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이슈

아이브급 인기 한국무용? 한예종 30주년 공연 화제

 한국 무용 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꾸며 세계적인 무용수들을 배출해온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이 서른 살 성년의 기록을 무대에 올린다. 오는 21일부터 사흘간 서울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리는 ‘리: 무브 에라(RE: MOVE ERA)’는 한예종 무용원 개원 3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한 축제다. 이번 공연은 단순한 학교 행사를 넘어, 전 세계 주요 발레단과 무용단에서 주역으로 활약 중인 졸업생들이 한자리에 모여 한국 무용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증명하는 역사적인 현장이 될 전망이다.

 

첫날인 21일은 발레의 정수를 만끽할 수 있는 시간이다. 마린스키 발레단의 수석 무용수 김기민이 직접 안무와 지도를 맡은 ‘돈키호테 스위트’가 무대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한다. 김기민은 후배들의 뛰어난 기본기에 예술가적 개성을 불어넣어 클래식 발레의 새로운 경지를 선보이겠다는 각오다. 워싱턴 발레단의 이은원,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의 박선미 등 해외 무대를 누비는 스타들이 모교 후배들과 호흡을 맞추며 한예종이라는 단단한 뿌리에서 피어난 화려한 꽃들을 관객 앞에 펼쳐 보일 예정이다.

 


이튿날인 22일에는 현대무용의 역동적인 에너지가 무대를 채운다. 인공지능 기술을 창작 과정에 도입한 신창호 교수의 실험적인 작품부터, 전석 매진 신화를 썼던 안성수 교수의 대표작이 한층 확장된 모습으로 관객을 찾는다. 올해 서울국제무용콩쿠르 그랑프리 수상자인 정건세 등 차세대 주역들이 참여해 몸의 본질에 집중하는 탐구 과정을 보여준다. 이는 한예종이 지향해온 동시대적 감각과 장르 간 통섭의 결과물을 확인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 날인 23일은 최근 젊은 층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한국무용의 날이다. 대중적인 경연 프로그램을 통해 이름을 알린 김규년 무용수 등이 참여해 우리 춤의 현대적 변용을 시도한다. 전통적인 동래학춤과 서양의 바로크 음악을 결합한 흥겨운 춤판부터 신무용 이후 100년의 역사를 사진첩처럼 끄집어낸 작품까지 준비되어 있다. 한국무용이 지닌 고유의 미학이 현대적 감각과 만났을 때 뿜어내는 독특한 아우라를 만끽할 수 있는 무대가 될 것이다.

 


한예종 무용원은 지난 30년간 엄격한 기본기 교육을 바탕으로 학생들의 주체적인 예술성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해왔다. 나경아 무용원장은 과거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인재들이 이제는 전 세계를 누비고 있다는 점에 자부심을 드러냈다. 학교 측은 공연 기간 중 국립극장 로비에서 지난 30년의 궤적을 조명하는 전시를 병행하며, 오는 12월에는 디지털 갤러리를 오픈해 무용원의 역사적 가치를 기록하고 보존하는 작업도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번 기념 공연은 콩쿠르 성적표 너머에 있는 예술가로서의 완성도를 고민하는 무대이기도 하다. 교수진은 한 사람의 작가를 빚어내기 위해 필요한 긴 인고의 시간을 강조하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성장 중인 독립 예술가들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당부했다. 30년 전 국립극장에서 시작된 작은 움직임이 이제는 거대한 파도가 되어 세계 무용계를 뒤흔들고 있다. 한예종 무용원의 이번 축제는 한국 무용이 나아갈 다음 30년의 이정표를 제시하며 화려한 막을 올릴 준비를 마쳤다.

 

부산 밀면의 시초 내호냉면, 100년 역사의 향기

동 소막마을은 생존을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 깃든 상징적인 장소다. 일제강점기 한우를 수탈해 일본으로 보내기 위해 지어졌던 거대한 소 막사들은 전쟁이 터지자 갈 곳 없는 피란민들의 보금자리가 되었다. 짐승이 머물던 축사에 사람이 들어가 다락방을 만들고 삶을 이어갔던 이 독특한 주거 형태는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비극적 역사의 산물이다.소막마을의 좁은 골목길을 따라 걷다 보면 부산의 대표 음식인 밀면의 탄생 비화와 마주하게 된다. 함경남도 흥남에서 피란 내려온 일가가 1919년부터 이어온 냉면의 전통을 부산에서 다시 꽃피운 것이 그 시작이다. 전쟁 직후 메밀을 구하기 힘들었던 시절, 구호 물자로 받은 밀가루를 냉면 제조 방식에 접목해 탄생한 것이 바로 부산 밀면이다. 4대째 가업을 잇고 있는 이 노포는 단순한 음식점을 넘어 척박한 피란 살이 속에서 고향의 맛을 그리워하던 실향민들의 슬픔을 달래주던 안식처였다.피란민들의 또 다른 눈물이 서린 곳은 영도다리라고 불리는 영도대교다. 1934년 준공된 국내 최초의 연륙교이자 도개교인 이곳은 헤어진 가족을 찾으려는 이산가족들이 매일같이 모여들던 만남의 광장이었다.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피란민들은 "살아있다면 영도다리에서 만나자"는 약속 하나로 모진 세월을 견뎠다. 다리의 한쪽 끝이 하늘을 향해 들리는 생경한 풍경은 당시 사람들에게는 재회를 향한 희망의 상징이었으며, 수많은 대중가요의 소재가 되어 피란민들의 고달픈 삶을 대변했다.영도다리는 원래 피란수도 유산 목록에 없었으나 그 역사적 상징성을 인정받아 최근 추가로 등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과거 하루에 많게는 일곱 번씩 배가 지나갈 때마다 다리를 들어 올렸던 도개 행사는 1960년대에 중단되었다가 2013년에 이르러서야 재개되었다. 현재는 매주 토요일 오후 2시에만 다리가 올라가는 장관을 볼 수 있어, 이를 보기 위해 전국에서 몰려든 관광객들로 다리 주변은 매주 장인인산해를 이룬다. 다리가 들리는 짧은 시간 동안 사람들은 70여 년 전 이곳에서 가족을 기다리던 이들의 간절함을 되새긴다.부산의 산복도로와 항구 주변에 흩어진 이 유산들은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 속에서도 굴하지 않았던 인류의 회복력을 보여준다. 소 막사를 집으로 개조하고 밀가루로 냉면을 만들어 먹으며 이산가족을 기다리던 그 시절의 기록은 이제 인류 공통의 유산으로 보존될 준비를 하고 있다. 유네스코 자문기구의 현지 실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부산시는 이들 유산이 지닌 역사적 진정성을 알리기 위해 소막마을의 원형 복원과 영도다리 주변의 역사 공원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피란수도 부산의 1,023일은 대한민국 현대사의 가장 어두웠던 시기인 동시에 가장 강인했던 시간이었다. 소막마을의 밀면 향기와 영도다리의 도개 소리는 세대를 넘어 오늘날 우리에게 역사의 소중함을 일깨워준다. 세계유산 등재 추진은 단순히 과거를 기념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전쟁의 상처를 딛고 일어선 한국인의 생명력을 세계에 증명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부산의 골목마다 스며있는 피란 시절의 기억은 이제 평화를 염원하는 전 세계인의 마음속에 깊이 각인될 준비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