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시각장애인 안내견 200마리 연결한 안내견의 아버지

 경기도 용인의 한 산책로에서 새까만 털을 뽐내는 두 살배기 안내견 '미소'가 파트너 유석종 프로의 곁을 든든히 지키고 있다. 삼성화재안내견학교에서 근무하는 유 프로는 최근 20년 동안 약 200명의 시각장애인에게 새로운 삶의 동반자를 찾아준 공로를 인정받아 '올해의 장애인상'을 거머쥐었다. 선천성 시각장애를 가진 그가 안내견과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2002년 대학생 시절 만난 '강토'를 통해서였다. 성인이 된 그에게 강토는 단순한 보조견을 넘어 자신의 삶을 스스로 책임지고 선택하게 만든 진정한 독립의 상징이었다.

 

유 프로의 삶은 2005년 삼성화재의 공익광고 '아름다운 동행'에 출연하며 전환점을 맞이했다. 광고 속에서 보여준 강토와의 완벽한 호흡은 수많은 시청자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했고, 이듬해 그는 안내견학교의 시각장애인 직원 1호로 채용되었다. 그는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안내견 사업을 홍보하고 시각장애인들이 사회로 나아가는 문턱을 낮추는 가교 역할을 자처했다. 안내견과 함께 걷는 것이 일상이 된 그의 발자취는 곧 한국 사회 안내견 인식 변화의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그의 노력은 제도적 변화로도 이어졌다. 유 프로는 안내견의 공공장소 출입을 보장하기 위한 법령 개정 작업에 참여하며 시각장애인의 이동권 확보에 힘을 보탰다. 과거에는 정당한 사유 없이 안내견의 출입을 거부할 수 없다는 규정이 모호해 현장에서 잦은 마찰이 빚어졌다. 하지만 지난해 통과된 이른바 '조이법'을 통해 감염병 위험이나 위생 관리 등 거부 사유가 명확해지면서, 이제 안내견들은 수술실이나 조리장 같은 특수 구역을 제외한 모든 곳에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게 되었다.

 

유 프로는 안내견을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데려다주는 '자율주행차'에 비유하곤 한다. 시각장애인이 방향을 지시하는 내비게이션 역할을 수행하면, 안내견은 장애물을 피해 발을 맞추며 걷는 파트너가 된다. 안내견과 함께하는 삶은 외출을 단순한 노동이 아닌 즐거운 산책으로 변화시켰다. 이러한 정서적 교감 덕분인지 안내견의 평균 수명은 일반 리트리버보다 긴 14세에 달한다. 파트너와 24시간을 함께하며 외로움을 덜 느끼고 정기적인 건강 관리를 받는 것이 장수의 비결로 꼽힌다.

 


이러한 변화의 뿌리에는 1993년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의 결단이 있었다. 당시 "삼성이 왜 개를 키우느냐"는 비난 섞인 시선 속에서도 이 회장은 안내견 사업이 우리 사회의 의식 수준을 높이는 마중물이 될 것이라는 신념을 굽히지 않았다. 단일 기업이 운영하는 세계 유일의 안내견학교는 그렇게 탄생했고, 지난 30여 년간 수많은 '바다'와 '미소'를 배출하며 시각장애인의 눈이 되어주었다. 안내견이 환영받는 정도가 곧 그 나라의 복지 수준을 나타낸다는 이 회장의 혜안은 오늘날 현실이 되었다.

 

그럼에도 유 프로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고 말한다. 안내견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요식업이나 운수업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한 실무 교육이 여전히 절실하기 때문이다. 그는 안내견과 시각장애인이 걷는 모습이 특별한 풍경이 아닌,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일상이 되기를 꿈꾼다. 안내견학교가 매년 꾸준히 양성해내는 안내견들이 더 많은 시각장애인에게 자신만의 선택권을 선물할 수 있도록, 유 프로는 오늘도 미소와 함께 세상을 잇는 통로 위에 서 있다.

 

"잠들지 않는 도시" 지자체 밤밤 경쟁

서 지출하는 전체 비용 중 약 33% 이상이 오후 6시부터 이튿날 새벽 사이에 집중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은 단순히 낮 시간의 볼거리를 제공하는 수준을 넘어, 밤늦게까지 관광객의 발길을 붙잡아 체류 시간과 소비액을 동시에 늘리려는 이른바 '야간 경제' 활성화 전략에 사활을 걸고 있다.음악 축제는 야간 관광 소비를 이끄는 가장 강력한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이달 말 인천에서 열리는 대규모 록 페스티벌의 경우, 자정에 가까운 시간까지 공연을 편성해 관람객들이 자연스럽게 현지에서 숙박과 심야 식사를 해결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해당 축제는 16만 명이 넘는 인파를 불러모으며 쇼핑과 유흥 분야에서만 800억 원 이상의 경제적 파급 효과를 거둔 것으로 집계되었다. 이는 전년 대비 약 17% 성장한 수치로, 야간 콘텐츠의 강화가 지역 상권의 매출 증대로 직결된다는 사실을 명확히 입증한 사례다.전통적인 물놀이 축제들 역시 해가 진 뒤의 프로그램을 대폭 강화하며 변신을 꾀하고 있다. 낮 동안 머드 체험으로 활기를 띠던 보령의 해수욕장은 밤이 되면 화려한 드론쇼와 타악 공연이 어우러진 퍼레이드 행렬로 탈바꿈한다. 대전의 경우 원도심 상권과 연계한 '0시 축제'를 통해 자정 너머까지 도심 한복판을 축제의 장으로 개방한다. 이러한 시도는 축제장을 찾은 인파가 주변 음식점과 상점으로 자연스럽게 흘러 들어가게 함으로써, 원도심 공동화 문제를 해결하고 지역 소상공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정부 차원의 야간관광 특화도시 육성 사업도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부산과 인천, 여수 등 10개 도시를 거점으로 진행 중인 이 사업은 국비 지원을 통해 야간 경관을 개선하고 이동 수단을 확충하는 데 주력한다. 특히 지난해 처음 선보인 '대한민국 밤밤 페스타'는 야외 도서관과 캔들라이트 콘서트 등 감성적인 야간 프로그램을 결합해 방문객들의 호평을 받았다. 실제로 사업 시행 이후 해당 지역의 야간 방문객 수는 전년 대비 18% 이상 증가했으며, 외국인 관광객의 카드 소비액도 50% 넘게 급증하는 등 괄목할 만한 성장을 기록했다.관광객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지자체들이 투입하는 예산 규모도 대폭 확대되는 추세다. 올해 전국적으로 개최되는 축제 건수는 지난해보다 12% 늘어난 1,266건에 달하며, 전체 예산은 40% 가까이 폭증해 5,800억 원 시대를 열었다. 축제 한 건당 평균 예산 역시 20% 이상 증가했는데, 이는 단순히 행사 횟수를 늘리는 양적 성장에서 벗어나 고품질의 야간 콘텐츠를 확보해 관광객의 체류 시간을 단 1시간이라도 더 늘리겠다는 질적 승부수로 풀이된다.전문가들은 야간 축제의 성공이 단순한 운영 시간 연장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조언한다. 화려한 공연이 끝난 뒤에도 관광객들이 지역 상권에서 안전하고 즐겁게 머물 수 있는 인프라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심야 시간대의 대중교통 편의성을 높이고, 바가지요금 없는 합리적인 먹거리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체류형 관광 상품의 지속 가능성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다. 결국 밤의 매력을 지역의 고유한 문화 자산과 어떻게 연결하느냐가 향후 지자체 간 관광 경쟁의 승패를 가를 결정적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