타 다리를 건너 신시가지로 넘어가면 튀르키예의 현대적인 얼굴이 드러난다. 번화가인 이스티클랄 거리는 세련된 카페와 악기점들이 줄지어 있어 부산의 서면을 떠올리게 하는 활기찬 분위기를 자아낸다. 특히 200년 전통을 자랑하는 바클라바 전문점 '카라쾨이 귈뤼올루'는 품질 유지를 위해 본점 한 곳만 고집하는 장인 정신으로 유명하다. 이곳의 달콤한 페이스트리는 신시가지의 감각적인 미술관과 맛집 탐방에 지친 여행객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휴식을 제공한다.조금 더 여유로운 현지인의 일상을 엿보고 싶다면 페리를 타고 아시아지구인 카디쿄이로 향하는 것이 좋다. 보스포루스 해협을 가로지르는 30분간의 항해는 그 자체로 하나의 여행 코스가 되어 도시의 전경을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시끌벅적한 관광지에서 벗어난 아시아지구의 골목길은 아기자기한 식당과 카페들이 숨어 있어 느긋한 산책을 즐기기에 제격이다. 이처럼 이스탄불은 세 개의 지구가 각기 다른 매력을 뽐내며 여행자들에게 지루할 틈 없는 여정을 선사한다.이스탄불의 진면목은 길거리에서 만나는 다채로운 미식에서 완성된다. 흔히 케밥이라 하면 고기 기둥을 떠올리지만, 실제로는 숯불에 구운 양 곱창을 향료와 섞어 빵에 끼워 먹는 '코코레치'처럼 강렬한 풍미의 요리들이 가득하다. 고등어를 통째로 구워 채소와 곁들인 생선 샌드위치나 생고기 대신 통밀 반죽을 사용해 채식 요리로 변신한 '치이 쾨프테'는 이 도시의 유연한 식문화를 잘 보여준다. 여기에 자색 당근을 발효시킨 짭짤한 음료 '샬감 수유'를 곁들이면 기름진 맛을 잡아주는 의외의 조화를 경험하게 된다.도시의 소란함을 뒤로하고 남서부 데니즐리로 향하면 비현실적인 풍경의 파묵칼레가 나타난다. '목화의 성'이라는 이름처럼 하얀 석회층이 계단식으로 쌓인 이곳은 푸른 온천수가 층층이 고여 외계 행성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유네스코 세계복합유산인 이곳은 지형 보호를 위해 반드시 맨발로 걸어야 하며, 36도 안팎의 따뜻한 물에 발을 담그는 것만으로도 피부와 관절의 피로가 풀리는 효험을 느낄 수 있다. 석회층 바로 위에는 기원전 2세기에 건설된 고대 도시 히에라폴리스의 유적이 광활하게 펼쳐져 자연과 역사의 경이로움을 동시에 전한다.히에라폴리스의 하이라이트는 1만 2,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거대한 로마식 극장이다. 서기 129년에 건립된 이 극장은 무대 중앙의 작은 소리가 맨 윗줄까지 선명하게 들릴 정도로 정교한 설계 기술을 자랑한다. 극장 내부의 '클레오파트라 수영장'은 고대 건축물의 잔해가 물속에 잠겨 있는 독특한 노천 온천으로, 과거의 영웅들이 즐겼던 휴식을 오늘날의 여행객들이 그대로 재현할 수 있게 한다. 튀르키예의 광활한 대지 위에 수놓아진 이러한 유산들은 단순한 관광을 넘어 인류 문명의 깊이를 체감하게 하는 묵직한 감동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