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큐브

584일 만의 심판, 윤석열 '체포방해' 오늘 결론

 비상계엄 사태 이후 약 1년 7개월 만에 윤석열 전 대통령의 범죄 혐의에 대한 사법부의 최종 결론이 내려진다. 대법원 3부는 9일 오후 2시, 공수처 체포 방해 및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기소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상고심 판결을 선고한다. 이번 재판은 12·3 사태와 관련해 대법원이 내놓는 첫 번째 판단이라는 점에서 향후 이어질 내란 관련 재판의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사법부는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이례적으로 선고 과정을 대중에게 실시간 생중계하기로 결정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초 대통령경호처 인력을 동원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정당한 영장 집행을 물리적으로 저지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한 비상계엄 선포 과정에서 일부 국무위원의 심의권을 고의로 박탈하고, 사태 종료 후 허위 문서를 작성해 행사한 혐의 등도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이다. 특히 외신을 대상으로 국회 출입 통제 사실을 왜곡해 전파하도록 지시한 프레스가이드 작성 혐의는 언론의 자유와 민주적 절차를 훼손한 중대 범죄로 다뤄져 왔다.

 


앞선 하급심 판결은 유무죄 판단을 달리하며 형량이 높아지는 양상을 보였다. 지난해 1월 1심 재판부는 혐의의 상당 부분을 유죄로 인정하며 징역 5년을 선고했으나, 일부 국무위원에 대한 심의권 침해 등은 무죄로 판단했다. 그러나 지난 4월 2심 재판부는 1심에서 무죄였던 외신 허위 공보 및 심의권 침해 혐의까지 모두 유죄로 뒤집으며 징역 7년으로 형량을 높였다. 대법원이 2심의 엄중한 잣대를 그대로 유지할지가 오늘 선고의 최대 관전 포인트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재판 과정에서 통치 행위의 정당성을 주장하며 혐의를 부인해왔으나 사법부의 시각은 냉담했다. 특히 대법원 선고 생중계에 대해 사생활 침해와 방어권 위축을 이유로 반대 의견을 제출했으나 법원은 공공의 이익이 우선한다는 판단하에 이를 기각했다. 피고인인 윤 전 대통령은 오늘 대법원 법정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는 같은 시간 다른 법정에서 진행되는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재판에 출석할 예정이며, 자신의 첫 확정판결 소식을 피고인석에서 접하게 된다.

 


대통령 경호처 지휘부에 대한 단죄도 같은 시각 동시에 진행된다. 서울중앙지법은 윤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체포 영장 집행을 방해한 박종준 전 처장과 김성훈 전 차장 등에 대한 1심 선고를 내린다. 특검팀은 이들이 헌법 기관의 기능을 마비시키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고 보고 각각 징역 7년의 중형을 구형한 상태다. 경호처 관계자들의 유죄 여부는 윤 전 대통령의 지시 체계가 얼마나 조직적으로 작동했는지를 증명하는 근거가 된다.

 

대법원은 선고 당일 청사 주변의 보안을 최고 수준으로 강화하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오전부터 주요 출입문을 폐쇄하고 동문만을 개방해 출입자를 엄격히 통제하는 등 긴장감이 감도는 분위기다. 584일간 이어진 법적 공방 끝에 내려지는 이번 판결은 헌법 파괴 행위에 대한 사법적 심판의 종착역이자, 동시에 진행 중인 내란 재판의 향방을 결정지을 중대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유럽인가, 아시아인가… 이스탄불의 유혹

건축 유산들이 제국의 영광을 증언하며 서 있다. 1461년부터 자리를 지켜온 전통시장 그랜드 바자르는 수천 개의 상점이 미로처럼 얽혀 매일 수십만 명의 방문객을 불러모은다. 이곳에서 멀지 않은 예니 모스크의 400년 된 실루엣은 이스탄불을 찾는 이들에게 가장 먼저 중세의 시간을 선사하며 도시의 정체성을 각인시킨다.갈라타 다리를 건너 신시가지로 넘어가면 튀르키예의 현대적인 얼굴이 드러난다. 번화가인 이스티클랄 거리는 세련된 카페와 악기점들이 줄지어 있어 부산의 서면을 떠올리게 하는 활기찬 분위기를 자아낸다. 특히 200년 전통을 자랑하는 바클라바 전문점 '카라쾨이 귈뤼올루'는 품질 유지를 위해 본점 한 곳만 고집하는 장인 정신으로 유명하다. 이곳의 달콤한 페이스트리는 신시가지의 감각적인 미술관과 맛집 탐방에 지친 여행객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휴식을 제공한다.조금 더 여유로운 현지인의 일상을 엿보고 싶다면 페리를 타고 아시아지구인 카디쿄이로 향하는 것이 좋다. 보스포루스 해협을 가로지르는 30분간의 항해는 그 자체로 하나의 여행 코스가 되어 도시의 전경을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시끌벅적한 관광지에서 벗어난 아시아지구의 골목길은 아기자기한 식당과 카페들이 숨어 있어 느긋한 산책을 즐기기에 제격이다. 이처럼 이스탄불은 세 개의 지구가 각기 다른 매력을 뽐내며 여행자들에게 지루할 틈 없는 여정을 선사한다.이스탄불의 진면목은 길거리에서 만나는 다채로운 미식에서 완성된다. 흔히 케밥이라 하면 고기 기둥을 떠올리지만, 실제로는 숯불에 구운 양 곱창을 향료와 섞어 빵에 끼워 먹는 '코코레치'처럼 강렬한 풍미의 요리들이 가득하다. 고등어를 통째로 구워 채소와 곁들인 생선 샌드위치나 생고기 대신 통밀 반죽을 사용해 채식 요리로 변신한 '치이 쾨프테'는 이 도시의 유연한 식문화를 잘 보여준다. 여기에 자색 당근을 발효시킨 짭짤한 음료 '샬감 수유'를 곁들이면 기름진 맛을 잡아주는 의외의 조화를 경험하게 된다.도시의 소란함을 뒤로하고 남서부 데니즐리로 향하면 비현실적인 풍경의 파묵칼레가 나타난다. '목화의 성'이라는 이름처럼 하얀 석회층이 계단식으로 쌓인 이곳은 푸른 온천수가 층층이 고여 외계 행성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유네스코 세계복합유산인 이곳은 지형 보호를 위해 반드시 맨발로 걸어야 하며, 36도 안팎의 따뜻한 물에 발을 담그는 것만으로도 피부와 관절의 피로가 풀리는 효험을 느낄 수 있다. 석회층 바로 위에는 기원전 2세기에 건설된 고대 도시 히에라폴리스의 유적이 광활하게 펼쳐져 자연과 역사의 경이로움을 동시에 전한다.히에라폴리스의 하이라이트는 1만 2,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거대한 로마식 극장이다. 서기 129년에 건립된 이 극장은 무대 중앙의 작은 소리가 맨 윗줄까지 선명하게 들릴 정도로 정교한 설계 기술을 자랑한다. 극장 내부의 '클레오파트라 수영장'은 고대 건축물의 잔해가 물속에 잠겨 있는 독특한 노천 온천으로, 과거의 영웅들이 즐겼던 휴식을 오늘날의 여행객들이 그대로 재현할 수 있게 한다. 튀르키예의 광활한 대지 위에 수놓아진 이러한 유산들은 단순한 관광을 넘어 인류 문명의 깊이를 체감하게 하는 묵직한 감동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