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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남쪽 항로의 전쟁, 선원 18명 사상

 세계 최대의 석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에서 미국 해군이 이란의 삼엄한 감시를 뚫고 유조선을 호위하는 비밀 작전을 수행 중이다. 뉴욕타임스의 보도에 따르면 미군은 이란의 영향력이 강한 해협 북쪽 대신 오만 근해와 맞닿은 남쪽 수로를 이용해 에너지 수송로를 확보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미군 중부사령부의 지원을 받는 선박들은 이란군의 레이더망을 피하기 위해 위치추적 장치인 트랜스폰더를 끄고 항해하는 고도의 보안 수칙을 준수하고 있다.

 

이러한 미군의 적극적인 개입은 국제 유가의 폭등을 막는 결정적인 방어선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달 기준 미군의 보호 아래 해협을 빠져나간 원유는 하루 평균 약 500만 배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전쟁 발발 이전의 수송량인 1,500만 배럴과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지만, 미군의 호송 작전이 없었다면 원유 공급 부족으로 인한 유가 대란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미군의 개입이 에너지 시장의 심리적 저항선을 지탱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하지만 이란의 통제권에 도전하는 미국의 작전에는 막대한 자원과 위험이 수반되고 있다. 이란은 자국 영해 인근을 지나는 선박은 물론 중동 전역의 주요 에너지 시설을 타격할 수 있는 드론과 미사일 전력을 여전히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군은 이를 저지하기 위해 최첨단 요격 체계를 가동하며 지금까지 1,000척 이상의 선박이 무사히 해협을 통과하도록 도왔다. 이는 과거 자유로운 항해가 가능했던 시절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비효율적이고 비용이 많이 드는 작전이다.

 

실제로 해상에서의 인명 피해와 선박 파손은 이미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국제해사기구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6월 초부터 최근까지 호르무즈 남쪽 항로를 이용하던 선박 중 최소 15척이 이란 측의 공격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선원 2명이 목숨을 잃고 16명이 부상을 입는 비극이 발생했다. 미군의 호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란의 기습적인 공격을 완벽히 차단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글로벌 해운사들은 호르무즈 해협 진입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다. 대형 선사들은 확실한 휴전이 보장되기 전까지는 위험천만한 남쪽 항로 대신 우회로를 찾거나 운항을 잠정 중단하는 선택을 하고 있다. 해협의 전체 통행량이 전쟁 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는 근본적인 원인도 여기에 있다. 미군이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어 수송로를 열어두고는 있지만, 민간 영역에서의 공포심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 등 주요 싱크탱크들은 호르무즈 해협의 위기가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란은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에 맞서 해협 통제권을 최후의 보루로 활용하고 있으며, 미국 역시 에너지 안보를 위해 물러설 수 없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해상 호송 작전이 계속되는 동안 호르무즈 해협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약고 상태를 유지할 전망이다. 미 해군의 은밀한 호위 작전은 오늘 이 순간에도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계속되고 있다.

 

 

 

'왕과 사는 남자' 효과… 영월 청령포 인산인해

곳의 상흔 남은 터전들이 새로운 문화적 숨결을 얻어 부활하는 중이다. 수백 년 전의 역사적 비극을 간직한 공간들이 잊히지 않고 대중의 발길을 끌어모으는 역설적인 풍경이 펼쳐지는 모습이다.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선풍적인 흥행 기록을 남긴 이후, 단종의 애달픈 서사가 서린 영월 청령포는 연일 몰려드는 관람객으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상영이 완전히 끝난 이후에도 열기가 식지 않으면서 지역 상권과 숙박 시설은 이례적인 호황을 누리는 중이다. 한적했던 지방 소도시의 식당과 명소마다 대기 행렬이 이어지는 기현상이 일상으로 자리 잡았다.삼면이 강물로 둘러싸이고 뒤편은 가파른 절벽으로 막힌 청령포는 조선 6대 임금 단종이 유배 생활을 했던 천연의 고립지다. 숙부에게 왕위를 빼앗기고 17세의 어린 나이에 비극적인 생을 마감해야 했던 군주의 서글픈 역사는 자욱한 물안개 속 소나무 숲과 함께 서늘한 중압감으로 방문객을 맞이한다.울창한 소나무 숲 사이에는 단종이 기거했던 어소와 그 세월을 묵묵히 지켜본 관음송이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정통성을 지녔음에도 비운의 운명을 맞이해야 했던 단종의 삶은 오랫동안 풀어내지 못한 역사적 한으로 남아왔다. 천형과도 같았던 단절의 공간이 수백 년의 시간을 지나 대중과 호흡하는 장소로 변모한 셈이다.영화가 촉발한 역사의 재발견은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미처 피어나지 못한 어린 영혼을 향한 애도와 추모의 발길로 승화되고 있다. 궂은 날씨 속에서도 청령포 선착장을 통해 강을 건너는 관광객들의 걸음은 끊이지 않는다. 과거 단절과 철폐의 대명사였던 유배지는 이제 안타까운 역사를 되새기고 위로를 나누는 열린 추모 공간으로 탈바꿈했다.쇠퇴해 가던 옛 광산촌과 역사적 유배지가 대중문화 콘텐츠와의 결합을 통해 지역 재생의 모범 사례로 거듭나고 있다. 비극적인 서사를 간직한 지역 유산들이 스토리텔링을 얻어 대중과 소통하면서, 멈춰 섰던 강원도 영월 일대의 시간은 새로운 활력과 함께 다시 흘러가기 시작했다.