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이슈

밀양부터 용인까지, 극장 밖으로 나간 배우들

 정형화된 극장의 틀을 깨고 삶의 현장으로 뛰어든 예술가들이 우리 사회의 숨겨진 단면을 조명한다. 올해로 24회째를 맞이하는 서울변방연극제가 오는 9월 2일부터 20일까지 서울을 비롯해 경남 밀양, 충남 홍성, 경기 용인 등 전국 곳곳에서 펼쳐진다. ‘흩어져, 모든 것이 엉키는 가운데’라는 슬로건 아래 열리는 이번 축제는 하나의 중심지로 모이는 대신, 서로 다른 지역과 공동체의 목소리가 느슨하게 연결되는 새로운 형태의 예술적 연대를 지향한다.

 

이번 연극제의 가장 파격적인 시도는 공연 장소의 확장이다. 우주마인드프로젝트의 ‘반도챗 에피소드 1’은 반도체 산업단지가 들어서는 마을 현장을 직접 찾아간다. 거대한 공장이 가동되기 위해 필요한 전기와 물, 도로가 구축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지역사회의 갈등과 변화를 밀양 고정마을과 용인 파지사유 등에서 만담 형식으로 풀어낸다. 이는 관객들이 개발과 에너지 문제라는 무거운 주제를 현장의 공기와 함께 감각하게 만드는 실험적인 시도다.

 


해외 예술가들의 참여도 눈에 띈다. 싱가포르의 샤이풀바리 모하마드는 한국의 일상적인 공간인 노래방을 무대로 삼은 ‘노래방 디플로마시’를 선보이며 문화적 평등의 의미를 묻는다. 일본의 공연단체 올타는 노동과 소비주의의 근원을 파고드는 ‘영원한 노동’을 통해 현대인의 삶을 성찰하며, 대만의 유펑라이는 타이둥 습지에 쌓인 식민의 기억을 부족의 삶과 연결해 무대 위에 펼쳐놓는다. 이들은 각기 다른 국가의 경험을 통해 보편적인 인간의 문제를 건드린다.

 

국내 창작진들은 도시의 흔적과 몸의 기억을 기록하는 데 집중한다. 노네임프레스의 ‘낯선 은신처’는 재개발을 앞둔 도시의 풍경 속에서 미처 발화되지 못한 이야기들을 수집해 기록하고, 허성욱 작가는 몸에 새겨진 기억과 현재의 감각이 충돌하는 지점을 탐구한다. 이러한 작업들은 화려한 무대 장치 대신 실제 장소가 가진 역사성과 사물들이 내뿜는 아우라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관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전달한다.

 


단순한 관람을 넘어 연구와 기록을 중심으로 한 ‘필드워크’ 프로그램도 강화됐다. 연구자 이혜원은 참여자들과 함께 한강 샛강 생태공원과 낙산공원을 걸으며 지의류와 균류를 관찰하는 ‘분해의 연극’을 진행한다. 또한 이지연은 순록의 먹이를 따라 한국과 핀란드를 잇는 리서치 과정을 렉처 퍼포먼스 형태로 공유한다. 이는 예술이 결과물로서의 공연뿐만 아니라, 세상을 관찰하고 기록하는 과정 그 자체로 존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축제 기간 중에는 담론 프로그램인 ‘계간변방’과 뉴스레터 ‘잡말레터’, 그리고 관객들의 목소리를 담는 비평단 ‘단편한글’이 함께 운영되어 관객과의 소통 창구를 넓힌다. 서울변방연극제는 1999년 첫발을 뗀 이후 변방이라는 이름이 가진 역동성을 바탕으로 주류 예술이 놓친 가치들을 꾸준히 발굴해왔다. 전국 각지에서 열리는 이번 축제의 상세 일정과 예매 정보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으며, 예술과 삶이 엉키는 생생한 현장을 예고하고 있다.

 

이월드 30년, 1억 명이 찾은 도심 속 낙원

사시대의 숨결이 흐르고, 도심 한복판 오아시스 같은 수변공원이 평범한 일상에 쉼표를 찍어준다. 화려한 놀이공원의 불빛이 밤하늘을 수놓는가 하면, 외곽의 캠핑장에서는 쏟아지는 별빛을 마주할 수 있다. 도심의 편리함과 여행지의 설렘을 동시에 만끽할 수 있는 달서구의 매력적인 명소들을 짚어봤다.달서구의 랜드마크인 이월드는 1995년 개장 이후 누적 방문객 1억 명을 돌파하며 국내 3대 테마파크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 개장 30주년을 기점으로 더욱 다채로워진 이곳은 '메가스윙360'과 '부메랑' 등 짜릿한 놀이기구로 모험가들을 유혹한다. 특히 103m 높이에서 급강하하는 '스카이드롭'은 대구 시내를 발아래 두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놀이기구 이용 후 인접한 83타워 전망대에 오르면 해발 312m 높이에서 대구 전경을 한눈에 조망하며 미식을 즐길 수 있다.이월드 건너편의 두류공원은 시민들의 안식처이자 문화의 중심지다. 5km에 달하는 금봉산 둘레길은 최근 러닝 크루들의 성지로 각광받고 있으며, 여름철 운영되는 두류워터파크는 도심 속 피서지로 인기가 높다. 야외 음악당과 도서관 등 풍부한 인프라를 갖춰 단순한 공원을 넘어선 복합 문화 공간의 역할을 수행한다. 이곳은 계절마다 옷을 갈아입는 자연 풍경과 함께 시민들에게 도심 속 여유를 제공하는 달서구의 허파와도 같은 존재다.달서구의 또 다른 얼굴은 2만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선사시대 유적지다. 2006년 월성동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발견된 1만 3,000여 점의 유물은 대구의 거주 역사를 구석기 시대까지 확장시킨 역사적 사건이었다. 구는 이를 기념해 진천동과 상인동 일대를 '선사시대로 테마거리'로 조성했다. 거대한 매머드와 검치호랑이 등 실감 나는 움직이는 조형물들은 마치 지붕 없는 박물관을 걷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며 아이들에게는 교육적 재미를, 성인들에게는 이색적인 볼거리를 제공한다.자연의 평온함을 찾는다면 도원동의 월광수변공원이 제격이다. 도원지를 감싸는 수변 산책로와 2만여 본의 향토 수종이 어우러진 이곳은 멸종위기종인 수달이 발견될 만큼 청정한 생태계를 자랑한다. 밤이면 화려한 음악분수가 호수 위를 수놓고, 가을이면 붉게 물든 단풍이 장관을 이룬다. 인근 낙동강과 금호강이 만나는 달성습지와 대명유수지 역시 도심 속 범람 하천 습지로서 계절마다 변화하는 생태계의 신비로움을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는 특별한 장소다.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여행객을 위한 배려도 돋보인다. 달서 반려견 놀이터는 중·소형견과 대형견 공간을 분리해 안전한 활동을 보장하며 펫카페 등 편의시설을 완비했다. 여행의 마무리는 송현동 앞산 자락에 위치한 달서별빛캠프 캠핑장이 장식한다. 도심 야경을 파노라마로 감상할 수 있는 이곳은 카라반과 숲속 캠핑 등 다양한 옵션을 제공해 예약 전쟁이 벌어질 만큼 인기가 높다. 일상의 익숙함 속에서 발견하는 달서구의 반전 매력은 여행자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