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이슈

추상인 줄 알았는데 극사실? 박성민의 반전 회화

 인공지능이 단 몇 초 만에 정교한 이미지를 복제해내는 시대에, 인간의 시선이 도달할 수 있는 극한의 지점을 탐구하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서울 강남구 슈페리어갤러리에서 진행 중인 박성민의 개인전 ‘시선이 사유가 될 때’는 재현의 기술을 넘어 회화의 본질적인 가치를 묻는다. 작가는 도자기라는 사물을 단순히 그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표면에 축적된 시간과 물성을 해체하여 캔버스 위로 옮겨온다. 이는 대상을 똑같이 옮겨 적는 복제를 넘어, 대상을 응시하는 행위 자체가 예술이 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얼핏 보면 화면은 색면 추상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그 뿌리는 철저히 극사실 회화에 닿아 있다. 작가는 도자기 유약의 미세한 균열과 색의 번짐, 그리고 매끄러운 질감을 집요하게 관찰하고 이를 극도로 확대한다. 너무 가까이 다가가 들여다본 결과, 사물의 형체는 사라지고 오직 물성과 붓질의 흔적만이 남게 된 것이다. 관람객은 무엇이 그려졌는지 파악하기 전에, 화면 전체를 휘감는 압도적인 시각적 몰입감을 먼저 경험하게 된다. 사물이 사라진 자리에 남은 것은 작가의 깊은 사유와 응시의 시간이다.

 


박성민 작가의 예술적 여정은 과거 ‘아이스 캡슐’ 연작에서 보여준 응고된 시간의 탐구와 맥을 같이 한다. 얼음 속에 갇힌 식물을 통해 생명력의 정지된 순간을 포착했던 작가는, 이제 도자기라는 사물의 안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최근의 작업들은 사물의 외형을 재현하는 단계를 지나, 그 표면에 맺힌 촉각적 기억과 보이지 않는 에너지를 화면 밖으로 끌어낸다. 이는 작가의 시선이 사물의 껍데기를 뚫고 본질적인 물성의 영역으로 진입했음을 의미한다.

 

이번 전시는 기술 만능주의 시대에 회화가 지닌 고유한 힘을 증명하고 있다. AI가 학습할 수 없는 것은 결과물로서의 이미지가 아니라, 대상을 마주하고 고뇌하며 붓을 움직이는 인간의 집요한 과정이기 때문이다. 작가는 재현을 포기하는 대신 오히려 재현의 밀도를 극한까지 밀어붙임으로써 회화만이 도달할 수 있는 사유의 영역을 구축했다. 관람객들은 작품 앞에서 ‘얼마나 똑같은가’를 따지는 대신, ‘얼마나 오래 바라보았는가’를 감각하며 인간적 사유의 가치를 되새기게 된다.

 


전시장 내부를 채운 검은색과 푸른빛의 경계, 옅은 분홍의 번짐은 도자기의 유약이 불 속에서 겪었을 변화를 상기시킨다. 작가는 캔버스라는 평면 위에 유약처럼 미끄러지는 표면을 구현하기 위해 수많은 붓질을 중첩했다. 이러한 노동 집약적인 과정은 디지털 이미지가 줄 수 없는 깊이감과 아우라를 형성한다. 화면 위에 맺힌 미세한 결들은 작가가 대상을 향해 보낸 수천 시간의 시선이 응축된 결과물이며, 이는 곧 관람객에게 전이되어 깊은 명상의 시간을 제공한다.

 

박성민의 개인전은 오는 8월 10일까지 계속되며, 현대 회화가 나아갈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작가는 사물을 파괴하거나 왜곡하지 않고도, 오직 시선의 힘만으로 추상과 구상의 경계를 허물어뜨렸다. 이번 전시는 화려한 기술적 수사보다 묵묵히 대상을 바라보는 행위가 어떻게 예술적 숭고함에 도달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소중한 기회다. 슈페리어갤러리의 정막한 공간 속에서 관람객들은 작가가 빚어낸 사유의 바다를 유영하며 회화의 진정한 의미를 발견하게 된다.

 

 

 

8월 8일 고양이의 날, 고양이학교로 떠나는 힐링

는 다음 달 8일부터 이틀간 용호도 일대에서 ‘제2회 통영 고양이섬의 날 축제’를 개최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행사는 섬이라는 고립된 공간이 고양이와 사람, 자연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공존의 장으로 변모하는 과정을 담아냈다. 지역 생태계와 공동체의 가치를 연결한 이번 축제는 지속 가능한 관광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며 전국 반려인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올해 축제를 관통하는 핵심 메시지는 고양이에게 전하는 감사의 마음을 담은 ‘땡스 투 캣(Thanks to Cat)’이다. 복잡한 도심의 소음에서 벗어난 방문객들이 고양이의 느긋한 시선으로 섬의 풍경을 바라보며 진정한 휴식과 위로를 얻는 것이 이번 행사의 목적이다. 축제 공간은 입구인 ‘교감의 문’부터 고양이학교로 이어지는 ‘도도의 발자국길’, 그리고 다양한 공연이 열리는 ‘생명의 광장’으로 세심하게 기획되었다. 방문객들은 섬 곳곳에 스며든 고양이들의 흔적을 따라가며 생명 존중의 가치를 자연스럽게 체감하게 된다.축제의 중심 거점인 ‘고양이학교’는 학생이 없어 문을 닫았던 옛 한산초등학교 용호분교를 재생한 공간으로, 현재는 고양이보호분양센터로 운영되고 있다. 이곳은 한려해상국립공원에서 구조된 길고양이들의 안식처이자 새로운 가족을 만나는 가교 역할을 수행한다. 축제 기간에는 ‘도도의 가족찾기’라는 이름의 입양 데이가 열려, 보호 중인 고양이들과 직접 교감하고 책임감 있는 반려문화에 대해 전문가와 상담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된다. 폐교가 생명의 온기로 다시 채워지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감동적인 서사를 형성한다.행사 첫날에는 용호도의 풍부한 해산물을 활용한 ‘전·소·미 미식대전’이 열려 방문객들의 입거리를 즐겁게 할 예정이다. 전갱이와 소라, 미역을 재료로 한 요리 경연과 더불어 고양이섬 가요제, 낚시 대회 등 주민과 관광객이 하나 되는 프로그램들이 줄을 잇는다. 해가 지면 밤바다의 파도 소리를 배경으로 재즈와 클래식 선율이 흐르는 ‘별빛냥 콘서트’가 열려 낭만적인 여름밤을 선사한다. 무더위를 식혀줄 워터슬라이드와 물총놀이 등 가족 단위 방문객을 위한 워터파크 시설도 운영되어 축제의 활기를 더한다.섬 전체를 무대로 한 참여형 프로그램인 ‘도도를 찾아라’ 스탬프 투어는 용호도의 숨은 매력을 발견하는 재미를 준다. 마을 벽화 속에 숨은 고양이 상징물을 찾아 사진을 찍는 ‘캣샷’과 고양이의 걸음걸이처럼 천천히 섬을 산책하는 ‘느린걸음 챌린지’는 바쁜 현대인들에게 느림의 미학을 일깨워준다. 지역 작가들의 예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도도 아뜰리에’와 주민들이 직접 만든 특산물을 판매하는 ‘도도의 보물장터’는 지역 경제 활성화와 문화적 풍요로움을 동시에 꾀하는 장치다.통영시는 이번 축제가 고양이를 단순한 구경거리로 소비하는 일회성 행사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섬 주민들의 삶의 터전 위에서 동물이 이방인이 아닌 이웃으로 대접받는 문화를 정착시키고, 방문객들에게는 생명과 공존에 대한 깊은 성찰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궁극적인 지향점이다. 고양이의 발걸음처럼 조용하고 따뜻한 위로가 흐르는 용호도에서의 이틀은, 사람과 동물이 같은 눈높이에서 서로를 바라보는 소중한 경험이 될 것이다. 통영의 작은 섬 용호도가 전하는 공존의 메시지가 올여름 우리 사회에 어떤 울림을 줄지 기대가 모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