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35년 버틴 스키장도 폐업, 녹아내린 겨울 낭만

 겨울철 레저의 꽃이라 불리던 스키 산업이 기후 위기와 인구 절벽이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 무너지고 있다. 일본 최남단에 위치해 상징성을 가졌던 고카세 하이랜드 스키장이 35년의 역사를 뒤로하고 영구 폐쇄를 결정했다. 한때 연간 10만 명 이상의 인파가 몰리며 지역 경제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으나, 최근 방문객이 1만 명대까지 곤두박질치며 더 이상 운영을 지속할 동력을 잃었다. 시설 노후화에 따른 교체 비용과 눈이 내리지 않는 기상 이변이 겹친 결과다.

 

스키장의 생존을 가로막는 가장 큰 적은 온난화로 인한 강설량 감소다. 자연 눈이 부족해지자 인공 눈을 만들기 위한 조설기 가동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고, 이는 고스란히 경영 적자로 이어졌다. 고카세 스키장의 경우 누적된 적자만 우리 돈으로 10억 원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내 스키장 수는 1990년대 후반 정점을 찍은 이후 현재까지 약 40%가 사라졌으며, 눈이 풍부하기로 유명한 홋카이도와 아키타 등 북부 지역조차 폐업 행렬에서 예외가 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의 상황 역시 일본의 전철을 그대로 밟고 있다. 국내 스키장 방문객 수는 과거 680만 명에 달하던 전성기와 비교해 현재는 절반 수준을 겨우 턱걸이하는 실정이다. 한때 17곳에 달했던 전국 스키장은 현재 13곳으로 줄어들었으며, 그나마 운영 중인 곳들도 매 시즌 방문객 감소를 방어하기에 급급하다. 특히 스키 산업의 메카인 강원 지역조차 최근 한 시즌 사이에만 이용객이 15% 이상 증발하며 지역 관광 경기에 비상이 걸렸다.

 

방문객 감소의 내면에는 인구 구조의 변화라는 근본적인 원인이 자리 잡고 있다. 스키와 스노보드를 즐기는 주력 계층인 청년 인구 자체가 줄어든 데다, 고물가 시대에 장비 대여와 리프트권 구매 등 비용 부담이 큰 스키를 기피하는 현상이 뚜렷해졌다. 젊은 층의 레저 소비 패턴이 소셜 미디어에 특화된 실내 활동이나 가성비 높은 취미로 옮겨가면서, 진입 장벽이 높은 겨울 스포츠는 점차 대중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고 있다.

 


기후의 불확실성은 스키장의 운영 계획 자체를 무력화하고 있다. 겨울철 기온이 예상을 벗어나 급상승하거나 갑작스러운 폭우가 내리는 등 변동성이 커지면서 개장 기간을 확보하는 것조차 모험이 되었다. 인공 눈을 뿌려도 금세 녹아버리는 환경 탓에 슬로프 유지 비용은 매년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이는 결국 이용료 인상으로 이어지고, 다시 이용객이 감소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되며 산업 전반의 기초 체력을 갉아먹는 중이다.

 

한일 양국의 스키 산업은 이제 단순한 계절적 불황을 넘어 산업 구조의 전면적인 재편이나 퇴장을 고민해야 하는 벼랑 끝에 서 있다. 설원을 달리는 낭만은 거대한 환경 변화와 사회적 변동 속에서 점차 과거의 기록으로 남을 가능성이 커졌다. 기후 위기가 레저 산업의 지형도를 어떻게 바꾸어 놓는지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가 바로 스키장의 연쇄 폐장이다. 눈 덮인 산등성이가 더 이상 수익을 보장하지 않는 시대에 접어들면서 겨울 관광의 패러다임 전환이 요구되고 있다.

 

유럽인가, 아시아인가… 이스탄불의 유혹

건축 유산들이 제국의 영광을 증언하며 서 있다. 1461년부터 자리를 지켜온 전통시장 그랜드 바자르는 수천 개의 상점이 미로처럼 얽혀 매일 수십만 명의 방문객을 불러모은다. 이곳에서 멀지 않은 예니 모스크의 400년 된 실루엣은 이스탄불을 찾는 이들에게 가장 먼저 중세의 시간을 선사하며 도시의 정체성을 각인시킨다.갈라타 다리를 건너 신시가지로 넘어가면 튀르키예의 현대적인 얼굴이 드러난다. 번화가인 이스티클랄 거리는 세련된 카페와 악기점들이 줄지어 있어 부산의 서면을 떠올리게 하는 활기찬 분위기를 자아낸다. 특히 200년 전통을 자랑하는 바클라바 전문점 '카라쾨이 귈뤼올루'는 품질 유지를 위해 본점 한 곳만 고집하는 장인 정신으로 유명하다. 이곳의 달콤한 페이스트리는 신시가지의 감각적인 미술관과 맛집 탐방에 지친 여행객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휴식을 제공한다.조금 더 여유로운 현지인의 일상을 엿보고 싶다면 페리를 타고 아시아지구인 카디쿄이로 향하는 것이 좋다. 보스포루스 해협을 가로지르는 30분간의 항해는 그 자체로 하나의 여행 코스가 되어 도시의 전경을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시끌벅적한 관광지에서 벗어난 아시아지구의 골목길은 아기자기한 식당과 카페들이 숨어 있어 느긋한 산책을 즐기기에 제격이다. 이처럼 이스탄불은 세 개의 지구가 각기 다른 매력을 뽐내며 여행자들에게 지루할 틈 없는 여정을 선사한다.이스탄불의 진면목은 길거리에서 만나는 다채로운 미식에서 완성된다. 흔히 케밥이라 하면 고기 기둥을 떠올리지만, 실제로는 숯불에 구운 양 곱창을 향료와 섞어 빵에 끼워 먹는 '코코레치'처럼 강렬한 풍미의 요리들이 가득하다. 고등어를 통째로 구워 채소와 곁들인 생선 샌드위치나 생고기 대신 통밀 반죽을 사용해 채식 요리로 변신한 '치이 쾨프테'는 이 도시의 유연한 식문화를 잘 보여준다. 여기에 자색 당근을 발효시킨 짭짤한 음료 '샬감 수유'를 곁들이면 기름진 맛을 잡아주는 의외의 조화를 경험하게 된다.도시의 소란함을 뒤로하고 남서부 데니즐리로 향하면 비현실적인 풍경의 파묵칼레가 나타난다. '목화의 성'이라는 이름처럼 하얀 석회층이 계단식으로 쌓인 이곳은 푸른 온천수가 층층이 고여 외계 행성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유네스코 세계복합유산인 이곳은 지형 보호를 위해 반드시 맨발로 걸어야 하며, 36도 안팎의 따뜻한 물에 발을 담그는 것만으로도 피부와 관절의 피로가 풀리는 효험을 느낄 수 있다. 석회층 바로 위에는 기원전 2세기에 건설된 고대 도시 히에라폴리스의 유적이 광활하게 펼쳐져 자연과 역사의 경이로움을 동시에 전한다.히에라폴리스의 하이라이트는 1만 2,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거대한 로마식 극장이다. 서기 129년에 건립된 이 극장은 무대 중앙의 작은 소리가 맨 윗줄까지 선명하게 들릴 정도로 정교한 설계 기술을 자랑한다. 극장 내부의 '클레오파트라 수영장'은 고대 건축물의 잔해가 물속에 잠겨 있는 독특한 노천 온천으로, 과거의 영웅들이 즐겼던 휴식을 오늘날의 여행객들이 그대로 재현할 수 있게 한다. 튀르키예의 광활한 대지 위에 수놓아진 이러한 유산들은 단순한 관광을 넘어 인류 문명의 깊이를 체감하게 하는 묵직한 감동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