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투표함 6개가 66개로”…선관위, 지방선거 개표 자료 381건 뒤늦게 수정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6·3 지방선거 개표 당시 일부 투표소의 투표함 수를 잘못 입력했다가 개표 이후 뒤늦게 수정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선거관리 부실 논란이 커지고 있다. 수정 요청은 모두 381건에 달했으며, 동일 지역에서 여러 선거 종류별로 중복 수정된 사례를 제외하더라도 211개 투표구에서 투표함 수 기록이 잘못 기재된 것으로 파악됐다. 중앙선관위는 실제 후보자 득표 수나 득표율과는 관련 없는 입력 오류라는 입장이지만, 투표함 수는 투·개표 관리의 기본 정보라는 점에서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다.

 

12일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실이 확보한 중앙선관위의 ‘투개표 보고 시스템 수정 보고 이력’ 자료에 따르면 선관위는 지난 6월 10일과 11일, 15일에 걸쳐 투표함 수 기록 381건을 수정했다. 6·3 지방선거 개표가 끝난 뒤 약 일주일이 지나서야 각급 선관위에 투표소별 투표함 수를 다시 확인하고 정정하도록 지시한 것입니다. 수정 대상에는 시·도지사 선거, 교육감 선거, 광역의원 비례대표 선거 등 여러 선거 유형이 포함됐다.

 

일부 사례에서는 당초 입력된 투표함 수와 실제 투표함 수의 차이가 크게 벌어졌다. 서울 강서구 염창동 투표소에서는 교육감 선거 투표함 수가 80개로 입력됐다가 실제 8개로 수정됐습니다. 경북 영천시 금호읍의 광역의원 비례대표 선거 투표함 수는 실제 6개였지만 66개로 기재됐다가 정정됐다. 서울 중구 중림동의 시·도지사 선거 투표함 수는 3개였으나 9개로 잘못 입력됐고, 강원 춘천시 퇴계동의 시·도지사 선거 투표함 수는 12개가 24개로 기재됐다가 수정됐다.

 

특정 지역에서는 유사한 형태의 오입력이 반복적으로 나타났다. 충남 태안 투표구에서는 16개 읍·면·동 투표구에서 49건의 수정 요청이 접수됐다. 수정 사유는 “원래 투표함 수는 1개인데 2개로 오기”라는 내용으로 동일했다. 경기 수원시 영통구 4개 투표구에서는 투표함 수가 2개인데 1개로 잘못 입력됐다는 이유로 6건의 수정 요청이 접수됐다. 충남 논산 투표구에서는 12개 읍·면·동 투표구에서 총 82건의 수정 요청이 접수됐으나, 일부 이력에는 실제 투표함 수가 명확히 기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선관위는 이번 사안이 선거 결과와 직접 연결되는 문제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6월 10일부터 투표소별 투표함 수가 틀린 부분을 수정하라고 전국 각급 선관위에 지시했고, 그에 따라 정정이 이뤄진 것”이라며 “투표함 수 입력 문제일 뿐 실제 후보자 득표 수와 득표율에는 관련이 없다”고 설명했다. 즉 투표함 수 기록 정정은 행정상 보고 자료의 오류를 고친 것이며, 개표 결과 자체를 바꾼 것은 아니라는 취지다.

 

그러나 투표함 수는 선거 과정에서 유권자의 투표지가 어떻게 보관되고 개표소로 이동했는지를 확인하는 핵심 관리 항목이다. 투표함 관리가 제대로 이뤄져야 투표지 보관, 이송, 개표 절차에 대한 신뢰도 유지될 수 있다. 이 때문에 단순 입력 오류라고 하더라도 지방선거 개표 이후 대규모 정정이 이뤄진 점은 선거관리 체계의 허점으로 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중앙선관위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급 선관위에 투표함 관리를 철저히 하라는 내용의 종합관리지침을 배포한 바 있다. 해당 지침에는 우편투표함과 관내사전투표함을 출입이 통제된 별도 구획 장소에 각각 구분해 보관하도록 하고, 투표함을 개표소로 송부할 때에는 투표 참관인이 반드시 동반할 수 있도록 조치하라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이는 투표함 보관과 이동 과정에서 불필요한 의혹이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한 관리 방안이었다.

 

선관위가 투표함 바꿔치기 가능성 등 각종 부정선거 의혹에 대해 투표함 관리 절차가 엄격하게 운영되고 있다고 설명해 온 만큼, 이번 투표함 수 오입력 논란은 더 민감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투표함의 실제 이동이나 개표 결과에 문제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투표함 숫자라는 기초 자료에서 오류가 다수 발견된 것만으로도 국민적 신뢰에는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치권에서도 비판이 제기됐다.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은 “투표 수에 이어 투표함 숫자까지 비정상적으로 입력된 사실이 새롭게 확인됐다”며 “선관위가 핵심 지표에 대해 절대 잘못될 리 없다고 설명해 온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선거관리 과정 전반에 대한 감시와 검증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며 특검 등을 통한 조사 필요성도 언급했다.

 


다만 이번 사안을 두고 곧바로 선거 결과 조작이나 부정선거 의혹으로 연결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현재까지 공개된 내용은 투개표 보고 시스템상 투표함 수 입력 오류와 수정 이력에 관한 것이며, 실제 투표지 수나 후보자별 득표 수가 바뀌었다는 내용은 확인되지 않았다. 중앙선관위 역시 득표 수와 득표율에는 영향이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따라서 향후 쟁점은 단순 오입력의 규모와 원인, 검증 절차의 적정성, 각급 선관위의 보고 체계가 제대로 작동했는지 여부에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논란은 선거관리에서 ‘결과’ 못지않게 ‘과정의 신뢰’가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 보여주고 있다. 투표함 수는 유권자 입장에서 선거가 투명하게 관리되고 있는지 판단하는 기본 자료다. 실제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개표 이후 일주일이 지나 381건의 수정이 이뤄졌다는 사실은 선관위가 설명과 검증을 통해 해소해야 할 문제로 남았다.

 

중앙선관위는 투표함 수 오입력의 발생 경위와 지역별 반복 오류 원인, 수정 절차의 적법성, 시스템 검증 방식 등을 보다 구체적으로 공개할 필요가 있다. 각급 선관위가 투표함 수를 어떤 기준으로 입력했는지, 동일한 패턴의 오류가 왜 반복됐는지, 실제 투표함 보관·이송 기록과 시스템상 수치가 어떻게 대조됐는지에 대한 설명도 요구된다. 선거 결과의 정당성은 정확한 개표뿐 아니라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투명한 관리에서 나오는 만큼, 이번 투표함 수 오류 논란은 선거 행정 전반을 점검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부산 밀면의 시초 내호냉면, 100년 역사의 향기

동 소막마을은 생존을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 깃든 상징적인 장소다. 일제강점기 한우를 수탈해 일본으로 보내기 위해 지어졌던 거대한 소 막사들은 전쟁이 터지자 갈 곳 없는 피란민들의 보금자리가 되었다. 짐승이 머물던 축사에 사람이 들어가 다락방을 만들고 삶을 이어갔던 이 독특한 주거 형태는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비극적 역사의 산물이다.소막마을의 좁은 골목길을 따라 걷다 보면 부산의 대표 음식인 밀면의 탄생 비화와 마주하게 된다. 함경남도 흥남에서 피란 내려온 일가가 1919년부터 이어온 냉면의 전통을 부산에서 다시 꽃피운 것이 그 시작이다. 전쟁 직후 메밀을 구하기 힘들었던 시절, 구호 물자로 받은 밀가루를 냉면 제조 방식에 접목해 탄생한 것이 바로 부산 밀면이다. 4대째 가업을 잇고 있는 이 노포는 단순한 음식점을 넘어 척박한 피란 살이 속에서 고향의 맛을 그리워하던 실향민들의 슬픔을 달래주던 안식처였다.피란민들의 또 다른 눈물이 서린 곳은 영도다리라고 불리는 영도대교다. 1934년 준공된 국내 최초의 연륙교이자 도개교인 이곳은 헤어진 가족을 찾으려는 이산가족들이 매일같이 모여들던 만남의 광장이었다.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피란민들은 "살아있다면 영도다리에서 만나자"는 약속 하나로 모진 세월을 견뎠다. 다리의 한쪽 끝이 하늘을 향해 들리는 생경한 풍경은 당시 사람들에게는 재회를 향한 희망의 상징이었으며, 수많은 대중가요의 소재가 되어 피란민들의 고달픈 삶을 대변했다.영도다리는 원래 피란수도 유산 목록에 없었으나 그 역사적 상징성을 인정받아 최근 추가로 등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과거 하루에 많게는 일곱 번씩 배가 지나갈 때마다 다리를 들어 올렸던 도개 행사는 1960년대에 중단되었다가 2013년에 이르러서야 재개되었다. 현재는 매주 토요일 오후 2시에만 다리가 올라가는 장관을 볼 수 있어, 이를 보기 위해 전국에서 몰려든 관광객들로 다리 주변은 매주 장인인산해를 이룬다. 다리가 들리는 짧은 시간 동안 사람들은 70여 년 전 이곳에서 가족을 기다리던 이들의 간절함을 되새긴다.부산의 산복도로와 항구 주변에 흩어진 이 유산들은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 속에서도 굴하지 않았던 인류의 회복력을 보여준다. 소 막사를 집으로 개조하고 밀가루로 냉면을 만들어 먹으며 이산가족을 기다리던 그 시절의 기록은 이제 인류 공통의 유산으로 보존될 준비를 하고 있다. 유네스코 자문기구의 현지 실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부산시는 이들 유산이 지닌 역사적 진정성을 알리기 위해 소막마을의 원형 복원과 영도다리 주변의 역사 공원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피란수도 부산의 1,023일은 대한민국 현대사의 가장 어두웠던 시기인 동시에 가장 강인했던 시간이었다. 소막마을의 밀면 향기와 영도다리의 도개 소리는 세대를 넘어 오늘날 우리에게 역사의 소중함을 일깨워준다. 세계유산 등재 추진은 단순히 과거를 기념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전쟁의 상처를 딛고 일어선 한국인의 생명력을 세계에 증명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부산의 골목마다 스며있는 피란 시절의 기억은 이제 평화를 염원하는 전 세계인의 마음속에 깊이 각인될 준비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